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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금호강에서

정덕기 1 1491
가을, 금호강에서

정 덕 기


어느새 훌쩍 사십여 년의
세월이 지났다.
금호강 상류 어귀 어느 과수원집
첫아들로 태어나
그 강과 뒹굴며 그 강의 구비처럼
세월을 넘고 넘어 살아온 지도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다.

천년도 한 순간인 그 강물 앞에
이제 이렇게 흘러와 다시 선 나를
어릴 적에도 자욱하였던 그 억새는
하얗게 하얗게 반겨주었고
때 마침 저녁노을이 하나님의 축복인양 아름다웠다.

시련이 나를 찾아올 때마다
정말이지 어머니의 젖줄같은 이 강물을
많이도 배반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부정하고 부정해도 끝내는 부정할 수 없는
우리 예수님,
십여 년 전, 이 강물의 혹독한 구비처럼 다가서신
우리 예수님,
나를 몰라도 너무 몰랐던 나를
그 머언 땅에서 만나 이 금호강 줄기에 까지 이끌어 내셨던
우리 예수님,

한때는 북받쳐 오르는 감격으로
예수님과의 만남에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고
넘치는 열정으로 이 강물도 다 삼킬 것만 같았다.
하지만 첫사랑의 눈물도 뜨거움도 식을 대로 식어
이 가을을 다시 만났다.

나의 죄 때문에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우리 예수님,
유년에 깨끗하였던 그 강물도
그 죄로 냄새가 등천을 하는데
나의 무딘 삽으로 퍼내고 또 퍼내어도
더러운 그 강물도 나의 죄도 어찌할 수 없어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돌아 가셨는데
그리하여 흰 눈으로 이 강 전부를 덮어주셨는데

식을 대로 식어버린 이 가슴을
저 빛나는 저녁 노을처럼
뜨겁게 회복시켜 주옵소서.
내가 넘어질 때마다
나의 잘디잔 실핏줄 구석구석에까지
강물처럼 흘러 들어와
일깨워 주옵소서.

어느새 훌쩍 사십여 년의
세월이 지났다.
금호강 상류 어귀 어느 과수원집
첫아들로 태어난 나에게
하나님을 아는 은혜를 허락하셔서
오늘 이 순간도 이 강물이 흐르고 흘러
바다에 이르게 하시고
나의 생명도 천국에 이르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오늘 추수감사절을 맞아
아직도 남아있는 저 강 건너편 과수원의 열매처럼
예수님께 가는 그 날까지 많은 결실들을 달고 가야지.

목숨이 다하는 그 날까지
나의 생애를 바쳐 충성을 다해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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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11. 17.
1 Comments
해아래 2003.04.11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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