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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거짓말'의 작가 노희경

별헤아림 3 1439
드라마 '거짓말'의 작가 노희경
권선옥(sun)

지난 5월 13일 토요일, 지금으로부터 약 3개월 전이었다.
‘등꽃의 노래’ (임옥경 작시 / 윤교생 작곡) 작시자 패트라님이 불교대학에서 1박2일로 수련회 차 대구로 내려온다는 전화를 받았다.
마침 집 근처 동구 만촌동에 있는 <공덕원>일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만나기로 했다. 저녁 식사 후, 1시간가량의 법문 시간을 함께 하기로 했다. 다른 시간들은 조별로 회원들 간의 시간이니, 객이 낄 수 없는 시간이라 그리하기로 했다. 몸이 좋지 않다는 느낌이 오면서 피로했지만 토요일이라 한숨 자고 난 후, 약속 장소로 갔다. 식사 후 양치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남자 분들은 조금이고 주로 여자 분들에다 예상 외로 나이들이 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옥경씨 말하기를,
“노희경 작가 아시죠? 같이 왔어요. 서울에서 우리 조예요."
“노희경......?” (묵묵부답)
“드라마 작가 노희경! 알죠?”
“...... .”
“저기 있잖아요. 머리 컷하고, 조그마한...... .”

내 눈에는 키도 아주 작고, 깡마른 남자 같은 젊은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영락없이 남자 같은.

“남자 같은 사람?”
“네. 남자 같은. "(웃음)

늘 가방에 넣어 다니는 작은 디카로 쓰레기 자루들을 배경으로 전봇대를 배경으로 해서 한 장 찍었다. 사실적으로.
그런데 깡마르고 왜소한 그러면서도 남자 같다고 느껴진 외모에도 불구하고 노희경씨에 대한 첫인상이 좋았다는 사실이다.

이어서 주최 측의 안내에 따라 3층 강당에서 법문을 들었다. 나는 학교 다닐 때는 줄곧 기독교재단에서 설립한 학교를 다녔었고, 미혼 때에는 스스로 성당을 나가서 ‘율리아나’란 본명으로 독일인 신부로부터 대구 대명성당에서 세례를 받았고, 견진성사까지 받았다. 신앙이 성숙했다는 의미의 견진성사까지 받았었지만 지금은 냉담상태이다. 나름대로의 자격미달이라는 판단에서이다. 그래서인지 전에는 부처님상에서 자비를 느끼기 보다는 불전에 다가가기 불편한 거부감 같은 것을 느꼈었다. 누런 금색의 부처님상의 비만이 싫었고, 그 감은 듯 만 듯한 옆으로 긴 눈의 웃음 띤 외형이 순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단ㅅ누 발상적인 미성숙함으로. 하지만 인생의 나이 불혹을 넘기면서 사람도 부처님도 외모도 사상도 그저 무덤덤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타인을 존중할 줄 아는 마음이 생겼다고나 할까.

보수법사께서 법문하는 대(이름 모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으셨다. 법사님의 헤어스타일이 기존의 스님들처럼 빡빡 스타일이 아닌 짧은 하이칼라라서 기존의 스님에게서 좀더 속세와 화합하는 인상을 받았다. 옥경씨로부터 ‘정법회’에 대한 간단한 멘트와 더불어 수녀님들께서 수녀복 차림 그대로 공공연하게 공부 차 법문을 들으려 오시는 예길 전해 들었다.
노희경 씨가 앞의 법사님 주변에서 쭈그리고 법문을 듣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법문이 끝나자, 다음은 삼백 배를 한다고 했다. 어떻게 하겠느냐는 옥경 씨의 물음에 백팔 배를 한 후에 집에 가겠다고 했다. ‘괜찮겠어요?’ 하는 말에 내일이 일요일이라 괜찮을 거라고 답했다. 좀 힘이 들었고, 땀이 비 오듯 했다.

