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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지 못한 노래, 불러보고 싶은 노래

바다 12 1743
부르지 못한 노래, 불러보고 싶은 노래

며칠 전 오랜 친지들을 만나 오후 한나절을 함께 보내면서 해질녘 내소사를 방문했다.
전국의 유명한 사찰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경관이 수려한 명당자리에 사찰이
들어있어 거기서 수도를 하는 스님들의 기도소리에 그 곳을 찾는 순례자들도 깊은
신심이 저절로 우러나오고  더불어서 마음의 묵은 때를 다 벗고 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경내를 두루 살피면서 약 1000년을 넘게 산 느티나무를 보고 우리 인간도 사랑하는 사람
들과 저 느티나무처럼 1000년 가약을 누릴 수는 없는지 욕심을 버려야 할 경내에서 부질
없는 욕심을 가져본다

 신록이 지쳐 검푸르기까지 한 푸른 유월,
산사의 터널 진 숲이 저절로 노래를 부르게 한다.
그 중에 한 친구가 '산길'을 부르자고 제안한다.

금방이라도 잘 외워 부를 것처럼 다 함께 부르기 시작하건만 어느 누구도 자신 있게 부르
지 못하고 노래는 중간에 자꾸만 끊기며 짜깁기하듯 더듬더듬 겨우 부르지 않는가? 
청산에 살리라, 산,토셀리의 세레나데도 마찬가지였다.

나이탓일까?
아니다. 우린 가슴이 20대이기 때문에 나이는 상관이 없었다.
부를 기회를 자주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옳을 것이다.

일행 중에 난  명색이 가곡사랑 동호회원이면서 제대로 외워 부르는 가곡이 몇 곡이나 되는
지 부끄럽기까지 했다. 그러고 보니 작년 여름에 후쿠오카로 가는 카멜리아호 선상에서
부산항을 출발하는 순간 뱃전에 서서 '떠나가는 배'를 부르다가 그만 가사를 잊어버리고
콧노래로 흥얼거리고 말았던 기억이 새로웠다.

아이들에게 교과서에 나온 노래도 외우지 못하느냐고 핀잔을 준 내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보게 한다. 요즘 사람들은 언제부터인가 노래방 문화에 익숙해서인지 바빠서인지  외워 부르는
 일에 익숙하지 못한 거 같다.

집에 돌아와 여유로운 시간에 박태준님의 곡 '산길'을 바리톤 황병덕님의 목소리로 들어보니
어느 때 보다도 정겹게 다가오는데 거실에서 이 노래를 듣던 남편이 바리톤의 목소리가 너무
좋다며 옆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그러면서 바리톤의 노래만 골라 녹음해서 주라고 한다 .
아내로서 그것 하나 못해주겠는가?

우리 가곡 중에는 부르고 싶은 노래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
그 날의 분위기,날씨, 장소,  만나는 사람, 계절에 따라서 부르고 싶은 아름다운 노래가
이 '내 마음의 노래' 방에 다 있는 것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오늘>을 (박정희 시 한성석 곡 )
뽀얗게 피어난 오늘을 위하여
터지게 익어온 보랏빛 아쉬움...

투병 중에 있거나 입원한 친구에게는 <목련화>를 (조영식 시 김동진 곡 )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마음 속에 그리움이 사무쳐 올 때는 <초록빛 그리움>을( 김명희 시 김진우 곡 )
나의 작은 가슴에 자라나는 그리움
잡초처럼 자라나는 그리움에 뿌리를.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쓰고 싶을 때는 <이 그리움>을 ( 오세영 시 오숙자 곡)
푸르른 봄날엔 편지를 쓰자
이 그리움 시로 써서 멀리 보내자....

 달 밝은 가을밤에 그리움에 젖어 그대가 올 것만 같을 때
<그리움>을(송문헌 시 김동환 곡)
달빛이 흐르는 밤 적막한 어둠 속에
뒷동산 어디선가 소쩍새 구슬프다...

기분전환을 하고 싶을 때는 <새 날>을 (김경희 시 임준희 곡)
가슴 활짝 열고 하늘을 바라보면
새 하늘이 새 날이 눈부시게 다가선다.....

