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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머니! ...............(끝)

靜 軒 7 907


<어머님의 정성>
삼 사년 입맛이 없어 식사를 제대로 못할 때 어머님께서 얼마나 저를 위해 수고하셨는지 몰라요. 

봄에 어머니께서 돌나물을 뜯어오셨는데 열무를 넣어 담근 돌나물 물김치가 신토불이에서도 토종, 원조에 가까운 제 입맛을 즐겁게 해 주었어요.
저는 그 물김치를 너무너무 잘 먹었어요.
저나 잘 먹을 양이지 여름에 저의 집에 오시는 손님들에게까지 그들의 기호를 고려도 않고 냉면을 말아 드시게 하면서 좋아라 했어요. 
제가 하도 잘 먹고 그런 걸 먹고 힘을 내니 어머니께서 아주 열심히 돌나물을 뜯어 오셨어요.
이른 봄부터 여름까지 (돌나물에 꽃이 폈어도 괜찮다고 하시더군요.) 길 가다가도 보이면 뜯어 오시고, 누구네 집 마당에 있더라시며 뜯어 오시고, 심지어 남한산성까지 가셔서 바위를 덮은 돌나물을 걷어 오시다시피 하시므로 돌나물을 여러 해 동안 들어 나르셨어요.

저는 어떤 야채든 먹어보면 물맛과 단맛을 금새 구별해요.
당시는 제 입맛이 유독 더 까탈스러웠어요.
그래서 압구정동 모백화점에 들어가는 최고의 품질의 유기농 채소라도, 제 아무리 각각의 다른 이름을 붙여 놓았어도 싱거운지 단맛이 있는지를 금새 구별할 수 있었어요. 한참은 저의 가족들이 그런 곳에서 야채를 사올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중지시켰어요. 비싸기만 했지 맛이 그게 그거였어요.
저는 그런 것들보다 햇빛 맞고 비 맞고 자란 채소 또 돌나물을 좋아하고 먹고 싶어하고 그것들을 먹을 때 힘을 얻을 수 있었어요.

            저는 사람들이 좀 덜 욕심을 내서 사는 세상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요.
            그러면 4계절 식품을 한꺼번에 재배하거나 판매하는 일도 없을테니 말이에요.

암튼 돌나물을 시작으로 어머니께서는 제 입맛을 돋게 해 주시려 얼마나 애쓰셨는지...
식초에 삭힌 고추를 양념해서 묻혀 먹는 걸 좋아해서 또 얼마나 많은 고추를 얻어 오셔서 삭혔는지...
미나리를 데쳐 된장에 찍어 먹고 싶어해서 어머님 아시는 분의 미나리깡에서 얼마나 얻어 오셨는지....
시레기 된장국을 좋아한다고 저녁나절 가락시장에 가셔서 버려진 무우청을 주어 오시고....
누구네집 밭에 시금치가 있다고 또 무엇이 있더라고 얻어 오셨어요.
........................ !!!!




<다시 태어나도 어머님의 며느리로>
그렇게 수 년을 저를 먹이시느라 수고하신 어머님께서는 제가 수술을 받던 날 제 옷가지와 신발을 만지시며 한없이 슬피 우셨대요.
그 얘길 전해 들었을 때 저는 또 감사의 눈물을 흘리구요...

그러나 이제, 어머님께서는 고향으로 내려가셨어요.
지난 27년을 끝으로.
주위에서들 어머님께 너무나 잘들 해 주시고 어머님 역시 늘 자유롭고 싶기도 하셔서 혼자 계시는 것을 좋아하세요.

그러나 저는 어머님께 가져다 드릴 육개장을 끓이면서도 눈물이 나고 어머님의 옷가지를 챙기면서도 눈물이 나고 어머님과 헤어져 오는 길에도 눈물이 났어요.  제 마음은 그저 어머님과 함께 사는 것을 좋아했었나 봐요.

생각하면...
철없어, 그간 얼마나 많은 근심을 드리며 사시게 했는지, 얼마나 감당하시기 힘든 시간들을 가지시게 했는지, 생각나는 것이라고는 그저 제가 잘못한 일들 뿐이네요.
어머님을 생각하며 처음으로 어머님과 관련된 글을 하나 지어 보았어요.
이게 단 하나의 어머님에 대한 저의 기록이에요.

이번만큼 제가 시인이고 싶었던 적은 없었어요.
이것만큼 정말 잘 지어보고 싶었던 적도 없었어요.
그래서 책을 뒤적여 가면서 낱말을 찾아 가면서 지어 보았어요.
그러나 제 마음처럼 표현할 수 없어 너무나 안타까왔어요.