집에 와서 인터넷에 검색을 해 봤다. 생전 처음 머리에 들어오는 ‘노희경’이란 드라마 작가를.
검색하면서 머리에 떠올린 건 옥경씨가 곧 문경 정법회의 ‘깨달음의 장’에 4박 5일로 회비 30만원을 내고 심청하였다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그리고 노희경 씨는 형제들과 여행을 떠난다고 ‘깨달음의 장’에 참석하지 못 한다는 얘기를 한 것을 떠올리면서.
검색 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네이버 홈페이지에서 검색한 바로는.

.......아래 .......

와~아. 내가 무척 좋아했던 드라마 '거짓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내가 사는 이유',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그리고 '바보같은 사랑'. 푹 빠졌던 모두가 거기에 있었다.

삐-리리리리-릭.

심한 현기증이 났다.
그리고 일반적 기준으로는 그리 예쁠 것도 없는 건강하지 못한 시골 머스마 같은 그녀가 그렇게 아름답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나는 그녀가 어릴 때 별 죄의식 없이 남의 것을 많이 훔쳤다는 고백적 얘기를 읽고도 그녀를 좋아하는 마니아(mania)이다.

<2006. 8. 9.>

--------- 아 래 ---------

<프로필>

1988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1995 세리와 수지 (MBC 베스트극장-이주환 PD)
1995 엄마의 치자꽃 (MBC 베스트극장-박복만 PD)
1996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MBC 특집극 4부작-박종 PD)
* 제33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
1997 아직은 사랑할 시간 (KBS 드라마스페셜-표민수 PD)
1997 내가 사는 이유 (MBC 미니시리즈-박종 PD)
1998 거짓말 (KBS 미니시리즈-표민수 PD)
* 제35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극본상 / 신인 연출상
1999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MBC 미니시리즈-박종 PD)
1999 슬픈 유혹 (KBS 송년특집극 2부작-표민수 PD)
2000 바보같은 사랑 (KBS 미니시리즈-표민수 PD)
* 시청자가 뽑은 올해의 좋은 프로그램 (경실련, 민언련)
* 방송기자들이 뽑은 2000년 최고의 드라마
2000 빗물처럼 (SBS 창사특집극 2부작-이종한 PD)
2001 화려한 시절 (SBS 주말드라마-이종한 PD)
2002 고독 (KBS 미니시리즈-표민수 PD)
2004 꽃보다 아름다워 (KBS 미니시리즈-김철규, 기민수 PD)
* 제40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작품상
* 제17회 한국방송대상 드라마부문 작가상 (한국방송작가협회)
* 시청자가 뽑은 올해의 좋은 방송상 (민언련)
* 시청자가 뽑은 올해의 좋은 프로그램 오락부문 본상 (경실련)
* 한국 가톨릭매스컴상 대상 / * KBS 연말방송대상 작가상
* 제17회 한국방송프로듀서상 드라마부문 작가상
2005 유행가가 되리 (KBS 특집극 2부작-김철규 PD)
* 제 11회 상하이 TV페스티벌 TV드라마부문 대상(매그놀리아상) / 최우수 극본상
2006 굿바이 솔로 (KBS 미니시리즈-기민수, 황인혁 PD)

제목 : [매거진T] 노작가와의 인터뷰 & 청중과의 일문일답
中에서 발췌한 부분

노희경: 일단은 제일 두려운 게, 작가들끼리 농담으로 하는 말이지만, 지나간 애인들이 볼까봐서요. (웃음) 사실 가장 쓰고 싶었던 것은 어머니이야기였어요. 어머니와 나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세리와 수지>가 데뷔작이 됐지만 사실 가장 먼저 썼던 것은 <엄마의 치자꽃>이었어요.


티: 작가님의 개인사라고 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보다가 너무 울어서 숨이 막힐 정도였어요. 출연하신 주현 선생님도 이름도 모르는 작가 대본을 받고 한장 한장 읽는데 밤새 펑펑 울었다, 고 하셨거든요. 그렇게 초기 작품에는 가족의 이야기가 많았어요.