내 마음 속에 외로움과 그리움이 공존하여 그 걸 당당하게 받아들이고
 싶을 땐 모진 바람에도 결코 스러지지 않는 <갈꽃>을( 허윤정 시 오숙자 곡)
내 마음 속엔 한 외로움이 늘 살고 있네
내 마음 속엔 한 그리움이 늘 살고 있네....

하얀 눈이 말없이 내리는 날은 나는 산길을 홀로 걷는 나그네 되어 <눈>을(김효근 시 곡)
조그만 산길에 흰눈이 곱게 쌓이면
내 작은 발자욱을 영원히 남기고 싶소....

성스러운 사랑을 노래하고 싶을 때는 <사랑은>을(조병화 시 유신 곡)
사랑은 아름다운 구름이며
보이지 않는 바람 사람이 사는 곳에서 돈다...

오랜 세월 사랑하면서도 수많은 갈등을 겪으며 살다가 어느 날 문득
내 영원한 반려자 당신을 만나게 해 주심에 감사 드리며 둘이서 부르고 싶은 노래
<사랑의 노래>를 (박수진 시 김애경 곡)
나는 눈 하나, 날개 하나인 외로운 새
나 혼자선 저 하늘을 날아갈 수 없어요....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는 이것만이 아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런 수많은 우리의 노래 정다운 가곡 '내 마음의 노래'를
우리 가곡사랑 동호회원들과 테마별로 기획을 해서 자연을 벗삼아  해변이나 강변,
아름다운 산,  숲길을 걸으며 부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테마가 있는 가곡사랑 동호회 모임!
그 날은 저 멀리 캐나다에 canada rocky이신 권 선생님도 미국의 LA의 남가주 언니도
오셔서 정다운 우리 가곡 '내 마음의 노래'를 함께 부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언젠가는 그런 날이 필히 올 것이라 믿으며...

나는 다시 홈을 열고 '산길'을 부르며 내 오랜 친지들과 함께 내소사 그 터널진 숲길을 걷는다.



12 Comments
꽃구름피는언덕 2003.06.19 18:37  
  저도 동감입니다.
바위 2003.06.19 19:23  
  新 雷 (신뢰)

造物無言却有情 (조물무언각유정)
每于寒盡覺春生 (매우한진각춘생)
千紅萬紫安排着 (천홍만자안배착)
只待新雷第一聲 (지대신뢰제일성)

대자연 말없으되 다 생각 있어
겨울 가면 봄이 온다네
울긋불긋 별의별 꽃 다 마련해 두고서
우르릉 천둥소리 한번 울리기만 기다린다네.

오숙자 2003.06.19 21:16  
  늘~ 푸른 바다님!

갖가지 사연들이 노래속에 담겨있네요,
합쳐보면 종합 오페라 인듯 싶어요.

바다님은
산사속에 풍경에서,
남들이 볼 수 없는것을 보며
남들이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듣고
각기 다른 노래 속에서
풍부한 감성으로
또 다른 자신의 언어를 창출 해내는 위력이 있어요.

이처럼 테마가 있는 노래 사연 따라
어느 곳이든 여행할 수 있고
어느 누구든 그리워 할 수 있어서
행복 하지요.

바다님의 아름다운 시적 감성과
번뜩이는 창의력에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평화 2003.06.19 23:23  
  바다님! 그리운 분들을 만나 아름다운 추억을 지으셨군요.
며칠전에는 미리내형님께서 남편분과함께 부산엘 다녀가셨답니다.
한밤중에 역에서 만나 두손을 부여잡고 어린아이처럼 참 신났었지요.

광안리 해변을 달리며 광안대교도 보여드리고 해운대 달맞이 고개에 있는
'언덕위의 하얀집에서' 아이스크림도 먹고 그리고 늦은밤 친구분이 사시는
곳에 모셔다드리고 집으로오니 밤 12가 넘은 시간이더군요.

그래도 내마음의 노래에서 맺은 소중한 인연인지라 너무 기뻤답니다.
언젠가는 바다님과의 아름답고 행복한 해후속에 우리 가곡을 부를날도
있으리라 꿈꾸어봅니다.

