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손
오랜만에 아버지를 뵈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지팡이를 집고 나타나셨다. 한쪽 다리가 좀 불편한 것은 몇 해 전 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심하실 줄이야.. 아버지를 마주하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함께 식사를 하다가 그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솓구쳤다. 어린시절, 추운 겨울 바깓에서 돌아오면 발이 얼었다며 내 언 발을 녹여 주신 크고 따뜻했던 손.. 그 손이 이제는 당신의 몸조차 지탱하기 어려워 지팡이를 집으시다니.. 아버지를 역까지 모셔다 드리면서 백미러로 아버지의 얼굴을 슬쩍 훔쳐 보았다. 자식인 나로선 아직 까지도 똑바로 쳐다보기가 어려운 분. 지팡이에 의지하고 있는 당신의 현재 보다는 젊은 자식의 살아갈 앞날을 더 걱정하시 듯 깊게 패인 주름 사이로 살아 움직이고 있는 불꽃같은 눈동자... '아! 이제 정말 많이도 늙으셨다...'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돌아오면서 아무도 없는 차 안에서 소리내어 엉엉 울었다. 이제 어쩌면 그리운 자식집 조차도 더 이상 마음대로 다니시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리고.... 세월은 어느 누구도 비껴갈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깊이 깨닫게 해주고 하얗고 자그마한 노인은 힘들고 고단했던 이생을 마치시며 자식과 마지막 인사를 나눌 것이다. 자식의 언 발을 녹여 주셨고 노후에는 당신의 몸을 지탱하기 위해 지팡이를 잡으셨던 그 손을 부여잡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