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에
초등학생시절 해마다 이맘때 쯤이면
동네사람들이 울력으로 동네 뒷산에서 나무심기를 했다.
우리집에서는 큰아들인 내가
출타가 잦으셨던 아버지를 매번 대립(代立)했다.
그 때는 나무심기를 '사방공사'라고 불렀는데
그 것을 왜 식목이나 식수라 부르지 않고 그렇게 부르는지 의아했다.
그 말이 '산사태 방지 공사(山沙汰 防止 工事)'의 준말일 것이라는
생각에 이른 것은 중학생때였다.
중학생 때 식목일에는 삽을 들고 등교를 하여
읍내 주변의 조금은 듬성듬성 바닥을 드러 낸 산에서 식목을 했는데
나무 심을 구덩이를 파 내려가다가
미처 녹지 않은 얼음덩이에 삽이 부딪혀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동네 주변의 산을 올라 가면서 두 아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따스한 4월에 그 것도 남쪽지방인데 그랬겠느냐는 듯이
애들은 믿지 않으려는 기세이다.
하기야 자연이 무엇인지 모르는 도시애들이니 당연히 그렇겠지.
산에 오르면서 보니
푸른 잎새들의 경쾌한 빛살이 옅푸른 색깔이기에 더욱 정겹다.
줄기마다 기지개를 켜고 생명의 노래를 부르는 그 물기운들.
모두가 경이롭다.
푸른 능선이 갈기를 세우고 새생명의 약동을 노래하기 시작하자
자그마한 계곡에서는
풀꽃들이 망울을 터뜨리는 소리들로 화답을 하고 있다.
산등성이 여기저기에 진달래꽃들이 환히 웃고 있다.
겨드랑이를 간지럽히는 곰살궂은 바람은
이미 엊그제의 바람과는 그 질감이 다르다.
새색시 손길처럼 보드랍고 솜사탕 처럼 달콤하다.
그래서일까 기분이 상쾌하고 걸음은 경쾌하기만 하다.
내가 나무가 된 것도 같고 산의 일부로 혼융된 것도 같다.
마음이 까탈스러움을 벗고 넉넉해짐을 입는듯 했다.
나는 인자(仁者)는 커녕 인자(忍者)도 못되는데도
인자요산(仁者樂山)이라는 말이 가슴에 다가온다.
정상에 올라 얼굴에 맺힌 땀을 식히면서 산 아래를 굽어 보니
마치 현대들이 겪는 삶의 어두운 조각들이 운집한 것같은
잿빛 운무가 도시 상공에 을씨년스럽게 드리워져 있다.
내 가슴 속의 모든 울혈도 거기에 떠 있으리라.
내려오는 길의 발걸음도 새소리 만큼이나 경쾌하기만 하다.
상큼한 꽃향기가 뇌리에 까지 가득하여
청량한 공기에서 미역감은 듯하다.
도시 입구에 들어 와 뒤돌아 보니 산은 어머니처럼 웃고 있었다.
<김홍철-아름다운 베르네 산골>
동네사람들이 울력으로 동네 뒷산에서 나무심기를 했다.
우리집에서는 큰아들인 내가
출타가 잦으셨던 아버지를 매번 대립(代立)했다.
그 때는 나무심기를 '사방공사'라고 불렀는데
그 것을 왜 식목이나 식수라 부르지 않고 그렇게 부르는지 의아했다.
그 말이 '산사태 방지 공사(山沙汰 防止 工事)'의 준말일 것이라는
생각에 이른 것은 중학생때였다.
중학생 때 식목일에는 삽을 들고 등교를 하여
읍내 주변의 조금은 듬성듬성 바닥을 드러 낸 산에서 식목을 했는데
나무 심을 구덩이를 파 내려가다가
미처 녹지 않은 얼음덩이에 삽이 부딪혀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동네 주변의 산을 올라 가면서 두 아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따스한 4월에 그 것도 남쪽지방인데 그랬겠느냐는 듯이
애들은 믿지 않으려는 기세이다.
하기야 자연이 무엇인지 모르는 도시애들이니 당연히 그렇겠지.
산에 오르면서 보니
푸른 잎새들의 경쾌한 빛살이 옅푸른 색깔이기에 더욱 정겹다.
줄기마다 기지개를 켜고 생명의 노래를 부르는 그 물기운들.
모두가 경이롭다.
푸른 능선이 갈기를 세우고 새생명의 약동을 노래하기 시작하자
자그마한 계곡에서는
풀꽃들이 망울을 터뜨리는 소리들로 화답을 하고 있다.
산등성이 여기저기에 진달래꽃들이 환히 웃고 있다.
겨드랑이를 간지럽히는 곰살궂은 바람은
이미 엊그제의 바람과는 그 질감이 다르다.
새색시 손길처럼 보드랍고 솜사탕 처럼 달콤하다.
그래서일까 기분이 상쾌하고 걸음은 경쾌하기만 하다.
내가 나무가 된 것도 같고 산의 일부로 혼융된 것도 같다.
마음이 까탈스러움을 벗고 넉넉해짐을 입는듯 했다.
나는 인자(仁者)는 커녕 인자(忍者)도 못되는데도
인자요산(仁者樂山)이라는 말이 가슴에 다가온다.
정상에 올라 얼굴에 맺힌 땀을 식히면서 산 아래를 굽어 보니
마치 현대들이 겪는 삶의 어두운 조각들이 운집한 것같은
잿빛 운무가 도시 상공에 을씨년스럽게 드리워져 있다.
내 가슴 속의 모든 울혈도 거기에 떠 있으리라.
내려오는 길의 발걸음도 새소리 만큼이나 경쾌하기만 하다.
상큼한 꽃향기가 뇌리에 까지 가득하여
청량한 공기에서 미역감은 듯하다.
도시 입구에 들어 와 뒤돌아 보니 산은 어머니처럼 웃고 있었다.
<김홍철-아름다운 베르네 산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