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연주.감상후기, 등업요청, 질문, 제안, 유머, 창작 노랫말, 공연초대와 일상적 이야기 등 주제와 형식, 성격에 관계없이 쓸 수 있습니다.
단,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는 금지하며 무단 게재할 경우 동의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회원문단은 자유게시판으로 통합되었습니다.

9-4. 산소공장인 독일의 숲

이종균 7 1438
9-4. 산소공장인 독일의 숲
  발트(wald)라고 불리는 독일의 숲은 어쩌면 우리나라의 산림과도 같은 개념이 아닐까 생각된다.
  북위 48도부터 54도에 이르는 독일은 알프스의 지맥이 뻗어 내린 남쪽 일부를 제외하고는 드넓은 대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산이 없는 광활한 평원에 숲이 우거져 있다.
  도시의 둘레에도, 주택지의 주변에도, 농장지대에도, 고속도로변에도 수만 평에서 많게는 수십만 평에 달하는 숲에 아름드리나무가 하늘 높이 치솟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산에 다니다보면 지리산이나 설악산 치악산 등지에서 엄청 큰 나무를 볼 때가 있다. 그 때마다 나는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은 큰 나무라 소개 했는데 하늘도 하늘 나름인가 보다. 40미터가 넘는 나무가 수두룩한 이곳 나무에 비하면 20미터 내외의 우리니라 나무는 그 허리춤에 닿을 정도이니...
  빽빽이 들어선 거목들, 가문비를 비롯하여 전나무 참나무 너도밤나무 단풍나무 소나무 물푸레나무 그리고 몸뚱이가 은빛으로 빛나는 건 자작나무 아니랴.
  이들이 뿜어대는 산소량이 얼마나 될까. 1핵타의 산림에서 발생되는 산소가 연간 16톤이라니 그야말로 천문학적 수량 아니랴.
  그래서 그런지 자동차가 많은데도 매연이 없고, 매연이 없어서 그런지 하늘도 곱다. 독일은 하나의 거대한 산소공장이다.
  나무만 팔아도 8천만 독일 국민이 60년은 거뜬히 먹고 살 수 있다는 독일의 자존심, 이 숲이 좋아 나는 매일 새벽 5시부터 7시까지 숲속을 거닐었다. 집토끼라 해야 할지 들 토끼라 해야 할지 아니면 숲 토끼라 해야 할지 몰라도 집안 잔디밭까지 들락거리는 토끼들, 독일엔 산고기 탕 집도 없는 모양이다.
  어디서 나왔는지 여우 한 마리가 낯선 이방인을 흘낏 쳐다보고는 숲속으로 줄달음친다.
  다만 숲에서 조심해야할 것은 쩩크(Zeck)라는 흡혈 진드기 이다. 북부보다 남부에 많이 있다는 이 진드기는 나무에서 떨어져 사람의 살에 붙어 피를 빨아먹고 몸뚱이는 떨어지고 머리는 살갗에 박혀 독성이 뇌에 이르면 마비현상까지 오는 무서운 벌레다. 그래서 독일 사람들은 미리 예방주사를 맞는다.
  전국 어디를 가 봐도 무성한 숲, 그 중에서도 남서부에 있는 검은 숲 슈바르츠 발트(Schuwarz Wald)는 대표적인 가장 큰 숲이다.
  길이가160킬로, 폭이 20~60킬로 이니 넓이로 환산하여 60만 핵타 즉 18억평이니 참으로 큰 보배 아니랴.
  독일의 문학 작품 중에 이 숲과 관련된 것이 많다.
  그중의 하나가 빌헬름 하우프(Hauff Wilhelm;1802~1827)의 “차가운 심장”이다. 이는 이 지방에 내려오는 전설에 의하여 쓴 동화라는데 괴테의 “파우스트”와 같은 시기에 발표되어 서로 영향을 주었다하여 어린이 파우스트라고 평가되고 있다.
  우리말로도 번역된 이 동화의 내용은 이렇다.
  - 옛날  이 숲에는 두 유령이 있었는데 숲 주변에서 시계를 만들거나 유리병이나 그릇을 만들어 파는 선량한 사람들은 착한 “유리난쟁이”유령을 믿었으며, 숲의 반대편에 사는 나무를 베어 뗏목을 만들어 멀리 네덜란드에 갖다 파는 억센 나무꾼들은 꾀 많고 사나운 “네덜란드인 미셸”유령을 믿었다.
  이 마을에 사는 열여섯 살의 가난한 숯쟁이 소년 페터 문크는 유리난쟁이를 찾아가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부탁을 하나, 유리 난쟁이는 돈보다 더 현명한 지혜를 소원하라고 충고 한다. 그러나 가난이 싫은 페터는 돈을 원하여 돈주머니를 얻어 돌아온다.
  일시에 부자가 된 그는 가난했던 시절을 잊어버리고 거만하고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그만 실패하고 만다.
  그는 유리난쟁이를 원망하며 이번에는 미셸 유령을 찾아가 따뜻한 자기 심장을 차가운 돌 심장으로 바꾼 대신 부를 얻어 돌아오나 차가운 돌 심장 때문에 포악한 사람으로 변해버린 소년은 결국 유리난쟁이의 도움으로 자기 심장을 되찾아 지난날을 반성하며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줄거리다.
  1812년 프랑스 물리학자 게뤼삭(Gay-Lussac Josep Louis;1788~1850)이 가스팽창에 관한 연구를 하기 위해 엷은 유리관을 독일로부터 수입하는데 엄청난 관세 때문에 어려움이 있자 시험관 입구를 막아  “독일 공기 수입”이라 하여 과중한 관세를 피했다는 일화가 있거니와 요즘에야 시험관 보다 더 긴요한 게 맑은 공기 아니랴.
  오늘 아침도 나는 숲길을 거닐었다. 거저 준다 해도 가져올 수도 없는 것, 그것이 왜 이리도 부럽고 욕심나는지 모르겠다.
  술꾼들이 술 한 말을 지고는 못가도 마시고는 간다더니 여기 머무는 동안에나 실컷 마시고 가자.