노희경: 어머님을 너무 좋아했고, 그 분 표정이나 그 분 하신 말들을 그냥 보내기가, 혼자 담고 있기가 아깝기도 했고.


티: 대사의 상당부분이 어머니가 하신 것인가요?

노희경: 맞아요. 어눌한 느낌이나 대사 톤 자체가 <꽃보다 아름다워>의 영자(고두심)같았어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나문희 선생님이 저희 어머니가 건강하실 때 모습이랑 닮았구요.


티: 예전 인터뷰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줄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그 사람이 원하는 모습대로 살아가는 것이다,란 말을 하셨는데 어떠세요? 지금의 삶이 어머니에게 부끄럽지 않고, 그 분이 원하셨던 모습인 것 같나요?

노희경: 조금은, 하지만 대부분은 아니죠, 엄마는 담배 피우는 것을 싫어하셨지만, 전 여전히 피죠.


티: 끊으실 생각도 없으시죠?

노희경: 솔직히 별로 없어요 (웃음)


...원망의 대상이었고. 콤플렉스였던 가족과 포옹하기....


티: 노작가님의 드라마에서 가족의 존재는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생각하는 가족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거짓말>을 쓰던 시절의 가족은 작가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노희경: 그 땐 가족이 싫었어요. 난 가족이 좋다는 사람을 보면 제일 이상했어, 가족끼리 친하다는 말이 내게는 외계인이 쓰는 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나에겐 어머니가 있었지, 가족은 따로 있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저 원망의 대상이었고. 내 콤플렉스였었죠. 그런데 이제는 알겠더라구요. 우리집에 형제가 많은데 내가 막내이다 보니까 위에 언니하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요. 아, 그들도 참 많이 힘들었구나, 이제는 알겠어. 그들도 나랑 친하고 싶었는데 방법을 몰랐구나 하는 생각. 얼마 전 여형제만 모여서 여행을 갔다 왔는데 정말 행복했어요. 오랜만에 어릴 때 이야기도 하고, 밤새 방에서 깔깔대며 웃기도 하고. 이제 우리에겐 가는 일만 남았거든요. 우리 어머니도 가셨고, 아버님도 시한부라 가실 날 받아놓고 있으신데, 이제라도 형제들과 이렇게 함께 있다는게 정말 좋아요, 지금은 가족이 좋다는 말을 편안하게 할 수 있어요.
사실 가족끼리는 작은 오해들이 쌓여서 큰 증오를 만들어 내거든요. 나만해도 우리 아버지에게도 엄청난 큰 오해를 했어요. 5, 6살 때였나?. 우리 아버지가 바람을 많이 폈어요. 바람을 피니까 가끔 불쑥 집에 왔어요. 물론 바람을 펴서 밉다, 이런 생각도 없을 때라 그저 아버지가 오면 반찬이 잘 나오는 날이라 기분이 좋았죠. 내가 워낙 작고 어눌하고, 물론 지금도 똑똑하지 않지만, 아버지가 하루는 꿀밤을 10대를 맞으면 10원을 준데요, 그래 맞자, 하고 참는데 9대쯤 맞으면 너무 아파서 자지러지게 우는 거지. 그래서 운다고 돈을 못받았어요. 아버지가 밉다라는 마음이 딱 들면 그 장면이 생각나요. 어떻게 애비가 되서 그럴 수가 있나, 그 어린애가 가난하고 먹을 것 없어서 10원을 가지고 눈깔 사탕을 사먹으려고 참는데 때리고 돈도 안주나 되게 미워했어요. 어머니 돌아가시고 거의 1년에 한 번 쯤 보고 살았죠. 증오심이 많았으니까. 그런 와중에 아버지가 폐암 선고를 받으시고, 나도 적극적으로 아버지와 화해하지 않으면 내가 더 이상 글을 쓸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삶이 글하고 다를 순 없으니까.
그래서 정말 어떤 숙제를 해결하듯이 아버지를 모셔왔는데 지금은 사이가 좋아요. 작년 쯤인가 밥상머리에서 내가 물었어요. 아버지, 기억나요? 나 꿀밤 주면서 10원 준다고 했던 거? 그러니까 막 웃으시는 거야. 아버지는 내가 너무 귀여우셨던 거예요. 쪼그만 애가 10원 주면 10대 맞아요 하고 따라다니니까, 그게 너무 귀여웠던 거야. 아버지가 식사하시다가 그 때 이야기를 하시면서 웃느라고 말을 못하는 거예요. 그 때 알았어요. 아, 아버지도 내가 예뻤구나. 내가 우리 아버지에게 사랑을 받았었구나. 나도 조카들이 귀여워서 많이 울렸거든요. 꼬맹이들이 얼굴 빨개지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이 놈의 녀석, 막 그랬는데 이제 안 해요. 나는 사랑한다고 하는데 어린 애들한테는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이제는 아버지랑 집안 텃밭에서 상추 가꾸면서, 그 때 그 여자가 왜 좋았어? 그런 것도 묻게 되고. 그렇죠. 아버지가 왜 바람을 피웠는지 지금은 어렴풋이 이해가 가요. 우리 아버지같이 재미있는 사람이 우리 엄마처럼 재미없는 사람이랑 같이 살기 힘들었을 거야. 난 어머니를 사랑하지만 부부로서 아버지와는 맞지 않았고, 맞지 않는 여자를 그래도 본처라고 한 겨울 밤 문득 찾아오던 그 남자는 참 괜찮은 남자였다 그런 생각도 들어요. 누군가에겐 이 말이 교훈적으로 들리고 듣기 싫을 것 같은데, 시간을 내버려 두면 그런 깨달음은 찾아오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 몰라도 되요, 마흔에 알아도 되요.

