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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너무 예뻐요.

나리 4 1289
잔뜩 부풀은 철쭉나무 밑으로 올망졸망 제비꽃이 한창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꽃반지를 만들어 딸아이 손가락에 끼워주고,
이내 나의 둔탁한 손가락에도 끼운다.
이 나이에 웬 꽃반지?
하지만 보랏빛 작은 꽃에 마음을 빼앗긴 나는 그저 흐뭇하기만 하다.

마침 옆을 지나가던 예닐곱 살 여자아이들이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다가
"아줌마 나도 해줘요!" 하며 하얀 손을 내민다.
"응! 그래 이리와 봐. 자-- 손 내밀고--    옳지!  참 예쁘지?!"
"와--! 참 예쁘다!!!"
손을 들고 좋아라 깡총거리며 가던 아이는 울 것 같은 얼굴로 금방 되돌아온다.
"아줌마! 망가졌어요"
"그래 다시 해줄게. 원래 이 반지는 잠깐 동안만 하는 거야"
친구들까지 불러서, 연신 되돌아와 다시 해달라는 아이들 틈에서 나는 마냥 행복하다.
그런데 한 사내녀석이 내게 다가와서는
"아줌마! 꽃 꺾으면 나쁜 사람이에요!"
"음--- 이제 그만 할게"

이 마음을 어떻게 설명해주랴---

"저 여자 애들은 이다음에 커서 제비꽃 반지를 기억할까?? 

자신의 딸에게 예쁜 풀꽃 반지를 만들어 끼워 줄까??"

흩날리는 목련꽃잎으로 차를 우리어, 그윽한 향기를 마신다.

이렇게 봄의 한 가운데 서서, 나는 또 다시 행복해진다.

4 Comments
바다 2003.04.08 10:13  
  그대가 보낸 봄

가는 봄이 아쉬워
나리가 보내온
목련꽃잎차 한 잔

남이 볼새라
살짝 꺾어
다칠새라
살짝 씻어

저처럼 흰 잔에
한 잎씩 띄운다
목련을 띄운다
나리를 띄운다

뜨거운 물을 부어
목련을 마신다
봄을 마신다
나리를 마신다

그대의 향기에
어느 새 나는
날개 달린
아주 예쁜 봄처녀
음악친구 2003.04.10 09:41  
  옛날에 나도 하얗고 동그란꽃을 두개 엮어서 반지를 만들어 끼던 생각이 납니다

자연속에서 사시는 나리님과 예쁜 딸, 그리고 동네 꼬마들~
그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자연을 이룹니다

참보기 좋아요  ^.^
나리 2003.04.10 13:09  
  네, 음악친구님!

아마도 토끼풀 꽃 인것같군요.

그 꽃반지도 참 예뻐요. 아주 소담스럽지요.^*^
신재미 2003.04.11 07:27  
  바다님의 "그대가 보낸 봄"  이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신 분과  잘 어울리는 시네요
시는 제가 빌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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