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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산처녀 11 1478
내가 어린시절 우리집 앞에는 두레박 샘이 있었다.
그 옛날에는 냉장고라고 하는 것의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시절이였다.
여름날 보리밥을 하면 날씨가 더워서 잘쉬였다
그래서 보리밥을 담아서 두레박에 달아 베보자기를 덮어서 샘 깊은 곳에 넣어놨다가
꺼내서 먹으면 밥이 쉬지않고 싱싱하였다.

중학교 2학년 때인 것 같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어머니가 아무 말씀도 없이 나가시더니 커다란
수박 한 통을 들고 들어오셨다
"엄마 웬 수박이야?"
"응, 수박을 샘속에 넣어놨다가 꺼내오는 거야"
"아 그러면 수박이 시원하겠다"

우리는 처음 시도해보는 수박의 샘 냉장에 많은 호기심을 갖고 수박을 썰기 시작했다.
그 수박 써는 시간이 지루하리만치  흥분해서.
아! 그 첫입을 베어무는 순간에 우리는 모두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시원하고 달콤함을 무엇이라고 표현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그야말로 달고 시원한
맛은 환상적이였다.

40 여년이 흘쩍 지나간 그 시절에는 좀 산다고 하는 우리집도 과일을 한 번 먹을려면
지게에 소쿠리 얹어서 참외나 수박 아니면 사과를 한소쿠리 지고 오면 아버지를 위시해서
는 고모랑 엄마 우리 6남매는 빙 들러앉아서 한번이라도 실컷 먹으라고 푸짐한
 과일 잔치를 하였다
지게질을 한 사람의 가족에게도 나누어 보내고.
그런 시절이였으니 샘속의 수박은 정말 진기한 발견이였다.

어저께 부평의 친정어머니를 뵈이니 여름을 잘 지나시고 건강한 모습이셨다 .
여러 남매를 낳으시고 호랑이 코빽이같다고 할 만큼의 어려운 남편을 모신
우리 어머머니는 술 잘 하시고 친구 좋아하시는 남편을 모시고 사시느라 많이 힘드셨다 .

친정에서 배워오신 좋은 음식솜씨와 일본인이 일본 음대에 유학을 보내주겠다고
할 만큼의 미성과 미모를 지니신 분이셨다 .

여러 남매의 간식을 준비하시려면 찐빵을 한번 만들더라도 커다란 가마솥에 몇 솥씩 쩌냈다.
우리는 덤벼들어서 동그란 호빵을 만들고 어머니는 길다란 말이빵을 만들고는 했다
딸 많은 우리집은 어머니를 포함해서 고모랑 여섯여자의 웃음이 항상 담을 넘어서
우리집은 별호가 하하 부대였다,

그런 우리 친정어머니 8순을 흘쩍 넘으셔서 누구도 못말리는 배둘레햄 할머니가 되셨다
엄앵란을 닮았다는 그 아름다움은 모두 어디로 가고.
배둘레햄 우리 엄마 그저 건강하십시요.
그리고  항상 그웃음 간직하소서



 

11 Comments
오숙자.#.b. 2004.09.18 19:28  
  그 옛날입니다
딸부자인 우리집도 항상 합창소리 아니면 웃음소리가
밖으로 흘러나와 꽤나 화목한 가정이었지요
그중에서도 세째딸인 나는 어릴적에 노래며 춤이며 시키면 그대로 따라해서
지금으로 말하면 우리가정에 기쁨조였나봐요

울 어머니도 팥 앙꼬 넣은 찐빵을 잘 해주셨는데
하루는 명동성당 본당신부님께 식기전에 갖다 드리라고 하셔서
성당에 가져갔다가 큰 세파트가 으르렁대서  무서워서
도루 들고 왔다고 꾸중 듣던생각이 납니다.

산처녀님 어머님이 노래도 잘하시고 인물도 무적 아름다우셨나봐요
산처녀님도 하늘곰님도 어머님 많이 닮으셨나봐요.
어머님께서 늘 만수무강 하시기 빕니다.
산처녀 2004.09.18 19:51  
  네 오교수님 ,앙꼬넣은 찐빵
추억의 찐빵이죠.
오교수님댁에도 따님이많으셨군요
어느집이나 딸이많은집은 웃음이많치요
감사합니다
인애 2004.09.18 20:47  
  알콩달콩 정말 재미있네요
산처녀님 저로선 샘도 모르고 컸지만,
오교수님이 거들어 주시니 더욱 재미납니다 -
늘 들려주십시오.고맙습니다..
김건일 2004.09.19 08:26  
  산처녀님의 이야기는 어린시절 우리들의 이야기같고 지금의 도시어린이들은 그 정경을 상상도 못하겠지요. 샘물은 얼음물 같았지요.오교수님의 이야기도 어린시절을 생각나게 하는군요.오교수님이 저의 시 기다리는 바다를 작곡해 주셨는데 적당한 기회가 없어서 인사도 못드렸습니다.
마음으로 감사함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세월은 빨리 흘러가고 우리들의 젊음도 따라서 흘러가고 남은것은 아름다운 추억뿐 그래서 시로 추억을 형상화 시켜봅니다. 추석을 잘 보내시기를 빕니다.
자 연 2004.09.19 08:46  
  도란 두런 옛이야기가
팔월 보름달에 걸리면...

