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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에 대하여

꽃구름언덕 2 1483
초록색 한 가지도 같은 것이 없이 어쩌면 저리도 갖가지 나뭇잎이 옅고 짙으며 천 가지 모양 만 가지
색깔인지 놀랍고 조화로워 찬탄하지 않을 수 없는
피어나는 잎이 지는 꽃보다 아름다운 초 여름이다.

화려한 봄꽃들이 소문나게 피었다 간 산천에 그늘아래 하얀 찔레꽃 타레를 거느린 아카시아를 만난다.
청잣빛 하늘 아래서 소복하니 함박눈이 쌓인 듯이
아카시아꽃이 만개하여 가지런하고 깨끗한 치아를 보이며 감미로운 향기를 바람에 날릴때면
나 아닌 누구에게라도 아름다운 추억 한 자락쯤은 있으리라.

이 아카시아 동산이 있는 마을에 집이 있는 연고로
이즈음 꽃이 지기 전까지의 짧은
기간동안 이 환희와 축복을 혼자
느끼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하곤한다.

어릴적 아카시아 꽃을 따서 목걸이를 만들고
화환을 만들며 즐거워햇던 일들이
그때의 그 순수가 그리위 진다.

어느 시인의 절묘한 표현처럼 새벽밥 같이
하이얀 꽃송이를 따먹어 보기도 하고
아카시아 꽃차도 만들고 화전을 부쳐 이웃과 나누어 먹기도 하지만 그 아련한 유년의 흥분을 좀처럼
느낄 수 없는것은 왜 일까?

그 시절엔 흰 꽃타래 뿐만 아니라 물결처럼 일렁이던
보리밭가에 늘어진 아카시아 잎은
크로바와함께 토끼의 먹이로도 꽤 요긴했었다.

신나는 오뉴월을 맞게 햇던 그 넉넉한 나무 그늘에서
토끼 먹이를 따는 일은 아랑곳 않고 친구들과 청포도 송이같은 아카시아 잎을 서로 먼저 따기위해
가위 바위 보를 하며 깔깔대며 웃던 그 소리가
뻐꾸기 소리와 어울려 하얗게 메아리가 되곤 했었지.

아! 세월의 길이가 꽤 먼 거리에서
아스라히 가물거린다.
세월의 때가 묻은 지금은 참으로 창피한 마음이
드는 것은 내게서 나는 내음에 부끄럽기 때문이다.

동서남북 사방에서 번져오는 환상적인 내음은 향수병을 깨트려 놓은듯 화려하니 이천 년전 그를 용서하신 예수님께 옥합을 깨어 바친 마리아의 나드향이
아카시아향 만했을까?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향기나는 삶을 그렇게도 원했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부끄럽기만하다.
조금만 복잡하고 미묘한 일이 생기면 괜스레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을 불편케 하는 냄새를 남겼음을 생각하니 마음 편치  않고 많이 반성하게된다.

유년시절 꽃을 따면서 상쾌하고 긴 초여름을 보내게
해 주었던 그떄의 작은 아카시아 나무들은 이미 성목이 되었으리라.
우리집 뒷 산에 잇는 아카시아 나무처럼......!

나 또한 삶의 질곡 속을 달려 저 나무 나이 만큼에
나이로 예까지 왔건만 잘 자랐는지 자라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된다.

늘 제자리에 있지말고 아름답게 자라가리라 다짐햇던 마음들이 흐트러지고
향기나는 삶을  얼마나 내 생애에 적용하며 철나게 살았는지를.........

고통을 감내하기 두려워하고 안일을 사랑하며 의식의 틀을짜 내 알량한 방식대로 고집부리며 가시같은 언행을 일삼으며 살아왔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 큰 아카시아 나무를 자세히 보니 어린 나무였을때의 유일한 불편이었던 가시들이 거의 없어지고
미끈하고 멋진 재목이 되어 있었다.

원래 아카시아는 1900년경 북 아메리카에서
연료림으로 들여 왔다고 한다.
가시 때문에 연료림으로도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지 않은 나무지만 세월이
지나고 성목이 되니 얼마나 쓸모 있는 나무인가?

