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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肖像

barokaki 2 739

젊을 때는 마음을 열어두기보다는 열정에 사로잡히는 법이다. 그 어린 시절 마음으로, 진정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기억은 남아있지 않다. 다만 눈이 충혈 될 때까지 한 곳에 한 사물에 몰두하던 기억은 어렴풋이 남아있다. 여행도 열정 그 이상은 아니었다. 세계를 보듬어 안으려는 그 어떤 마음가짐도 시도도 없었다. 미칠 듯 한 목마름과 욕망에의 갈증에 휩싸여 어딘가를 떠나야 했고 다녀오면 또 다른 욕망에 가슴이 타 들었다. 그것은 일종의 사치품이었다. 젊음에 부착된 악세서리였다. 그것은 통과의례에 바쳐지는 제물과도 같이 나의 젊디 젊은 순간에 바쳐지는 쓰고 고귀한 희생물에 불과했다. 한 마리의 나비가 향 연기에 파묻혀 비상(飛翔)한 후 남아버린 무속적(巫俗的) 희열과 허무감! 채울 수 없는 허전함이 그 희생물의 자리를 자꾸 보채며 들어 왔고, 그 순간마다 절망에 사로잡혀야 했었으니. 아! 헤픈 청춘.

그리고 밤 그림자처럼 언제나 우리의 주위를 떠나지 않고 맴도는 것. 쓸쓸한 의문부호. 회의(懷疑)가 있었다. 그 가련하고 오만한 슬픔의 질주. 아마도 그 당시 세상의 모든 것을 알아버린 듯 한 체념의 지식상이라고 한다면 바로 그것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암울한 미래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바깥세상으로 터져나갈 비상구가 존재하지 않은 닫힌 젊은 조각들. 그 조각들은 비늘이 되어 검은 하늘을 나르고 검은 강에 떨어져 침묵 속에 가라앉는다. 청춘이라는 낱말들이 하나의 부호로 분해되어 의미와 가치와 당위(當爲)를 잃어버린 채 허공으로 튕겨져 버렸다. 오! 퇴폐적 사랑.   

남아 있는 또 한 가지. 상처받은 가슴이 가 기대어 편히 쉬던 곳. 우리는 그것을 낭만이라 부른다. 이 세상 모든 젊은이들의 소비를 보상하고도 남을 만한 그 한 마디. 그 당시 우리에게 그 말 한 마디면 안 되는 것이 없었다. 어떤 가수가 ‘낭만에 대하여’라는 노래를 쉰 목소리로 불러제꼈을 때 말라붙었던 옛날 강이 다시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조금 모자르는 것, 넘쳐난 것, 그런 것들이 과오가 될 수는 없었다. 현실과 바꾸지 않았던 진실이 손아귀에 있었기에 아직은 당당했다. 세월이 흘러 기억이 흐려지고 열정은 식었어도 우리가 지탱한 실리(實利)와는 무관했던 그 낭만의 시간들은 영원한 그리움으로 추억될 것이다.

(퇴물이 된 過客. 너무나도 화창하고 유려한 날 주접을 떨다.)

 
2 Comments
정우동 2004.04.21 16:26  
  열정에 사로잡혀 헤픈 청춘이 퇴폐스럽게 탐닉하던
사랑끝의 상처는 낭만만이 유일한 구원이었던가요.
그래도 현실과 바꾸지않고 끝끝내 지켜낸 진실의 승리를 믿습니다.

너무 화창하고 유려하기로서니 좀은 주접떠는
님에게 사무엘 울만의 <靑 春>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barokaki 2004.04.21 16:47  
  물론 앞으로 살아야 할 날이 많이 남았지만
솔직히 지나간 시절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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