비록 모자란 마음, 생각, 표현이라 해도 저의 어머님께 이 글을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이렇게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머님. 다시 태어난다 해도 저를 어머님의 며느리로 받아 주세요."

라구요. 



<어머님>


떠나올 제 안아보니 한 모숨 구름이다
짧아진 남은 세월 기약조차 없다보니
느꺼움에 눈물이 앞을 가리더이다.

대쪽같이 곧은 성미 맑고 차던 그 응대
그 열기 간 데 없고 흐려만 가는 모습
이제는 그 서슬이 외려 그리운지고.


눈 거친 며느리나 행여 살려 볼쎄라
이 푸성귀 저 뿌리로 하냥 먹이우시다
끝내 피 묻은 옷가지 안으시고 슬피우신 어머니.

어머님!  그 은혜를 어찌 잊으오리까!


까마귀 자라서 늙은 어미 봉양한다
반포지효라 효의 귀감 삼거늘
하물며 인간으로 안갚음이 어려워라.

오늘 저 달빛 드는 가을 뜨락에 내려
계신 곳 하늘 향해 문안 여쭈옵나니
어머님!  부디 만수무강 하옵소서.







모숨: 가늘고 긴 물건의 한 줌 정도의 분량.
느껍다: 어떤 느낌이 가슴에 사무치게 일어나다.
눈거칠다: 하는 짓이 보기 싫고 마음에 들지 아니하다. 
열기: 눈동자에 나타나는 정신의 담찬 기운.
안갚음: 어버이 은혜를 갚음.   
 

7 Comments
靜 軒 2005.10.13 12:16  
  안녕하세요?  정헌입니다. 
여기에도 음악얘기를 담고 싶었는데 지루한 얘기를 어서 끝내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하질 못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어떤 노래를 싣고 싶었는지 말씀드리고 싶어요.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내 마음에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고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란도란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에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김영랑 시의 이 곡입니다.^^ 
 
깊어가는 가을,  물들어 갈 아름다운 잎사귀마냥 여러분의 생활도 적색과 자색, 갈색, 황색, 오렌지색 등등의 고운 색깔들로 물드시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한낮 허름한 사람의 살아온 날 얘기를 읽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다시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안녕히계십시오.



바다님.
이 글을 보시게 될까요?
이번에 지으신 <그대 내 편지를 받거든>...그간의 바다님이 지으신 어떤 시보다 제가 감동을 받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유는 이 시가 한 개인이 가진 느낌이나 감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일, 행복한 일에 동참하길 권유하는 ... 그러므로 혼자가 아닌 여럿을 포함하므로 진실로 차원을 높힌 시라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할 수 있는 많은 일이 있지만  다른이들을 아름다운 일에 동참하게 하는 초대하는 일은 그 얼마나 아름다움 일이겠는지요. 그런 일을 하는 분으로 또 그런 마음에서 우러난 시라 더욱 아름답게 여겨졌습니다.

그렇다고 늘 이런 류의 시만 지어 주십사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꼭 그리움이나 사랑만을 노래하기에는 더 많은 다양한 일들이 함께 하기에 그만치 음악의 폭도 넓어졌으면 하는 제 평상시의 바램이 있었기에 바다님의 시가 더욱 마음에 이르렀습니다.

필시 아름다이 작곡되었으리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곡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건강함 속에 또 음악 속에서 늘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산처녀 2005.10.13 23:26  
  정헌님 우선 참 감사합니다 ,
다시 건강헤진 몸으로 우리에게 귀감이 될수 있는 글을 올려주셨으니 .
기나긴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 하더니 정말 그런가 봅니다 .
그래고 정헌님은 그 어려운 일을 겪으셨지만 행복 하신 분이예요 .
그처럼 다감하시고 정녕 마음으로 사랑해 주시는 어머니를 얻으셨다는것이 만복중에 둘째 가라면 서러울 것입니다 ,
허나 이리 어머니의 사랑을 깨달으신 정헌님도 훌륭한 분이시죠 . 저도
청상이신 홀어머닐 모시고 있지만 모르는 사람은 모녀 간이냐고 묻지만 허나 마음속에 야속할때도 서운할때도 많아서 눈물을 많이 흘려보았읍니다 .
정헌님의 글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깨 닳았읍니다 .
이제는 몸도 마음도 건강하신 정헌님을 만나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
바다 2005.10.13 23:35  
  정헌 님!
님의 과찬에 부끄럽습니다.
항상 살얼음을 걷는 듯한 아픔을 갖고 있으면서도
 내면에 아름다움을 가득 담은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것을...