7 Comments
유열자 2006.10.19 13:54  
  숲속을 거니는것같은 느낌을받으며 그많은 산소를 마시는것 같습니다
키큰 나무숲속의 인간의 외소함과 대자연속의 하나님의 위대하심을느낌니다
많이 깊게 들여마신 그공기 오래동안 간직하며 즐기세요
선생님의 글은 겸손하게하는 명약이예요 그래서 선생님의 글을 찾는 버릇이 생겼어요
이종균 2006.10.20 10:02  
  진솔한 마음으로
띄우신 코멘트는

혼탁한 내마음에
불어 온 맑은 산소

이르신 겸손한 마음
내맘 깊이 새기리...
별헤아림 2006.10.20 16:22  
  보내 주신 산행수필에서 본 사진이군요.

자연과 벗하시는 것만도 행복이건만,
글을 쓰시고,
건강이 허락되심에 등반까지 하심은
님의 크나큰 행복이란 생각을 잠시 해 봅니다. 
이종균 2006.10.20 19:42  
  지난 여름 두 달긴 유럽 여행중에 독일에서 찍은 사진 입니다.
축복해주신 행복 길이 간직하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송월당 2006.10.21 10:48  
  선생님 글과 어울리는  사진을 볼때 마다 사진도 보통 수준의 기술이 아니신데요.
제가 요즘 사진을 배우는 중인데  선생님의 사진이 눈에 돋보여요.
저런 숲의 아침 산책은 좋겠지만 요즘 서울의 아침공기는 산책에 해롭다던데요..
산소 마시듯 글 잘 읽고 갑니다.
산처녀 2006.10.21 14:59  
  어쩌다 산으로 등산여행을 가면 코평수를 넓히고
계속 숨을 크게 들이 마시면 내몸이 청정해지는
 느낌을 더러는 받습니다.
이곳은 농촌이고 시골인데도 이제 청정이란 뜻은 멀어 지는것 같읍니다.
나무는 줄고 미련한 사람들의 무분별한 소각행위는
주변 공기가 숨을 못쉬게 합니다.
이종균 2006.10.22 20:22  
  송월당 선생님
사진이야 예술작품이고, 저는 습작 수준이지요!
강아지 눈 뜨 듯 이제 구도에 관심을 갖어 봅니다.

산처녀님
카나토스 셈에서 목욕을 한 헤라여신은 늘 처녀로 거듭난다는데
농촌환경이 오염된다니 저윽이 염려됩니다.
산행중 모처럼 맑은 웅덩이를 만나도 선녀들이 이미 목욕하고 간 자리,
하늘 나라도 땅나라만 못한 모양입니다.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