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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주신 숙명에 순종하며

김형준 8 755
하늘이 내게 길을 주셨다.
어느 때부터인지 그 길을 묵묵히 걷기 시작했다.
머-얼리 그 길의 끝이 보이는 것 같았다.

아! 저 곳에 당도하면 나의 여정은 끝이 나겠지.

주변을 살필 틈도 없이 걸어나갔다.
아름다운 꽃들이 황무지로 이어졌고 또 사막이 나타났다.
자그마한 도마뱀도 보였고, 가끔 무서운 전갈도 보였다.

때론 함께 길을 걷는 이들도 보였다.
다정한 이들도 있어 함께 도반이 되어 대화도 나누었다.
허나 나에게 주어진 길은 내가 혼자서 걸어야 할 길이었다.
너무나 허기져서 쓰러지는 날도 여러 날 되었다.
목이 말라 하늘에 떠있는 뜨거운 태양에 원망의 시선을 던졌다.

외로워, 너무 외로워!
이 길은 왜 꼭 혼자 걸어가야 하나!

이젠 그저 푹 쓰러져서 쉬고 싶었다.
더 이상 길을 걷는 것이 무의미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너무도 섬세한 성격을 하늘이 주셔서 쉽게 상처를 입었다.

왜 이런 시험을 겪게 하십니까!
그냥 편한 길을 걸으면 안 될까요.
너무 힘이 듭니다.

하늘을 향해 그렇게 외칠 때도 많이 있었다.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전 모세가 아닙니다.
전 부처가 아닙니다.
전 모하메드가 아닙니다.
제발 제 가는 길을 좀 편하게 해 주세요.
부디 저에게 쉼을 주세요. 안식을 주세요.

종종 그렇게 불평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나는 내게 주어진 길을 걸어간다.
아무리 걸어도 나오지 않는 그 길의 끝을 향해 간다.
이젠 그만 쉬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어도 묵묵히 걸어간다.

걷다가 조그마한 들꽃들이 보이면 그것들과 이야기를 한다.
다람쥐도 친구가 되었고, 조그마한 새들도 다 친구가 되었다.
때론 샘물도 보여서 작은 짐승들과 서로 떠 주며 나눠 마시기도 했다.

늘 풍랑만 이는 것은 아닌가 보다.
늘 홍수만 나는 것은 아닌가 보다.
늘 가뭄만 있는 것은 아닌가 보다.
늘 천둥, 번개만 치는 것은 아닌가 보다.

다시 힘을 내어 나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아직도 고되고 힘들지만 그래도 감사하는 마음을 품고 걸어간다.
내게 주어진 길은 오직 내가 책임져야할 것이기에 그저 걸어가야 겠다.
언젠가 그 길의 끝에 도달하면 안식을 주시겠지.
꾹 참고 잘 걸어가면 '얘야! 참 잘 참았다. 수고했어!' 하시겠지.
그때는 평안한 안식을 허락해 주시리라.
8 Comments
산처녀 2006.03.14 11:44  
  숙명처럼 정해진 나의길을 갈때
고단해 쓰러지고 싶다
나를 부축해주는이 있어 돌아보니
나를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또 나를 지켜 주는이 신이 있어
나는 다시 고단한 몸을 일으켜 그 길을 바라보며 걷는다
오늘도
김형준 2006.03.14 12:08  
  산처녀님!
산에 가면 바람이 말을 걸지요.
나무들도 여기저기 반갑다고 합니다.
풀들도, 꽃들도 다들 하나가 되어 노래합니다.
세상살이 고달파 마음이 상했을 때
들로 나가고, 산으로 오르면
자신들을 늘 괴롭히는 인간을 환영해 줍니다.
그래 잘 왔다고.
차를 위한 길 만들어서 다 포장해 놓았다지만
그 밑에는 역시 다 흙이지요.
대지에 발을 딛고 사는 모든 것들,
대지에 뿌리를 박고 사는 모든 것들이
결국 하나이라는 것을 인간의 말은 못하지만
꽃, 나무, 바람, 해, 강, 풀은 내게, 우리에게
늘 말해주고 있습니다.
인간의 세상에서 지칠 때 어머니 대지가
속삭여 줍니다.
포장된 땅을 떠나 흙이 있는 곳으로 오너라고.
오늘도 포장된 도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시름하고 있는 제 자신을 봅니다.
어서 대지에 나가서 자연 속에 있는
나의 벗들, 형제자매들과 속삭이고 싶습니다.
나의 마음도, 나의 몸도 치유가 될 것 같습니다.
산처녀님 사시는 곳에도 가보고 싶습니다.
그저 아무런 욕심도, 상념도 없이 몸과 맘을
자연에 내어 놓고 싶습니다.
바 위 2006.03.14 17:14  
  무심 筆이십니다...