나무가 커 갈수록 풍성한 밀윈으로서
수 많은 벌들에게 양식이 되어주며, 내한성도 강하고 생장 속도도 빨라 그 강인한
생명력으로 해안의 가로수, 방풍림, 풍치림등으로또는 목공예 재료로도 많이 쓰인다.

성경에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생활의 중심이었고
인류 구원의 청사진이었던 성소를 지을 때 원재료로 쓰인 이 조각목은 그 견고성 때문에 택함을
받은 나무가 아닌가 생각된다.

목재로 쓰일려면 잘 자라야 하고 가시를 다듬을 때에
고통이 따르기도 하지만 이 조각목은 성소에 각종 기구가 되는 영광을 입은 나무인 것이다.

때론 엄청난 무게의 인생의 잡다한 짐과 불편들을
아무데나 내려 놓고 싶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여러가지 유익과 꽃향기로 기쁨을 주는 이 싯딤 나무를 늘 기억 할 것 같다.

쏜살 같이 지나는 삶 속에서 모든 종류의 죄된 가시
자르는 고통을 감내하며 사랑으로 역사하는 믿음의
금을 입혀 이 땅에 쓸모 있는 기구가 되어 언제든 어디서든 필요한 성목이
되는 생을 살게 해 주시기를 기원 하며 매일을 살아 가리라 마음 다져 본다.

오늘은  동해안 울진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는 큰 아들에게 
서해안 영흥도를 지키는  작은 아들에게 아카시아 성목처럼 바르고 올 곧게 살라고
향기 나는 아카시아 꽃 한 송이씩을 긴 편지와 함께 보내리라.

빠알간 앵두 나무 뒤로 넉넉히 웃고 있는
아카시아 향기를 맡으며 조물주의 사랑에 가시적인 표현인
천연계에서 이 순간 이 아카시아를 바라본다는 것은
이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금시 녹아 내릴것 같은 흰눈처럼 눈부신 미소를 보내는
아카시아 향기에 취해 오월의 숲 속 길을 한참을 걸어 보았다.

인생의 향훈이 번지는 삶을 살기를 다짐하면서.....!





** 운영자님 오숙자 교수님 그리고 정우동 선생님이하 모든 회원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그간 참으로 여의치 못한 개인사가 많아 이제사 그리운 노래 마을을 찾았습니다.
    아름다운 노래를 사랑하시는 맘으로 용서해 주실거죠?
  지축을 울리는 희망찬 행보에 참여치 못함을 너그러이 헤아려 주시기를 원합니다.
  인터넷이 되는 세상에 왔지만 당분간은 바쁠것 같습니다만 인사는 드릴께요.
  등나무의 보랏빛 꽃타레, 그리고 아카시아 나무 그늘에 잔잔한 찔레꽃 향기까지
  보낸다면 조금더 너그러이 봐주실텐데 아쉽습니다.**

  소백산의 찬란한 오월의 숲향기를 전해드리며 꽃구름언덕 올림
   



2 Comments
정우동 2004.05.23 00:10  
  나에게는 아카시아에 대한 어떤 선입견이 있습니다.
일제 강점시 속성 조림한다고 전 산야에 아카시(아)나무를 심어서
우리 강산의 자원을 덜 풍족하게 하는 애물단지로 치부 된다고요.
그나 저나 님의 말 듣자니 가구로 그것도 예사것이 아닌 성소의 가구
가 되고 성물이 된다니 금시 초문으로 또 하나 배웁니다.

오월의 싱그런 녹음과 상큼한 아카시꽃 향기속에 기운 차리시고
마음의 평정과 시간의 여유를 하루 빨리 되찾으시기를 기도합니다.
시와사랑 2004.05.27 13:00  
  님의 수필을 읽으며,
내가 좋아하는 아카시아 향의 의미를 다시 새겨봅니다.
왜 쓸모없는 듯한 조각목으로 귀한 언약을 넣을 궤를 만들게 하셨을까
항상 의문이었는데 님의 글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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