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다 못 그린 얼굴
아직도 다 못 그린 얼굴
지난 가을 어느 날
섬진강변을 따라 한 주 동안 쌓였던 피로를 흘러가는 맑은 물 속에 띄워 보내며
음악에 취하여 말을 잊은 채 한참을 달리고 있었다. 차 안에서는 첼로와 피아노가
어우러진 음악이 잔잔하게 흘러 CD 속의 음악이 몇 번인가 반복 되어도 감상하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일어났다 사라지고 수없이 반복하다
어느 한 곡 속에 빠져 버리고 말았다.
그 당시 이 홈에서 몇 분과 쪽지를 교환하고 있었던 때라 쪽지 속의 글을 읽노라면
그 모습이 보이는 듯 목소리가 내 귀에 들리는 듯 마치 그들은 유령처럼 아니 오래된
친구처럼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어느 날 음악친구가
“ 언니얼굴은 어떻게 생겼어요? 나는 동그랗고 살이 많이
붙어 있어 사람들이 얼굴만 보고 뚱뚱한 사람인지 알아요.
속상해 죽겠어요.”
“얼굴????”
갑자기 묻는 그 질문에 무어라 설명해야 좋을지 몰랐다
“언니는 예쁘지 않아. 그렇다고 도깨비는 그리지 말고......”
그 후 쪽지의 주인공들은 어떤 얼굴일까?
몹시 궁금하여 견딜 수가 없었다. 이 글은 그 날 ‘얼굴’의 연주곡을 들으면서 떠올랐던
생각의 파편을 모아 옮겨둔 것이다
얼 굴
<하나>
그리운 얼굴은
눈을 감아도 볼 수 있고
보고 싶은 얼굴은
달려가서 보지 않아도
내 안에서 볼 수 있다
<둘>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그 옛날 솔로몬 왕을 사로잡았던
시바 여왕의 요염한 얼굴도 그릴 수 있고
그 콧대 높은 크레오파트라의
오만한 얼굴도 그릴 수 있다
貧者를 위해 희생하시던
데레사 수녀님의
주름진 얼굴도 그릴 수 있고
사랑을 얻기 위해
왕실을 버린 다이애나의
애절한 얼굴도 그릴 수 있다
백성의 無知함이 안타까워
한글을 창제하던
세종대왕의 용안도 그릴 수 있고
거북선을 타고 진두지휘하던
이순신 장군의
용맹스런 얼굴도 그릴 수 있다
風前 燈火 같은
나라를 구하려는 계백장군의
비장한 얼굴도 그릴 수 있고
큰 바위 얼굴을 보고 자란
어니스트의 자애로운 얼굴도 그릴 수 있다
그런데 왠일일까?
오래된 친구들의
따뜻한 가슴은 느낄 수 있는데
얼굴만은 떠오르지 않는다
너무 오래되어 잊어버렸을까?
큰 맘 먹고 하얀 도화지에
그려보고 싶은 얼굴
그런데
시작도 하기 전에
세상은 일시에 정전이 되고
허상조차 볼 수 없게
칠흑 같은 어둠이 덮쳐버린다
그리고는
어디선가 아스라히 들리는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
오래된 친구는
본래 얼굴이 없었느니라..... (2002. 10. 6)
해가 바뀌어 드디어 암흑 속에서 만났던 유령 같은 친구들을 만나던 날.
그들은 유령도 아니고 멀리 화성에서 온 외계인도 아닌 이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건장하고 아름다운 친구들이었다.
그런데 그 친구들과의 만남의 시작이 암흑 속의 가상공간 이어서 그런지 함께 한
시간이 너무 짧았음인지 광주에 돌아와 보니 그 친구들의 얼굴은 세월이 너무 흘러
탁본을 뜰 수 없는 비문처럼 희미하게 보이고 글 속의 따뜻한 마음만 더욱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언제쯤이나 그 친구들의 얼굴을 제대로 그릴 수 있을까?
아니면 영원히 못 그리고 말 것인지......
난 가끔 그 친구들이 그립고 보고 싶으면 목소리만 태우고 교외를 곧장 달리면서
아직도 다 못 그린 그리운 얼굴들을 마음속에 그려보곤 한다.
그리고 소월의 시 한 구절을 읊어본다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
날이 갈수록 희미해지는 얼굴이여!
그러다가...
