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손의 노래
길손의 노래
조병설
지나고 보니
꽤 긴 길이었다
피아니시모로 물가를 지나
크레센도로 벌판을 달려
포르테로 고개를 올랐다
때론 갈림길에서 망설이다가
길을 잘못 들어
되돌이표로 돌아가 다시 시작도 했고
모진 세월 이겨낸 후
스타카토로 으스대기도 했다
피어나는 꽃, 이 꽃 저 꽃 황홀한 꽃에
반음으로 마음 설렌 적도 있었고
여름 날 언덕길 가쁜 숨을 몰아쉬다가
반 박자 쉼표 하나에도 고마워했다
떨어지는 나뭇잎, 외진 길에 날은 저물어
달빛 소나타로 흐르기도 하고
흰눈 내리는 밤, 잠 못 이루며
긴 연가곡으로 지난 세월을 달랜 적도 있다
지금은 두 소절 간주 중,
나머지 길은 세 박자 라르고로
천천히 가고 싶다
드디어 길이 끝나 바다가 보이면
리따란도로 숨을 고르다가
두 박자 길게 쉬고
배에 오르고 싶다
하늘로 열린 바닷길은
피아니시시모로 항해하고 싶다
조병설
지나고 보니
꽤 긴 길이었다
피아니시모로 물가를 지나
크레센도로 벌판을 달려
포르테로 고개를 올랐다
때론 갈림길에서 망설이다가
길을 잘못 들어
되돌이표로 돌아가 다시 시작도 했고
모진 세월 이겨낸 후
스타카토로 으스대기도 했다
피어나는 꽃, 이 꽃 저 꽃 황홀한 꽃에
반음으로 마음 설렌 적도 있었고
여름 날 언덕길 가쁜 숨을 몰아쉬다가
반 박자 쉼표 하나에도 고마워했다
떨어지는 나뭇잎, 외진 길에 날은 저물어
달빛 소나타로 흐르기도 하고
흰눈 내리는 밤, 잠 못 이루며
긴 연가곡으로 지난 세월을 달랜 적도 있다
지금은 두 소절 간주 중,
나머지 길은 세 박자 라르고로
천천히 가고 싶다
드디어 길이 끝나 바다가 보이면
리따란도로 숨을 고르다가
두 박자 길게 쉬고
배에 오르고 싶다
하늘로 열린 바닷길은
피아니시시모로 항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