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 戀歌
1.
어느 새
꽃들이 다 피었어요.
명자나무 빨강꽃은 이미 다 져버렸고
라일락과 하얀 조팝나무꽃도 져가고 있고
철쭉만 흰색과 자홍색으로 화사하게 피어 있어요.
동산에 올라가 보아요.
자칫 풀꽃들이 피어있는 모습을
놓쳐 버리겠어요.
어쩌면 좋아.
누가 풀을 다 베어버렸어요.
하지만 이곳을 돌아
저쪽 풀밭은 괜찮을지 몰라요.
어머! 정말 그러네!
조개나물꽃과 할미꽃이 아직 피어있어요.
보라색의 작은 꽃들도 보여요.
반가운 제비꽃들이 꽃밭을 이뤘군요.
제비꽃밭이 내려다 보이게
이만치쯤 앉아요.
어쩌면 낮은 언덕을
하나 넘었을 뿐인데
참 조용해요. 그죠?
해마다 봄이면 찾아오는
이 제비꽃밭.
양지바르고 조용해서
아늑함이 느껴지는데다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에
풀잎과 꽃들이 살랑이는
이 제비꽃밭에 있으면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어요.
2.
어려서부터 저는 사과나무꽃만큼
풀꽃들을 좋아했는데
이 제비꽃도 참 좋아했어요.
저를 시집 보내시며
우리 어머닌
제가 이 꽃을 좋아한다고
이 꽃이 그려져 있는
그릇들로만 챙겨주셨어요.
그래서 제비꽃을 보면
어머니 생각도 함께 나요.
제비꽃은
여느 꽃들에 비해
작고 수줍어서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지만
제대로 볼 수가 있는 것이
꼭 저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비꽃의 잎사귀는 더욱이나 평범해서
꽃이 지고나면
다른 잎새들에 묻혀 보이지가 않아요.
그래 실상은 이듬해 꽃이 필 때까지
잊혀진 채 살아가지요.
하지만
하얗게 눈이 내린 어느 날
산길을 걷고 있었는데
무언가 파릇한 것이 눈에 묻혀 있는 것을 보았어요.
눈을 헤치고 보니
그게 바로 알록제비꽃 잎새여서
얼마나 감탄했었는지 몰라요.
3.
이제
제비꽃을 바라보면
부끄러움이 느껴져요.
결코
제비꽃을 닮지않은
자신을 깨달으면서...
하지만
파묻혀 보이지 않는다
아무도 눈여겨 보아주지 않는다
불평 한마디 없이
엄동설한, 그 혹한의 계절에조차
뜻을 굽히지 않는
제비꽃 초록 잎사귀를 닮았으면 좋겠어요.
또한
요란한 모양과 빛깔로
눈길 끄는 일 없이
가냘픈 듯 하면서도 위엄있게 피어나서
들여다 보는 이의 마음 속에
평생을 박여 사는
보라색 제비꽃을 닮았으면 좋겠어요.
제비꽃을 닮은 여인.
그게
바로 저였으면 좋겠어요.
어느 해인가 5월에...
어느 새
꽃들이 다 피었어요.
명자나무 빨강꽃은 이미 다 져버렸고
라일락과 하얀 조팝나무꽃도 져가고 있고
철쭉만 흰색과 자홍색으로 화사하게 피어 있어요.
동산에 올라가 보아요.
자칫 풀꽃들이 피어있는 모습을
놓쳐 버리겠어요.
어쩌면 좋아.
누가 풀을 다 베어버렸어요.
하지만 이곳을 돌아
저쪽 풀밭은 괜찮을지 몰라요.
어머! 정말 그러네!
조개나물꽃과 할미꽃이 아직 피어있어요.
보라색의 작은 꽃들도 보여요.
반가운 제비꽃들이 꽃밭을 이뤘군요.
제비꽃밭이 내려다 보이게
이만치쯤 앉아요.
어쩌면 낮은 언덕을
하나 넘었을 뿐인데
참 조용해요. 그죠?
해마다 봄이면 찾아오는
이 제비꽃밭.
양지바르고 조용해서
아늑함이 느껴지는데다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에
풀잎과 꽃들이 살랑이는
이 제비꽃밭에 있으면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어요.
2.
어려서부터 저는 사과나무꽃만큼
풀꽃들을 좋아했는데
이 제비꽃도 참 좋아했어요.
저를 시집 보내시며
우리 어머닌
제가 이 꽃을 좋아한다고
이 꽃이 그려져 있는
그릇들로만 챙겨주셨어요.
그래서 제비꽃을 보면
어머니 생각도 함께 나요.
제비꽃은
여느 꽃들에 비해
작고 수줍어서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지만
제대로 볼 수가 있는 것이
꼭 저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비꽃의 잎사귀는 더욱이나 평범해서
꽃이 지고나면
다른 잎새들에 묻혀 보이지가 않아요.
그래 실상은 이듬해 꽃이 필 때까지
잊혀진 채 살아가지요.
하지만
하얗게 눈이 내린 어느 날
산길을 걷고 있었는데
무언가 파릇한 것이 눈에 묻혀 있는 것을 보았어요.
눈을 헤치고 보니
그게 바로 알록제비꽃 잎새여서
얼마나 감탄했었는지 몰라요.
3.
이제
제비꽃을 바라보면
부끄러움이 느껴져요.
결코
제비꽃을 닮지않은
자신을 깨달으면서...
하지만
파묻혀 보이지 않는다
아무도 눈여겨 보아주지 않는다
불평 한마디 없이
엄동설한, 그 혹한의 계절에조차
뜻을 굽히지 않는
제비꽃 초록 잎사귀를 닮았으면 좋겠어요.
또한
요란한 모양과 빛깔로
눈길 끄는 일 없이
가냘픈 듯 하면서도 위엄있게 피어나서
들여다 보는 이의 마음 속에
평생을 박여 사는
보라색 제비꽃을 닮았으면 좋겠어요.
제비꽃을 닮은 여인.
그게
바로 저였으면 좋겠어요.
어느 해인가 5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