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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초는 빼어나고 국화는 향기로워라 가인을 생각함에

정우동 6 984
  <旼映 오숙자 교수님의 창작 오페라 동방의 가인 황진이의 관람기입니다>

가고파의 고향 마산 시골에선 문화 시설물이 아무것도 없는 문화-예술의 사각지대로
불모지였기에 서울로 근무처를 이동하며 ㅡ 내 서울로 가면 연극도 실컨 보고 외국
관현악단의 연주도 시청하며 오페라도 관람하는 호사를 맘껏 부리고 누려 보리라
.........등등 ㅡ 마음에 단단히 작정을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처음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오태석님이 쓰신 사육신이 당한 고초와
박팽년가 멸족의 화에서 아들 하나를 구해내는 충복한 하인 이야기를 태(胎)의 제목
으로 보고 그 다음엔 인도 출신 로린 마젤이 지휘한 베토벤의 심포니 5번 운명교향곡을
관청함으로써 2/3 쯤의 원을 그럭 저럭 풀었습니다. 그러나 살아가다 보니 소시민에겐
치루기에 비싼 관람료 때문에 한번도 관람하지 못한채 포원이 진 나에게도 행운이 다가
올 전조로 오숙자 본부장님의 창작 오페라 동방의 가인 황진이를 작곡자님의 배려와
호의로 어제 오늘 이틀 연달아 장충동 소재 국립극장 대극장의 1층 로이얼석에서 볼 수
있게 되어 오랜 소원을 다 이룰수 있어서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사설을랑 그만 접고 본론으로 들어 갑니다..........................................................


오케스트라의 장중한 서곡이 울리고 서막이 오르자 송도 삼절의 하나인 박연폭포의
호호탕탕한 가락속에 팅기는 물방울로 빚어진 무지게를 타고 포르스름한 천의무봉
을 입은 선녀들이 하강하여 부르는 노래와 춤은 동양적인 신비를 창출하였고 황진이
를 비롯한 화담선생 양곡대감 진이와 살림을 차렸던 이사종 진이모 등 .....극중 인물
들이 총등장하여 관관객에게 선을 보이고 물러나자 시골 풍경에 흔히 있는 사건으로
바위 뒤에 숨어서 절세가인 진이의 목욕하는 장면을 훔쳐 보던 총각놈과 진이(이수경粉)
가 물러나며 잔잔이 서곡이 끝나고 서막도 끝나는데 한국의 전래풍속을 묘사하는 장
면들은 해외공연을 계획하고있는 작곡자 旼映 선생의 한국 소개의 첫 장면 입니다.

이 창작 오페라는 서막에 이어 전 3막 8장으로 짜인 그랜드 오페라의 줄거리를 다
쓸수는 없고 갈라 콘써트 형식으로 스펙터클하고 로맨틱한 몇 장면을 소개함으로써
한국의 유일한 본격오페라의 야심작 여성 작곡가 旼映 吳淑子교수께서 의도한 대로
기생 明月이 황진이를 죽이고 詩文歌舞에 능한 해방 자주 자유의 여성선각자로서의
가인 황진이를 재탄생시켜 여성해방적이고 자주적인 몇 군데만 언급하려합니다.

황진이의 목욕하는 장면을 훔쳐 본 총각이 상사병으로 식음을 전폐하여 죽은 상여가
진이의 집앞에서 멈추는 이변에 진이가 속곳치마를 벗어 상여에 바치자 그제서야 가
야할 북망산천으로 총총히 사라집니다. 여기에 어머니의 소실살이의 아픔속의 애환
과 시집가라는 채근이 진이를 기생살이로 뭇 남자가 사랑을 애걸하며 무릅을 꿇게하
고야 말겠다는 단호한 결심과 결행이 자주 자유하는 황진이의 또 한면을 보여 줍니다.

그많은 여권운동과 여성의 해방을 부르짖는 관객중 여성은 부라보와 기립박수라도
해야 할 이 장면에서 무덤덤 하길래 "이 장면에 여성분들은 박수 보내야죠" 하고 소리
질렀다가 대본을 쓰신 보엠 최명우 선생님으로 부터 오페라 관람 에티켓에 추임세같은
것은 없다는 가르침을 가만히 일러 받았습니다. 혹시 나처럼 처음 오페라 보실 일이
있으면 " 부라보" 격려와 박수 이외의 언동은 절대 하지 마세요. 이러는 것이 오페라
관람하는 에티켓이라고 배동인 교수님께서도 나중에 충고해 주셨습니다. 오페라좌에 
입문 하시는
분은 명심해 두세요. 배워서 남줍니까?
 
단오놀이 때 보여주는 울긋불긋한 치마저고리는 휘황하다 못해 눈이 부시게 아름답습
디다. 이에 이은 송도유수 잔치에서 양곡 소세양과 이사종과의 사랑경쟁에서 진 양곡은
이별가를 부르며 쓸쓸히 떠나고 득의 만만한 이사종은 3년은 한양의 이사종 집에서 살
고  3년은 송도의 진이 집에서 살기로 약조 -소위 6년간의 계약결혼- 합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황진이의 남에게 신세 지지않는 자긍심과 또 자립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에 앞서 떠나는 양곡대감의 이별가에 이어 떠나는 양곡을 위로하여 진이가 부르는
노래가 그 유명한 아리아 <곤륜산의 고운 옥을>으로 원시는 영반월(詠半月) 입니다.

