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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24시 편의점, 그 종교 같은

사은 2 1455
24시 편의점, 그 종교 같은 / 사은




편의점에는 없는 게 없어요 한 밤중에 내게 필요한 건 다 있어요

응급실 환자처럼 수혈이 필요할 때

나는, 지친 환자 마냥 24시 편의점으로 실려가죠

그리고 희망을 수혈 받는답니다. 그래서 편의점인가 봐요

그러는 편의점에서도 김밥부스러기 같은 봉투 값 20원은 받는답니다.



24시 편의점엔 형광 불빛이 종교처럼 너무 밝아요

그곳에 가면 금방 내 마음이 환해지거든요

이 도시의 유일한 등대는 24시 편의점이랍니다.

어둔 밤에 길을 잃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길을 묻기도 하니까요



김밥 같은 것, 삶은 달걀 같은 것, 때로는

뜨거운 국물로 언 속을 풀어 주는 사발 면 같은 것이

배고픈 사람들에게는 위안이 될 때가 있답니다. 먼데 있는 친구보다

그래서 나는 밤에 시를 쓰다 출출해지면 24시 편의점으로 가지요



여전히 편의 점 불빛이 밝네요. 이 허기진 세상에서

내 배를 채워주는 것은 편의점의 김밥이거나

사발 면이거나 어묵인지도 몰라요 ―

나는 저 밝은 편의점 속에서 이 어둔 세상으로 나오면서

누군가의 허기진 외로움을 채워줄 그런 시(詩)가 쓰고 싶어졌어요.












2004년 새해 첫 시 늘 푸른 제주에서 사은 김광선 시인 목사








2 Comments
바다 2004.01.05 14:25  
  사은님!
제주시의 24시 유일한 등대 편의점
어둠과 외로움이 가득한 밤바다의 등대는 모든 이의 희망일진데
편의점이 등대 구실을 한다는 것을 님의 글을 읽고야 깨달았습니다.
24시간 불을 밝히는 등대 편의점 공감이갑니다. 감사합니다
별헤아림 2004.01.29 13:10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저도 글에 나오는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값은 좀 비싸지만 깜깜한 밤, 모두기 빗장을 걸고 있어도
불빛 환한 곳, 문을 열면 어서 오라고 인사하며 반기는 곳..
그곳 에서 게으른 탓에 장 못 봤을 때... 쌀도 사고, 두부도 사고,..
이튿날 아이들 소풍간다는 말 듣고도 깜박했을 때 지장 없게 해 주던 곳....
<등대>입니다. 도시의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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