글에 또 배웁니다 ~

고맙습니다 *

자연 / 권 운

부모에 순종함이 사람된 도리요

조상에 경배함은 살이내는 이치오다

自然風 가만히 불어 느낌이면 사랑요
산처녀 2006.03.14 18:03  
  오너라 힘들고 괴로운 자여
나의 그늘에 앉아서 몸과 마음을 쉬어라
너의 그 고단한 짐을 내려 놓아라 .
내게서 정기가 흐르나니 마음껏 호흡하여라
그리고 충전 하여라
나 소나무 너에게 무한정의 사랑을 주리라 .
김형준 2006.03.14 18:49  
  늘 푸르른 소나무여,
내 마음과 온 세상이 황폐할 때도
너는 고고히 자리를 지키고 있구나.
강한 바람 불어 내가 몸을 못 가눌 때에도
너는 굳굳히 너의 자리를 지켜주었다.
나는 너로 인해 다시금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
맞아, 너에게는 나를 일으켜 줄 정기가 있으며,
그래, 너에게는 나를 안아주고 쉬게 해줄 기운이 있지.
곧 너에게로 가마. 너는 나를 위해 늘 그 자리에 있겠지.
너의 늘 푸르름으로 이 어둔 세상 정화시켜주면서 말이야.
고마워, 고마워. 너로 인해 다시 기쁨이 오고 있다.
감사해, 감사해. 너로 인해 다시 희망이 오고 있다.
김형준 2006.03.14 18:56  
  바위님!
늘 감사드립니다. 좋은 글들 여기저기 남겨 주셔서
그 깊은 뜻들 열심히 새겨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걸쳐서 우리에게 전해내려온 좋은 말씀들
하나 하나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이해가 됩니다.
그래도 아직 충분한 성숙을 이루지 못해 아기와 같이
불평할 때가 많이 있어 반성할 때가 자주 있습니다.
배우며, 사랑하며, 나누며, 깨달으며 조금씩 삶에,
죽음에 가까워져 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소연 2006.03.17 08:06  
  모든 것은 한때 지나가는 바람입니다. 비도 오고 바람이 불지만 햇빛 반짝이는 날도 오지요. 오늘의 행복이 내일의 행복을 보장하지 않지요. 오늘의 고통이 내일의 기쁨이 될 수도 있구요. 더불어 사는 세상이지만 어려울 땐 혼자인 느낌.../ 자연이 스승입니다. 너무 힘들 땐 쉼을 가져보세요.
김형준 2006.03.17 19:52  
  이소연님!
감사합니다. 몇 달 전에 만나뵙고 처음이네요.
지난 번 지하철에서 주신 CD 감사했습니다.
비도 때에 따라 축복의 비가 되기도 하고,
고통의 비가 되기도 하지요. 햇빛도 물론 마찬가지이지요.
말씀대로 자연을 찾아가 며칠 쉬었으면 합니다.
좋은 기회가 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번 달 가곡부르기 모임에는 참석하시는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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