              誰斷昆山玉 ㅡ 곤륜산의 고운 옥을 그 누가 찍어내어
              裁成織女梳 ㅡ 직녀의 얼레 빗을 만들었나
              牽牛離別後 ㅡ 그리운 견우님이 떠나가신 뒤
              愁擲碧空虛 ㅡ 서러워서 공중에 던져 버렸네

알콩 달콩 온갖 재미를 보며 살던 진이는 6년의 시한을 알리고 이사종과 결별하고 이미
뜻한바 있어 화담 서경덕선생 문하에 들어 학덕을 닦다가 나라에 중히 등용되는데 방해
가 된다는 판단으로 사랑하는 스승을 떠나니 이별을 서러워 한 화담이 진이를 이별하며
부르는 아리아가 아리아 중의 압권인
 
            ㅡ 난초는 빼어나고 ㅡ 입니다 (1절만 인용)

              난초는 빼어나고 국화는 향기로워라
              가인을 생각함에 그리움 가이 없네
              정다운 기러기들 남쪽으로 돌아가고
              가을 바람 이는곳 흰 구름만 날리누나
              덧없던 빈 하늘만 수색이 가득차네
              청산은 어디가고 녹수 홀로 우는고야
              가인은 가고 안 오리 가이없는 그리움


수학중 화담 선생이 출타중 스승의 귀가를 밖에서 기다리는 진이의 편지를 읽고 난 후
선생이 부른 노래가 우리가 아는 시조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마음이 어린 후이니 하는 일이 어리다
              만중운산에 어느 님이 오리오 만은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그이 인가 하노라


화담 선생을 떠난 진이는 조용한 암자에 거처하며 이미 닦은 학식과 스스로가 깨친
품덕으로 지난 날의 방탕을 뉘우치며 후세에 경계하는 뜻으로 자신의 주검을 묻지
말고 모래밭에 버려 두어 까마귀의 밥이 되게하라 유언하니


 
                      이 얼마나 숭고한 정신이며 이 얼마나 크나큰 가르침이리오
                    .....................................................................................





     




   



6 Comments
오숙자.#.b. 2005.07.04 23:34  
 
오직 한 길 만을 위해 달려오면서 써왔던 오페라 <동방의가인 황진이>를 위해 5년이란 세월을 보내온 지난 시간들이 지금 생각하니 소중하였다는 생각을 이제사 깨닫게 됩니다.

아무런 야망도 없이
아무런 욕심도 없이
아무런 기대도 없이
그저 작품에만 열중하고 최선을 다 했습니다.

그리고

조선시대의 가인 황진이의 재능과 그의 예술성에 빠져
몇년을 함께 보냈습니다.
그녀의 천재성과 숭고한 예술혼에 빠져....

여성으로 태어난 조선시대의 그녀의 한이
지금 21세기를 향한 우리사회의 여성의 한과
어느정도 상통한 느낌입니다.

시대는 많이 지났어도
유사한 점은 역시 존재하고 있었던것을 저자신 많이 통감하고 있었답니다.

이번 공연을 통해
많은 음악 매니아들의 감격적인 성원을 깨닫고
이제사 어깨가 무거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라는 마음으로

다시

순수한 자아로 돌아가서
작품에 임 하려고 합니다.


작품은 연출자에 따라서
대본과 작곡에서 표현 할 수 없는 제3의 창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저의 생각과 의도와는 다를 수 가 있어도
인정 해야 한다고 봅니다.

성원 해주심 감사드립니다.
신정미 2005.07.05 00:27  
  선생님의 후기를 꼭 읽고 난후에야,
동방의 가인 황진이가 완성 될줄 알고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말입니다.
지금도 배경음악이 그시간속으로 저를 느끼게 합니다.
정우동 선생님이 계셨기에
이많은 경험과 사람들속에 행복할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모습에서 겸손함과 따뜻함을 느끼며
항상 고개가 숙여 집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항상 모자라는 저를
반성하고 있답니다.
슈토팽.윤 2005.07.05 00:55  
  정국장님의 상세한 설명을 보니 오페라황진이의 장면장면이 스쳐가는군요.

작시자와 작곡가 그리고 연출가의 삼위일체속에 멋진 오페라가 만들어지지요.
제 느낌엔 연출가님께서 작곡가의 의도를 잘 모르는듯 보였습니다.
그래도 인정을 하시는 본부장님의 너그러움...존경합니다.

큰 일을 하셨으니 조금 쉬세요...^^
김경선 2005.07.05 09:43  
  내마노사이트가 없었다면
배울 수 없는 많은 가르침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우지니 2005.07.05 14:30  
  "난초는 빼어나고 국화는 향기로워라"
역시 자상한 정우동 선생님!
감상문을 그리도 자상하게 달필로 신나게 잘 올려 놓으셨군요.
우리가 더 세월이 쌓이기 전에 이런 명작을  같은 시간대에 감상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우리가 같은 동기 친구가 아닐까?
6. 25 때 똑 같은 3학년 이었으니까...
미미아빠  그렇지?......
바람 2005.07.13 20:21  
  우연히 "동방의 가인 황진이" 기사를 인터넽에서 보고
이번에는 꼭 관람 하리라고 생각을 하고 7월 3일 일요일 관람하고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해외 출장으로 글을 못 남겼습니다.
아직도 그 신선한 감동이 가슴속에 남아 있습니다.
대단히 아름답고도 순수한 선율과 극적 구성에 잘 조화된 음악에
감탄을 보냅니다.
수고하심에 큰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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