늘 건강하시구요.
한 번 쯤 뵐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노을 2005.10.14 16:17  
  겪으신 일, 아프고 힘들었어도
그렇게 좋으신 어머님 사랑 받으신 정헌님은 복인이십니다.
다정도 병이라 하지요.
너무 다감하시고 섬세하셔서 몸이 아프셨었나봐요.
이처럼 글로 서리서리 풀어내시고 날로 건강해지시기 바랍니다. 
김형중 2005.10.14 20:52  
    정현님! 무탈하시온지요 ?

어제 어머님 시리즈의 "끝"을 보았는데 워낙 타자 솜씨가 서툴러서 , 또 쓰잘데없이 바빠서, 가끔은 기달려지는 정현님 글월에 코멘트가 늦어젔네요.

 어머님시리즈는 끝이 아니라 이제 새로운 시작이 아닐까요 ?
세상 멀리 하시기전 까지는 정현님 영혼 속에서  항상 살아 계신 시모님.

생사의 갈림길을 넘나드는  아픔이 있으면 인생의 깊이를 잔잔하게
음미할 수 있는것. ㅡ애증이 컷던 시모님과의 긴 긴 연을 다시 뒤돌아보 며 여러 상념에 젖는 정현님을 봅니다.

  이 수 많은 사람들 옷깃스치기도 힘든데,
 27년도안 생사고락을같이 하셨으면 그 삶 자체가 소중 한것이 아닐런지요?

 헤어짐이 서러워짐은  다시  만남이  더욱 애틋 함으로 시모님을 맞이하시게 될것을.... ... 남은 삶동안은  시모님께서 멀리 떠나신 후에도 후회함이 없도록  마음을  다하심이  정허님의 뜻이겠지요.
   
우지니 2005.10.15 21:49  
  정헌님!
"아! 어머니...  까지 읽는동안 똑 같은 여자로서 저도 한순간은  며느리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저의 시어머님도 고향으로 가신지가 오래이지만 ... 떠나신 후에야 잘못한 일만 자꾸 떠오르더군요.

정헌님은  그어려운 고통속에서도  시어머님의 지극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은 정헌님께서도 어머님께  최선을 다하여 모시려는 정성과 고운마음이 어머님의 따뜻한 사랑으로 어려운 고비를 잘 넘기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이제 한숨 돌이키고 어머님께 효도하려고하니 무정한 세월
은 어느덧 어머님을 모시고 가버리고 ...
다시 찾은 건강으로 이렇게 좋은글을 (가슴아픈 일이지만)  올릴 수 있어 불행 중 다행입니다.
정헌님께서  올려주신 "어머니"
너무나 훌륭한 시로 남을 것입니다. 더 이상 어떻게 표현하겠습니까?
앞으로 건강한 몸으로 행복하시길 빌며  좋은 작품 많이 남기시길 바랍니다.
靜 軒 2005.10.16 20:38  
  산처녀님.  안녕하세요?  산처녀님처럼  여전히 그리고 묵묵히 어른을 모시고 사시는 분들이 더욱 많은데 그 무에그리 긴 세월이랍시고 또 무엇을 그리 깨달았답시고 말만 길게 늘어 뜨려... 부끄럽기도 하였습니다.  앞으로라고 해서....물에 물 탄듯 맛이라고는 없이 어머님께 해 온 제가, 얼마나 달라지겠는지....또 한번 부끄럽고 반성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늘 잊지않고 해 주시는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내내 평안하세요.^^

바다님.  진심이었습니다. 꼭 말씀드리고 싶었구요.  건강하세요. ^^ 

노을님.  금새 또 뵈니 반갑습니다.^^  "서리서리 풀"으라 하심에 감격합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김형중님. 너무나 좋으신 말씀 새겨 새겨 간직하겠습니다.  남은 삶동안 후회함 없도록 마음을 다해 섬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즐거웁고 평화로운 생활되시기 바라겠습니다.  빠짐없이 해 주신 격려에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우지니님. 또 글을 남겨 주셨군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어쩜 그리 제 마음을 잘 아시는지요.  정말이지 20년이 넘으니 마음도 한결 편안해져서 이제는 좀 웃으며 살아 볼까 싶을 때 병이 찾아오고 다시 평온을 찾았다 싶으니 어머님이 떨어져 사시게 되고....이 무슨...^^ 

그리고 저는 여전히 어머님께 그저 철부지 며느리입니다. 
이제는 제가 어머님을 위해 많은 것을 해야 하련만 저의 어머님께서는 지금은  제가 누룽지를 따끈하게 삶아 먹는 걸 좋아한다고... 마른 누룽지를 한자루씩 사 놓으시고 저를 기다리십니다. 

그 크신 은혜에 어찌 감히 보답이라며 드릴 수 있겠습니까.
그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어머님의 건강하시기만 바랄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우지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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