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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일본을 오가는 숨 막히는 전화 사랑

김형준 11 766
전화로 나눌 사랑 밖에 남지 않아 전화로 사랑한다.
사랑이 뭐냐고 묻지를 마라. 이미 다 지나간 이야기이다.
이름도 바꾸고, 신분도 바꾸고, 장소도 다 바꾸었다.
그렇지 아니 하고는 다신 사랑을 나눌 수가 없으니까.

파리에 있는 그 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10년이란 긴 망설임 끝에 한 마디 한 것이 '으음! 아아!'였다.
그렇게 전화 사랑은 시작되었다.
그것도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진 모르겠다.

격렬한 아픔을 주고 받으면서 헤어졌었다.
다리는 완전히 불타 버렸고, 강물은 불어 넘쳐 흘렀었다.
점점 더 멀어져 가던 강 위의 뱃속에서 전화 사랑을 생각해냈다.
배신감과 증오, 복수심 등도 다 흐르는 물 위로 떠내려 보냈다.

전화로 나누는 육체 사랑, 정신 사랑.
그것이 과연 얼마나 진실하고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파리발-동경착, 동경발-파리착
그 먼 거리를 전화선에 매달려서
목소리로만 상대방을 확인하고자 애쓴다.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야 하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Comment ca va?'
'Bien! Et tu?'
'Tres bien!'

불어로 이어지는 애뜻한 전화 사랑이 펼쳐지고 있었다.
서로 너무도 잘 아는 처지인데 모른 척 할 수 밖에 없었다.
과연 파리에 있는 그 사람도 동경 사람이 누군지 모르고 있단 말인가.

때론 말을 거의 나누지 않는다.
사랑하기에 바쁜 까닭이다.
각자의 방식대로 그 먼 거리를 사이에 두고 사랑을 한다.
나는 나를, 또 너는 너를...
허나 안다 그것이 상대방에 대한 끊임없는 염원과 안타까움을 담은
처절한 깊고 지순한 사랑 행위인것을.
11 Comments
김형준 2007.06.02 18:22  
  얼굴을 보는 것이 때론 심히 불편할 경우도 있다.
차라리 전화로 목소리만 듣는 것이,
아니 편지로 생각만 전달하는 것이 더 좋은 의사 소통 수단일 때도 있다.

그것도 힘든 날에는
마음 속에 그려 놓은 그 사람의 기억 흔적을 더듬으며 운다.
김형준 2007.06.03 21:59  
  그녀는 자꾸만 외로워 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해가 넘어갈 때마다
그토록 먼 거리를 떨어져 있다는 것이 그녀를 미치게 만든 것 같다.
어차피 같은 민족도 아니고, 그렇다고 서로 살아온 환경이 유사한
것도 아니었는데도 왜 그리 내게 집착을 했던 것일까. 어차피 큰
정점에서 상상 못할 폭발음을 내며 떨어져 나갔으면 자신이 속한
그룹에서 다른 사랑할 대상을 찾아 보면 될 것 같은데 말이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잊을 수 없는 사랑도 더러는 있는 것 같다.
애타게 찾고 또 찾고 그러다간 다시 새로운 사랑의 대상을
물색하기도 하고, 다시 가버린 그 사람을 또 못잊어서 운다.

김형준 2007.06.03 23:57  
  남을 괴롭히는 사람을 너무 오래 그렇게 하기 전에
반성을 하고 그만 두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도 사랑의 표현이라고
한다면 참 어처구니는 없지만 할 말이 별로 없다.
허나 사랑한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 자꾸 남을 상처 입히고,
힘들게 하는 것은 대단히 미성숙한 행위이자, 잘못된 것이라 믿는다.

상대가 누구인지를 잘 이해하고 해야한다.
인내는 대단히 좋은 덕목이지만 도가 지나치면
점잖은 체면에 구김살이 많이 가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사랑도, 미움도 아닌 그저 무관심만을
상으로 받게 될 수도 있다.
정영숙 2007.06.04 09:39  
  세월은 망각을 하도록 조직을 해 두었지요. 전화사랑이 무관심으로 갈때가 옵니다. 가슴아픈 이별이네요.
김형준 2007.06.04 10:36  
  망각이란 축복이 주어져 있지 않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미치게 되겠지요.
큰 상처와 괴로운 기억을 늘 간직하고 사노라면
도저히 견디어 낼 수 없는 경우가 많은 테니까요.
미치는 것이 어찌보면 더 나은 것일까요.
그렇지 않으면 삶을 스스로 끝내는 슬픔을
겪을 수도 있으니까요.