바다님! 늘 건강하시고 즐겁고 보람된 나날속에서 아름다운 추억
많이 엮으시기를 바랍니다.
바다 2003.06.19 23:36  
 
아름다운 평화님!
언젠가는 평화님이랑 손맞잡고 아름다운 가곡을 테마별로
부를 수 있는 날이 오리라 생각한답니다.

평화님의 그 아름다운 목소리로  오 교수님의 '혼자 우는 그 바다'를 
같이 부르며 해운대 앞바다를 걸을 날이 있겠지요

오늘도 캔바스 앞에서 화가의 걸으신 평화님께 늘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길!
남가주 2003.06.20 05:22  
  깊고 푸른 바다님!

너무나 아름다운 정경들이
마치 보고 들리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바다님의 정성스런 마음과  함께한
친지님들과의 정겨운 모습.....
참 행복한 모습 역시 보이는듯 합니다.

아름다운 사연을 얘기하는 아름다운 노래속에
함께 여행하며, 함께하는날...

상상속에 지금도 여행하고 있답니다
엠프랜 2003.06.20 10:41  
  당신을 가곡사랑 홍보대사로 임명합니다~! 땅~땅~땅~!!!

어쩜~
너무나 친절하게 음악을 선곡해 주셨네요

저도 지금 산길을 듣고 있어요
정말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입니다

눈을 감고 바다님과 내소사를 걸으면서 산길을 함꼐 노래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항상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시고  마치 우리가 그곳에 있는것같은 상상이 들만큼
자세히 일러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오늘은 바다님 덕분에 내소사의 향기를 느낍니다
바다 2003.06.20 10:47  
  엠프렌님!
언젠가 한번 함께 그 길을 걸을 수 있게 초대할게요.
그 날은 가사를 제대로 외워서 함께 불러보고 싶네요.

아이들  렛슨하느라 바깥 여행은 접어두고 계시지만
제가 초대하면 한번쯤 휴강하고 달려오시지 않을래요?

그 쪽은 내소사만 좋은게 아니랍니다. 가 볼 곳이 너무 많아요
언젠가 함께 할 날을 기다리면서 늘~ 행복하시길...
벽악(碧嶽) 2003.06.20 16:14  
  내소사(來蘇寺)!  청정한 산정과 소박한 애정이 어울리는, 일주문을 지나
하늘을 찌를듯한 전나무 숲길.    일하기를 좋아하시고,회갑때는 가상여로
장례식을 치르시고, 제사는 생일날 지내라고 말씀하셨던, 아직도 30여년전의
해안(海眼)스님의 자취가 남아있는 내소사(來蘇寺).......

내마음의 노래!  동호회의 비약적인 발전에 경의를 
5월정모, 11월정모.  정기모임은 언제쯤이나
순수함속에서의 교류와 애정을 그리면서......


바다 2003.06.20 16:42  
  벽악님!
안녕하세요?
오랫만에 뵙습니다. 이렇게 기쁜 소식을 전해 주시니
강화도 석모도의 보문사 부처님의 미소를 닮은 벽악님 얼굴이 떠오르는군요

앞으로 내 마음의 노래 동호회원들이 이렇게 모임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올렸답니다. 내소사는 벽악님 고향과 가까워 더욱 정겹게 느껴지더군요

저도 가까운 시일 안에  정기 모임 소식이 오기를 기다리며
벽악님 뵐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동심초 2003.06.20 23:46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
 어여쁜 초록빛 손~이 되지요.

 바다언니를 그리워 하는 그 마음 만으로도
 이미 온몸 마디마디에 싱그러움이 쫘~악 흐르는데
 이다지도  아름다운 픙경속에 잠시나마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해 주셔서 삶의  찌든 때가 다 벗겨져 버렸어요

 정말 언젠가는 아름다운  내마음의 노래 식구들과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우리 가곡을 실컷 불러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저도 손꼽아 기다려 보렵니다

 그런데요 내소사는 어디에 있는 절인가요?
 엠프렌님 그대는 아시나요?
송문헌 2003.06.21 17:22  
  바다님도 절을 다녀오셨군요. 늘 오월의 신록처럼 순수할것만같은 동호인들... 바다님, 오숙자교수님, 평화님, 백악님, 동심초님, 꽃피는 언덕님, 그리고... 어느새 그리운 모습으로 화안하게 다가 옵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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