티: 그래서 서른 하나에 쓴 <거짓말>에서는 준희가 가정으로 돌아갔군요.

노희경: 그러니까. (웃음)

-<네이버> 그녀의 홈에서 옮긴글 -
3 Comments
노을 2006.08.14 11:54  
  별헤아림님, 저도 노희경 작가를 좋아한답니다. 드라마 '거짓말'을 보고 나서 그녀의 작품은 거의 다 봤어요.
별님의 소개글을 보니 그녀가 더 좋아집니다.
우연히 아는 분과 이야기하다보니 노희경 작가와 같이 드라마 극작공부를 했다더군요. 여기 실린 이야기들도 그 아는 분을 통해 들었어요. 역시 참 남다른 분입니다. 다음 작품은 얘기 안해주던가요? 
송인자 2006.08.15 10:09  
  호호 ~ 별헤아림님, 노희경님 좋아한다더니 이야기를 올리셨네요.^^
그녀...깡마른 선머슴애처럼 보이죠?
전 그녀의 드라마는 거의 다 봤어요.
못 본것은 대본으로라도......
그래서 남들에게 감히 광팬이라고 말해요.^^
날 참  많이도 울게 한 그녀.....
저보다 훨씬 어리지만
어찌이리도 세상을..인간을 잘 알까 싶어서 존경스럽기도 해요. ^^
(저 그동안 내마노 사이트에 들어올 수가 없어서 속상했어요. 사무실 인터넷상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하루에도 몇번씩 접촉을 시도하다가 말고는 했지요. "가곡운동본부"는 상관없는데... 참 이상하지요? ....그랬다가 울 딸이 그럴 땐 주소창에 커서를 놓고 다시 한 번 치면 됀대요. 그래서 그렇게 했더니 쉽게 들어올 수가 있네요. 이제 자주 들어오겠습니다^^)

별헤아림 2006.08.15 22:53  
  흐흐.^^*
노을님.
송인자님.

저는 노희경 씨를 올해 5월에 처음 알았다는 것 아닙니까...ㅉ.ㅉ.
그녀의 드라마는 그렇게 좋아했으면서 말이죠.
'동과'라서 더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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