어둠 속의 유령이 될 얼굴이여!!!
지난 가을 어느 날
섬진강변을 따라 한 주 동안 쌓였던 피로를 흘러가는 맑은 물 속에 띄워 보내며
음악에 취하여 말을 잊은 채 한참을 달리고 있었다. 차 안에서는 첼로와 피아노가
어우러진 음악이 잔잔하게 흘러 CD 속의 음악이 몇 번인가 반복 되어도 감상하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일어났다 사라지고 수없이 반복하다
어느 한 곡 속에 빠져 버리고 말았다.
그 당시 이 홈에서 몇 분과 쪽지를 교환하고 있었던 때라 쪽지 속의 글을 읽노라면
그 모습이 보이는 듯 목소리가 내 귀에 들리는 듯 마치 그들은 유령처럼 아니 오래된
친구처럼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어느 날 음악친구가
“ 언니얼굴은 어떻게 생겼어요? 나는 동그랗고 살이 많이
붙어 있어 사람들이 얼굴만 보고 뚱뚱한 사람인지 알아요.
속상해 죽겠어요.”
“얼굴????”
갑자기 묻는 그 질문에 무어라 설명해야 좋을지 몰랐다
“언니는 예쁘지 않아. 그렇다고 도깨비는 그리지 말고......”
그 후 쪽지의 주인공들은 어떤 얼굴일까?
몹시 궁금하여 견딜 수가 없었다. 이 글은 그 날 ‘얼굴’의 연주곡을 들으면서 떠올랐던
생각의 파편을 모아 옮겨둔 것이다
얼 굴
<하나>
그리운 얼굴은
눈을 감아도 볼 수 있고
보고 싶은 얼굴은
달려가서 보지 않아도
내 안에서 볼 수 있다
<둘>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그 옛날 솔로몬 왕을 사로잡았던
시바 여왕의 요염한 얼굴도 그릴 수 있고
그 콧대 높은 크레오파트라의
오만한 얼굴도 그릴 수 있다
貧者를 위해 희생하시던
데레사 수녀님의
주름진 얼굴도 그릴 수 있고
사랑을 얻기 위해
왕실을 버린 다이애나의
애절한 얼굴도 그릴 수 있다
백성의 無知함이 안타까워
한글을 창제하던
세종대왕의 용안도 그릴 수 있고
거북선을 타고 진두지휘하던
이순신 장군의
용맹스런 얼굴도 그릴 수 있다
風前 燈火 같은
나라를 구하려는 계백장군의
비장한 얼굴도 그릴 수 있고
큰 바위 얼굴을 보고 자란
어니스트의 자애로운 얼굴도 그릴 수 있다
그런데 왠일일까?
오래된 친구들의
따뜻한 가슴은 느낄 수 있는데
얼굴만은 떠오르지 않는다
너무 오래되어 잊어버렸을까?
큰 맘 먹고 하얀 도화지에
그려보고 싶은 얼굴
그런데
시작도 하기 전에
세상은 일시에 정전이 되고
허상조차 볼 수 없게
칠흑 같은 어둠이 덮쳐버린다
그리고는
어디선가 아스라히 들리는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
오래된 친구는
본래 얼굴이 없었느니라..... (2002. 10. 6)
해가 바뀌어 드디어 암흑 속에서 만났던 유령 같은 친구들을 만나던 날.
그들은 유령도 아니고 멀리 화성에서 온 외계인도 아닌 이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건장하고 아름다운 친구들이었다.
그런데 그 친구들과의 만남의 시작이 암흑 속의 가상공간 이어서 그런지 함께 한
시간이 너무 짧았음인지 광주에 돌아와 보니 그 친구들의 얼굴은 세월이 너무 흘러
탁본을 뜰 수 없는 비문처럼 희미하게 보이고 글 속의 따뜻한 마음만 더욱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언제쯤이나 그 친구들의 얼굴을 제대로 그릴 수 있을까?
아니면 영원히 못 그리고 말 것인지......
난 가끔 그 친구들이 그립고 보고 싶으면 목소리만 태우고 교외를 곧장 달리면서
아직도 다 못 그린 그리운 얼굴들을 마음속에 그려보곤 한다.
그리고 소월의 시 한 구절을 읊어본다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
날이 갈수록 희미해지는 얼굴이여!
그러다가...
어둠 속의 유령이 될 얼굴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