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머니! ...............(끝)
<어머님의 정성>
삼 사년 입맛이 없어 식사를 제대로 못할 때 어머님께서 얼마나 저를 위해 수고하셨는지 몰라요.
봄에 어머니께서 돌나물을 뜯어오셨는데 열무를 넣어 담근 돌나물 물김치가 신토불이에서도 토종, 원조에 가까운 제 입맛을 즐겁게 해 주었어요.
저는 그 물김치를 너무너무 잘 먹었어요.
저나 잘 먹을 양이지 여름에 저의 집에 오시는 손님들에게까지 그들의 기호를 고려도 않고 냉면을 말아 드시게 하면서 좋아라 했어요.
제가 하도 잘 먹고 그런 걸 먹고 힘을 내니 어머니께서 아주 열심히 돌나물을 뜯어 오셨어요.
이른 봄부터 여름까지 (돌나물에 꽃이 폈어도 괜찮다고 하시더군요.) 길 가다가도 보이면 뜯어 오시고, 누구네 집 마당에 있더라시며 뜯어 오시고, 심지어 남한산성까지 가셔서 바위를 덮은 돌나물을 걷어 오시다시피 하시므로 돌나물을 여러 해 동안 들어 나르셨어요.
저는 어떤 야채든 먹어보면 물맛과 단맛을 금새 구별해요.
당시는 제 입맛이 유독 더 까탈스러웠어요.
그래서 압구정동 모백화점에 들어가는 최고의 품질의 유기농 채소라도, 제 아무리 각각의 다른 이름을 붙여 놓았어도 싱거운지 단맛이 있는지를 금새 구별할 수 있었어요. 한참은 저의 가족들이 그런 곳에서 야채를 사올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중지시켰어요. 비싸기만 했지 맛이 그게 그거였어요.
저는 그런 것들보다 햇빛 맞고 비 맞고 자란 채소 또 돌나물을 좋아하고 먹고 싶어하고 그것들을 먹을 때 힘을 얻을 수 있었어요.
저는 사람들이 좀 덜 욕심을 내서 사는 세상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요.
그러면 4계절 식품을 한꺼번에 재배하거나 판매하는 일도 없을테니 말이에요.
암튼 돌나물을 시작으로 어머니께서는 제 입맛을 돋게 해 주시려 얼마나 애쓰셨는지...
식초에 삭힌 고추를 양념해서 묻혀 먹는 걸 좋아해서 또 얼마나 많은 고추를 얻어 오셔서 삭혔는지...
미나리를 데쳐 된장에 찍어 먹고 싶어해서 어머님 아시는 분의 미나리깡에서 얼마나 얻어 오셨는지....
시레기 된장국을 좋아한다고 저녁나절 가락시장에 가셔서 버려진 무우청을 주어 오시고....
누구네집 밭에 시금치가 있다고 또 무엇이 있더라고 얻어 오셨어요.
........................ !!!!
<다시 태어나도 어머님의 며느리로>
그렇게 수 년을 저를 먹이시느라 수고하신 어머님께서는 제가 수술을 받던 날 제 옷가지와 신발을 만지시며 한없이 슬피 우셨대요.
그 얘길 전해 들었을 때 저는 또 감사의 눈물을 흘리구요...
그러나 이제, 어머님께서는 고향으로 내려가셨어요.
지난 27년을 끝으로.
주위에서들 어머님께 너무나 잘들 해 주시고 어머님 역시 늘 자유롭고 싶기도 하셔서 혼자 계시는 것을 좋아하세요.
그러나 저는 어머님께 가져다 드릴 육개장을 끓이면서도 눈물이 나고 어머님의 옷가지를 챙기면서도 눈물이 나고 어머님과 헤어져 오는 길에도 눈물이 났어요. 제 마음은 그저 어머님과 함께 사는 것을 좋아했었나 봐요.
생각하면...
철없어, 그간 얼마나 많은 근심을 드리며 사시게 했는지, 얼마나 감당하시기 힘든 시간들을 가지시게 했는지, 생각나는 것이라고는 그저 제가 잘못한 일들 뿐이네요.
어머님을 생각하며 처음으로 어머님과 관련된 글을 하나 지어 보았어요.
이게 단 하나의 어머님에 대한 저의 기록이에요.
이번만큼 제가 시인이고 싶었던 적은 없었어요.
이것만큼 정말 잘 지어보고 싶었던 적도 없었어요.
그래서 책을 뒤적여 가면서 낱말을 찾아 가면서 지어 보았어요.
그러나 제 마음처럼 표현할 수 없어 너무나 안타까왔어요.
비록 모자란 마음, 생각, 표현이라 해도 저의 어머님께 이 글을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이렇게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머님. 다시 태어난다 해도 저를 어머님의 며느리로 받아 주세요."
라구요.
<어머님>
떠나올 제 안아보니 한 모숨 구름이다
짧아진 남은 세월 기약조차 없다보니
느꺼움에 눈물이 앞을 가리더이다.
대쪽같이 곧은 성미 맑고 차던 그 응대
그 열기 간 데 없고 흐려만 가는 모습
이제는 그 서슬이 외려 그리운지고.
눈 거친 며느리나 행여 살려 볼쎄라
이 푸성귀 저 뿌리로 하냥 먹이우시다
끝내 피 묻은 옷가지 안으시고 슬피우신 어머니.
어머님! 그 은혜를 어찌 잊으오리까!
까마귀 자라서 늙은 어미 봉양한다
반포지효라 효의 귀감 삼거늘
하물며 인간으로 안갚음이 어려워라.
오늘 저 달빛 드는 가을 뜨락에 내려
계신 곳 하늘 향해 문안 여쭈옵나니
어머님! 부디 만수무강 하옵소서.
모숨: 가늘고 긴 물건의 한 줌 정도의 분량.
느껍다: 어떤 느낌이 가슴에 사무치게 일어나다.
눈거칠다: 하는 짓이 보기 싫고 마음에 들지 아니하다.
열기: 눈동자에 나타나는 정신의 담찬 기운.
안갚음: 어버이 은혜를 갚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