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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글] 익명시대

노을 10 755

인터넷 시대에 반드시 따라다니는 새로운 문화, 바로 닉네임입니다.
이제는 이름만큼 중요한 식별도구로 쓰입니다.
누군가 호칭을 할 때도 닉네임을 부르는 일이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내가 자주 가는 커뮤니티와 동호회도 마찬가지였지요.

얼마 전, 내가 자주 가는 동호회의 회원 한 분이 모친상을 당했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엔 자주 안 나가지만 조문이라면 상황이 다릅니다.
면식 있는 회원에게 연락하고 장례식장 앞에서 회원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영안실을 찾다가 상당히 난처한 일을 겪게 되었습니다.

'근데 산꼭대기님 원래 이름이 뭐야?'
'........?'

그렇습니다.
달랑 닉네임만 알고 있는데 막상 영안실은 실명으로 표시되어 있어
초상집을 찾지 못하는 일이 생긴 것이었습니다
전화를 해서야 이름을 알게 되었고 빈소를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부조금은 따로 걷어서 봉투에 담았는데...
안내를 맡은 청년이 방명록에 이름을 적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네댓 명이 와서 머뭇거리다 그냥 가면 더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펜을 들어 이름을 적으려다 보니
평범하게 이순신. 홍길동, 변학도 등으로 쓰면
상주인 회원이 나중에 어떻게 알겠습니까?
늘 부르던 호칭으로 적어야 누가 다녀갔는지 알겠지요…….
그래서 자신 있게 닉네임으로 썼습니다.
'감자양'
뒤에 있는 회원도 내 의도를 파악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곤 자신의 닉네임을
썼습니다.
'아무개'
이회원의 닉네임은 아무개입니다.
데스크에서 안내를 하던 젊은 청년이 난감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다른 회원도 닉네임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회원의 닉네임은 거북이 왕자였습니다.
안내를 하던 청년은 이제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는 민망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막상, 방명록에 이름을 적는 우리 일행도 민망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얼른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아직 이름을 적지 못한, 뒤에 있는 회원 분을 다그쳐, 빨리 쓰라했더니
이 회원은 계속 머뭇거리고 있었습니다.
이 회원의 닉네임은 '에헤라디야'였습니다.
빨리 쓰라고 다그쳤지만 차마 펜을 들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아. 빨리 쓰고 갑시다. 쪽팔려 죽겠어요.'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에헤라디야'라고 쓰겠습니까?
그래도 얼른 가자니까...
결국 에헤라디야 회원님은 다른 회원들보다 작은 글씨로 조그맣게
'에헤라디야'라고 썼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마지막 남은 회원이 자리를 박차고 영안실을 뛰쳐나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얼른 자리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모두 큰 소리로 그를 불렀습니다.
'저승사자님 어디 가세요?'
'...............'
주변이 썰렁해졌습니다.
결국 우리 일행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장례식장을 빠져나와야 했습니다.

~~~~~~~~~~~~~~~~~~~~~~~~~~~~~~~~~~~~~~~~~~~~~~~~~~~~~~~~~~
※인터넷에 떠다니는 있을법한 이야기라서 퍼왔습니다...^^*
10 Comments
노을 2007.06.26 09:34  
  후덥지근한 장마철, 잠시 웃어보고 싶어서요.
우리 교회 홈피에 올랐는데 재미있기에 퍼온 글 또 퍼왔습니다.
많이 웃어야 건강하대요.
모두 건강하시기를...
권혁민 2007.06.26 10:44  
  있을 법한 이야기군요.참 맛나게 읽었습니다.저도 동창회 싸이트에는 이름을 안 밝히고 그냥 익명으로 글을 올리지요.글만 읽어도 누구 글인줄 분명 아는데.....하도 글을 안 올리니 제 글들만 쭈욱 나오니 이것도 보기에 따라서 영 식상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너무 많음은 분명 부족함만 못할 수 있다고 해서요.
정우동 2007.06.26 13:06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중간어름에 사는 난처함을
나는 방명록이나 조위록에 주소 덧붙혀서 밝히듯
닉네임에 실명 아니 실명에 별명 둘 다를 쓰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노을팜 2007.06.26 20:28  
  안녕하세요? 노을님
모처럼 웃어봅니다.재미나서  저희 홈피에도 퍼가고 싶은데, 아직 실력이... 능력되면 퍼가도 될런지요
얼마전 권혁민님 대략난감도 재미나게 읽었어요.
해야로비 2007.06.26 23:47  
  노을님....그야말로...대략난감이네요~~ㅎㅎ
노을 2007.06.27 09:39  
  유머를 상당히 좋아하지만
개그프로는 절대 안봅니다.
저는 조금만 우스워도 크게 웃어버릇하는데
삶 속에 보이는 작은 일에도 잘 웃거든요.
권혁민님, 정우동선생님, 해야님 즐거우셨어요?
노을팜님, 저도 퍼가는 일 잘 못해요.
그냥 위의 글을 덮어씌워 복사한 다음 노을팜님 홈피 글쓰기에
붙이기만 하면 된답니다.
인터넷의 묘미는 좋은 글, 재미난 글을 공유하는데 있지 않을까요?
요들 2007.06.27 16:30  
  노을님~~
저는 요들이고요... 배주인도 되어요...ㅎ
송월당 2007.06.27 16:54  
  노을님 실감 나는 글이에요.
닉을 모아 재미나게 엮었네요.
노을님 퍼온 글도 잘 퍼왔어요.
Schuthopin 2007.06.27 22:40  
  진짜 있을수 있는 일이네요...

저승사자 압권이당...^^

실명으로 하는것이 최고인데...^^
유열자 2007.06.29 10:02  
  노을님의 글 참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나 만 그영안실에서 대접 받을 뻔 했네요
닉을 쓰지 않으니....지난번 글에서도 여러사람을 행복하게 하드니
한참 웃으면서 잘 읽었어요
재미 있는 글 잘 퍼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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