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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on의 횡설수설(3) – 노래에 빠지다

simon 6 756
집안 형편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형은 고등학교만 마쳤고, 집에서는 나에게 모든 기대를 걸고 있는 상태였다. 이러한 가정 형편은 나의 고등학교 진학에도 영향을 미쳐서, 나는 지방 명문인 같은 계열의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장학생이 되기 위해서 다른 학교를 택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또다시 외톨이가 돼버렸다. 게다가 학교 환경은 열악한 편이어서, 널빤지로 지은 가교사에서 수업을 받는가 하면, 선생님이 부족하여 일부 과목은 비 전공 선생님이 가르치기도 했다.
나를 과보호하는 우리 집에서는 나를 또다시 작은 할아버지 댁에 기숙을 시켜 더욱 주눅들게 만들었다. 나는 작은 할아버지 댁에서 기숙하는 것 보다 집에서 십 리 길을 걸어 나와 기차로 통학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게 몸은 고되지만 마음이 편했기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그 당시 우리들에게 그 정도 고생은 아무 것도 아니었는데……
나를 외톨이 신세에서 면하도록 따뜻하게 대해준 친구 중의 하나인 C는 음악에 조예가 깊은데다가 미성을 가지고 있어서, 소풍이라든가 학교 행사가 있으면 노래자랑에서 항상 J와 1, 2위를 다투었다. – C는 가곡을, J는 요즈음 말로 크로스오버를 선호했는데 C보다는 J가 보다 대중성이 있었다. 나는 C의 노래가 항상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는다고 생각했었지… –
기차시간을 기다리는 동안에 나는 C로부터 많은 노래를 배우게 되었고, 탈리아비니 주연의 물망초라는 영화를 보기도 하고, 외국의 유명한 성악가 이야기도 자주 들으면서 점점 노래에 빠지게 되었다. 그 때 배운 우리 가곡으로는 가고파, 수선화, 내 마음, 저 구름 흘러가는 곳 등 무척 많았다. – 훗날 행정학 박사가 된 C를 만나 가고파 후편을 들려주면서 옛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내가 훨씬 더 많은 에피소드를 기억하고 있었다 –

이렇게 해서 simon은 우리 가곡을 너무 너무 좋아하게 되었답니다.
6 Comments
바다 2005.01.26 11:22  
  가곡을 사랑하시고 또 사랑하시게 된 동기를 너무나도 진솔하게
표현해 주셔서 많은 공감이 갑니다.이제는 이렇게 가곡만을 들을
수 있는 전문사이트가 생기고 그 곳에서 온라인으로 사람들과
가곡으로 인한 우정도 나누고 또 오프라인에서까지 만나 가곡
사랑하는 마음을 한데 모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요?
 
simon님 !
노래사랑하는 마음에 하느님 사랑하시는 마음까지 함께 지니셨으니
그 본당의 성가대에 하느님의 큰 축복이 내리실 것입니다.
서들비 2005.01.26 12:52  
  수채화같은 아름다운 청춘이네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아름다워지는............
늘 행복한 시간되시기 바랍니다.
우지니 2005.01.26 23:39  
  Simon 님께서 보내신 학창시절은 많이 힘드셨겠지만 이제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군요.  그래도 그 시절에 그렇게라도 학교를 다니실 수 있었으니 축복 받은 행운아 이시네요.
어렸을적부터 가곡을 좋아하셨기에 이제는 내 마음의 고향인 "정다운 가곡 내 마음의 노래 " 를  언제라도 들을 수 있고 부룰 수 있는 고향으로 오셨으니 감회가 새롭겠습니다.
그렇게도 좋아하시는 가곡사랑에 푹 빠지셨다니 축하드립니다..
가곡과 함께 영원토록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별헤아림 2005.01.27 17:47  
  simon님의 음악과 관련된 추억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는 싱글시대에 제 돈으로 입장권을 대여섯장 사서 고등학생 다섯 명을 데리고 전국순회 가곡의 밤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태림출판사의 가곡집 두 권을 샀습니다. 악보도 볼 줄 모르면서~!
오숙자.#.b. 2005.01.27 18:45  
  시몬님,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여러 인연들로 인해
취미도 생기고 더 나아가서 평생 직업도 되기도합니다
이제 도리켜보면 C라는 친구 덕분에 성악곡을 좋아하시게 되어
내마음의 노래에서 우리가곡을 사랑하는 동지들도 만나게되는
또 하나의 인연이 되었군요.
천일 야화까진 안되어도 백일 야화라도 기대하고 싶습니다.
정우동 2005.02.08 18:56  
 
정우동 (2005-01-27 11:42:05) x 梁 --> 樑
 
深穩 李樑님의 횡설수설은 아라비안 나이트의 세헤라자드 공주가
천날밤을 들려 주어도 재미 한결이듯이 누구에게나 다같이 재미있는
이야기 입니다. 또 다음편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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