우리에 삶에 시름도 놓여나
윤기 자르르 흐르리 지요...

맞 지 요... ?
우지니 2004.09.19 09:43  
  산처녀님 어머님이 생존해 계시니 부럽군요.  철이 들고나니 부모님께서는 영원한 고향으로 가셔버리고 이제는 저도  영원한 고향길로  부모님의 뒤를 따르려는 몸짓이네요.

저희 집에도 깊은 샘(우물을 칭함)이 있어서 그렇게 냉장고 처럼 두레박에 담아 이용한 기억이 새롭군요.   
지금은 어느 곳이나 시골에도 수도 시설이 되어 있어 샘물을 (우물) 길어다가 먹는 집은 없어 다행이지만  시골 고향은 모두가 년세가 많은 어르신들만 남아 계셔서 안타깝기 그지 없드군요.
옛날에 저희 집 사랑채엔  어린이부터 노인들까지 오셔서 하루 종일 사람들로 가득하여
비가 오는 날에는 보리를 볶아서 먹고 감자도 삶아서 나누어 먹던 추억이 그립군요
우리 집 사랑채는 마을 공동의 쉼터가 되었거든요  그때는 시골에 기와집이 없다시피할때 저희 집만 본채 사랑채 등 다섯채가 기와집이어서  지나가는 객들 도부장사들 식사하고 잠까지 자고가는 유일한 공간이었답니다. 그 시절엔 보리밥만 계속 먹을수만 있어도 부자란 소리를 들었으니까요.
산처녀님 언제나 고향의 향기를 홈으로 퍼 오시어 우리들을 감명깊게 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산처녀 2004.09.19 13:02  
  김건일시인님 안녕하세요?
지면으로나마 뵌지 오래되였읍니다. 그렇치요 지금의 도시어린이들은 두레박샘의
뜻도모를겁니다, 인애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권선생님 안녕하시지요?
우지니님 씨애틀에서 언제오셨어요?왜 날씨가 시원한가했더니 우지니님이 그곳의
시원한 공기를 갖어오셨군요 감사합니다
우지니 2004.09.19 15:58  
  제가 맑은 공기 와 시원한 바람을 항공편으로 보내려는데
여름 휴가철이라 비행기 표가 매진되어서 빨리 보낼수가 없어 늦게야 가지고 왔습니다
내년에는 미리 예약을하여 차질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산처녀님 농사 지으시느라 여름에 고생 많이 하셨으니
수확의 계절인 가을에 기대 이상의 소득으로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꽃구름언덕 2004.09.20 13:40  
  산처녀언니 엣날  우물가의추억이 새롭네요.
어느 마을이나 그 땐 차디찬 샘물이 맞아요.
냉장고 역할을 했지요.
그리고 그 찐빵 저도 청솔가지 태우며 가마솥에 찐 찐빵을
양은 양은 대접에 담아 몇층씩 쌓아서 들고 동생들과
동네마다 돌리던 생각나요.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물질적으로 별천지건만 마음은 가을바람처럼
구멍이 난듯하지요.
ㄱ이 마음에 동공에 우리 내마노 회원들의 사랑과
우정이 가득채워졌음 좋겟어요.
좋은 추억 일깨워 주셔서 감사해요.
오늘 날도 궂은데 산처녀 언니네 가서 칼국수 해달라고 하고 싶네요.^^
가기만 하면 해주실거죠?
산처녀 2004.09.20 16:23  
  꽃구름언덕 아우님 이렇게 비가오는날은 무엇을 하시나요?
부침개한쪽 붗쳐놓고막걸리 한잔 곁들여서 친구들과 정담나누시나요?
칼국수? 좋치요.궃은날 찾아오시면 칼국수랑 부침개에 막걸리까지 얹어드릴테니
오시기만하시죠////
나비 2004.09.28 20:03  
  저도 어릴때 두레박샘에 수박 담구어 먹던 생각납니다!
이만하면 저도 산처녀님과 동기지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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