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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왜 이렇게 행복한 마음인지 생각해보니...

정우동 1 754
원작성자 : 노을 이복희
 



오월의 저녁 치고는 좀 더웠습니다.
도저히 배고픔을 참을 수 없어 어중간한 시간임에도 집에 가 밥 먹고 오느라고 더 더웠지요.
오전에 아점 먹고 한바탕 뛰기까지 했더니 눈에 뵈는 게 없더라구요.
간만에 마음껏 노래하려면 뱃속이 든든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시작이 일곱 시였나, 일곱 시 반이었나 언제나 처럼 긴가민가하면서 3층 소공연장을 향해 올라가는데
유리로 둘러싸인 회랑을 통해 가는 복도의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한 달 거르고 가는 길은 여전한 설렘과 알 수 없는 낯가림까지 조금 복잡하더군요.
상징성이 뛰어난 하늘 빛 의상을 입은 바다님, 사진 찍히느라 바쁘셨고 낯익은 얼굴들, 생소한 얼굴들 할 것 없이 모두 반갑고 즐거운 분위기로 들떠 보였습니다. 
한 달에 한 번, 가장 둥글게 부푼 보름달처럼 내마노 가곡교실이 환하게 빛을 내고 있었습니다.

와! 방송카메라가 조명을 밝히고 입구에 서있습니다.
(취재가 있다더니 정말이네) 하고 돌아서니 조금 아까 인사를 나눈 장미숙님이 어느새 뜨거운 조명아래 미소를 띠고 인터뷰를 하고 있었지요. 
나 같으면 그렇게 카메라 앞에 서면 입술이 마구 씰룩거릴 것 같은데 차분하게 말씀도 잘  하시더라구요.

해야로비님 사회로 시작된 순서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SBS 취재 카메라는 계속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바다님의 하늘빛 의상이 ‘하늘빛 너의 향기’를 눈으로 귀로 먼저 취하게 만들더니 윤교생선생님은 쿵짝짝 쿵짝짝 하면서 경쾌한 왈츠로 이끄시는 바람에 모두 리듬을 타며 춤추듯 멋지게 노래할 수 있었습니다.
한성훈 선생님의 수줍은 인사말씀은 뒤에서 누군가 박수를 빡세게 치는 바람에 짧아지고 말았지요.

아, 그리고 초청연주무대의 소프라노 유소영님, 노래도 절창이지만 어쩌면 표정이 그리도 아름다우신지요. 해야로비님의 표현대로 우리 모두 마치 자신이 부르는 듯, 꿈처럼 황홀했습니다. 그야말로 저는 넋을 빼고 도취되어 있었어요.  헤~ 하고 나도 모르게 입이나 안 벌리고 있었는지 몰라요.
테너 박현재 선생님, 청아한 음성만큼이나 깨끗하고 순수한 얼굴에도 살짝 반했다 아닙니까.

이어서 동호인 무대가 있었지요. 한지영님의 ‘청산은’을 불러주신 조규성 선생님은 미수라 소개하시더군요. 그 열정이 대단하셨어요. 실은 저도 그 ‘청산은’을 무척 좋아하고 언제 한 번 불러보고 싶다 생각했던 곡이랍니다.
이난오 시인님, 언제나 단아한 차림으로 디카에 이 모습 저 모습 담기에 바쁘시다가 젊은 시절 한 미모, 미성을 엿보이게 하는 자태로 노래하시어 마치 모노 LP판을 듣는 것 같은 묘한 향수 불러일으켜 주셨어요.
내마노의 파바로티 문상준님, 이제 더욱 원숙하고 자신이 넘치는 목소리가 프로급이구나 싶은 경탄을 자아내셨구요.
군산의 황장군님은 아주 특별케이스로 번외 출연 하셨어요. 지난번 전북지부 가곡교실을 성황리에 잘 이끄신 공로로 그리된 듯 싶네요. 오고자파서 일부러 서울 출장을 맞춘 것 같은 냄새가 좀 나던데 안 그러신가요? 이실직고 하셔요.
그렇게라도 해서 서로 만나 노래하고 살면 올매나 좋은지요. 

다같이 부르는 노래 순서에서 윤교생 선생님, 결정적인 부분만 콕콕 집어주시고 맘껏 부르게 해주시어 너무 좋았어요. 전문적인 지적으로 배우다 보면 어쩐지 부르다 만 것 같고 아쉬움이 많이 남더라구요.
해야로비님, 사회 첫 데뷔, 많이 떨리셨을 텐데 무난히 잘 하셨어요. 그런데 솔직히 시 낭송이 너무너무 근사해서 여운이 진해 좀 빛이 덜 했다는 것 말씀드려도 될랑가 몰라요.

평창에서 광주에서 군산에서 그리고 평택에서... 명실공히 전국구가 된 우리 가곡교실 내마노가 아무쪼록 방송을 타고 더 유명해져 가곡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넘치게 될 날을 그려봅니다.
기획하시고 접수와 안내로 늘 뒤에서 수고하시는 스텝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그저 늘 즐기고만 와서 어쩐지 켕기는 마음들 있다는 사실도 아울러 전해드립니다.

그날 저녁의 여운으로 한동안 행복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1 Comments
정우동 2007.05.31 07:16  
  퍼 옮기는 기술이 없어서 고운 그림을 빠뜨렸습니다.
원래의 아름다운 서화에 흠집 내고 손상하여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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