무관심으로 가는 길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그토록 먼 거리를 통신의 다리로만 연결된 채
완전히 꺼진 줄 알았던 사랑의 불씨를
두 곳에 다 피우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이젠 다시 만날 가능성도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사랑이라고 불러주어야 하겠지요.
친한 어떤 사람이 한 잔 마시고 늘어놓은 넋두리입니다.
김형준 2007.06.05 03:12  
  전화 사랑은 그것으로 시작해서 그것으로 끝나야 한다.
전화 밖으로 튀어 나와서 off-line식의 사랑을 하려다간
곧 비극으로 끝나 버리고 말 것이다.
애석하기는 하지만, 너무도 제한적이긴 하지만
그것도 그 나름대로 romanticism이 있을 법도 하고,
서로가 그것 속에서 최소한의 만족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얼굴을 맞대고 잠시 즐기다가 곧 헤어지는 관계 보다는
오히려 더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김형준 2007.06.06 09:16  
  세상에는 너무도 많은 종류의 사랑이 존재한다.
떠나려 해도 떠날 수 없고, 미워하려 해도 미워할 수 없는
그런 인연은 과연 좋은 것인가, 아니면 그저 비극일 뿐인가.
사랑은 우리를 즐겁게 해주기도 하고, 괴롭게도 하지만
사랑이 없는 인간의 삶은 무의미한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우리에게 큰 목적을 허락해 준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올라야 할 멋 있는 산을 보여 주고,
넘어가야할 커다란 바다를 그려 주어 삶에 방향을 제시해 준다.
김형준 2007.06.07 01:48  
  강을 건너니 또 다시 먼 거리에 산들이 보였다.
거리가 멀어서 그랬을까. 산들이 그리 높게 보이지 않았다.
산에 점점 더 다가갈 수록 산들의 높이가 실감나지 시작했다.
산기슭에 서니 인간의 존재가 너무나도 작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미 많은 산들을 넘고, 바다를 건너고, 넓고 긴 평야들을 거쳐,
다시 강을 건넜는데 또 산을 넘어가야 하는 것이다.
한 편 한심한 생각이 들면서도 그래도 스스로가 대견스럽기도 하다.
인생이란 단순하면서도 매우 복잡한 과정을 꾀를 내어
피해서 갈 생각만을 하지 않고, 묵묵히 가야 할 길을
잘 참고 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시 산과 산을 넘고, 들과 들을 건너
내가 들어가야 할 그 아름다운 성에 도착해야 겠다.
오늘도 다시 조그마한 빛이 동쪽 바다에서 떠오르고 있다.
김형준 2007.06.08 02:03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시로 풀어 내달라고 한다.
왜 다른 이가 자신에 대해서 쓴 사랑의 노래를 듣고 싶어 하는가.
거침없이 써내려 가야할 그것을 완성하기 위해 잠 못 이룬다.
불후의 명작이 되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그런 글이 되든
그것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되지 못한다. 대상이 되는 이가
기뻐하면 그것은 그 목적을 다 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읽는 사람 모두가 자신의 사랑에 대한 기억을 되찾을 수 있고
감동 받아 눈물 흘릴 수 있는 그런 글 말이다.
김형준 2007.06.08 12:20  
  그대를 위해서 난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그대를 위해서 난 무엇을 드릴 수 있을까.
그대를 위해서 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대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은데 힘이 별로 없어 안타깝다.
그저 사랑의 마음만 귀한 향기 나는 꽃으로 묶어 드리고 싶다.
김형준 2007.06.11 01:26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 무엇을 아낄까. 아낄 마음이 생긴다는 것은
아마도 진심으로 사랑하는 감정이 덜 하거나 아예 없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생존이란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사랑에 all-in
하는 것이 때론 우매하게 보일 때도 있다. 사랑은 움직인다고
어느 광고가 말해 주고 있다. 허긴 요즘의 결혼-이혼-재혼이
성행하는 시대, 그렇게 해도 그다지 불편하거나 부끄럽지 않은
사회 상황을 보다 보면 그 광고 Copy가 완전히 틀리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재정적인 자유가 억압과 굴레 하에서
완전히 종속 관계와 같은 결혼 생활은 참고 싶지고, 참을
필요도 없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 외에도 다른 여러 가지
사회적 요소들이 작용하고 있다.

50년이 가도 끄덕이 없는 그런 사랑은 어찌보면 지루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참 기적에 가깝게 보이고,
눈물이 나도록 감동적이다.

'어떻게 짧은 인생을 사는 사람이
그토록 오래 동안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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