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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소녀 천사 미카엘라의 이야기

김형준 5 735
미카엘라는 시카고에서 할머니와 살고 있습니다.
이제 겨우 다섯 살 입니다.
미칼엘라는 한국계입니다.

지금은 서울에 잠시 와서 할머니 친구분댁에 머물고 있습니다.
가곡교실에 가곡을 부르러 갔더니
어느 여성의 손에 이끌려 매우 귀여운 여자 아이가 들어왔습니다.
그 여성의 딸이라기에는 너무 어렸고,
손녀라고 하기에는 그 여성이 너무 젊고 아름답습니다.

'누구일까?'

하고 나는 궁금해 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이 아이는 등에 날개를 달고 왔습니다.
흰 색이 아니라 분홍색의 날개였습니다.
금방이라도 날아올라 갈 것만 같았습니다.

가곡교실은 두 시간짜리 수업입니다.
한 시간 부르고 약 15분 가량 쉬다가
다시 50분 정도를 부릅니다.

날개 달린 소녀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습니다.
쉬는 시간에는 아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느라
그 소녀와 이야기할 시간을 갖지 못했습니다.

가끔 뒤를 돌아다보니 소녀는 말없이 노래를 계속
듣기도 하고 소르르 잠에 들기도 하는 것이었습니다.

드디어 가곡교실 시간이 끝이 났습니다.
어느 분이 함께 식사를 하러 가자고 제안을 합니다.
소녀 옆에 앉아 있던 여성에게 그 소녀가 누구냐고 묻자
'제 딸이에요!' 라고 했습니다.

내가 농담삼아 '손녀 맞죠?'하고 물으니 그저 웃고 맙니다.
그래서 내가 다시 얼른 '늦둥이 딸이에요?'하니까
이번에는 생기 넘치는 웃음을 웃으며
'이런 늦둥이가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합니다

소녀에게 말을 붙이니 옆에 있던 여성이
영어로 소녀에게 말을 합니다.
그 여성은 영어에 관심이 많아 꽤 오랫동안
영어 공부를 해왔습니다.

가만히 보니 그 소녀가 영어로 대답을 했습니다.
'어, 이 아이는 영어 유치원에 다니나!'
하고 생각이 돼
'What's your name?'하고 물으니
'Michaela'라고 대답합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들의 영어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이가 매우 영특했고, 말하는 모습이 매우 귀여웠습니다.
그렇게 둘이서 친숙해지는 시간을 갖는데
'이 아이는 시카고에서 왔어요'하고 여성이 말해 주었습니다.
시카고에서 할머니하고 산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Where is your grandma?' 하니
아이가 영어로 뭐라고 하는데 잘 못알아 들었습니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여성이
'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하며 기뻐합니다.
'경찰서'라고 얘기하는 것이랍니다.
가만히 보니 'police station'이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의 할머니는 왜 경찰서에 간 것일까요.
아이를 친구에게 맡겨두고.
그 여성이 아니라 다른 여성이 그 아이 할머니의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인 여성도 내가 잘 아는 분이었습니다.

아이의 날개도 만져보고
아이와 계속 해서 말하다 보니 매우 친해졌습니다.

열 명 정도의 사람들이 함께 식당에 갔습니다.
셜리는 내 곁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다정하고 친절하게 놀아주는 것이 기뻐서였을까요.

엄마 얘기도 묻고 아빠 얘기도 물었는데
별로 즐거워보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아빠에 대해서 묻자.

'Daddy beats mommy.'
'Daddy beats me.'

라고 하며 우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다섯 살 짜리의 우수에 찬 모습을 본 적이 있으십니까?
갑자기 아이가 매우 나이 들어 보였고
따라서 나의 마음도 아팠습니다.

나는 얼른

'Michaela is pretty.
Michaela will be a great woman someday.
Michaela is wonderful.
Don't worry about daddy.
You will grow up to be a great woman.
And daddy will not matter someday.'

이라는 말을 거듭 만트라 처럼 말해주었습니다.
미카엘라가 내가 그렇게 말하는 의도를 깨달은 것일까요.
눈을 반짝이면서 나를 계속 쳐다 보았습니다.

열 명 정도의 사람들이 식당에 함께 가서 식사를 했습니다.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미카엘라는 제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습니다.
아마도 제 속에 있는 '아이'가 제게 동심을 불어 넣어준 모양입니다.
아이들은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금방 아는 것 같습니다.

'이 아저씨는 내가 함께 놀아도 돼.'

하고 미카엘라는 마음 속으로 생각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내가 혹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게 되면
미카엘라는 내 팔을 흔들었습니다.

'너는 나하고만 놀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 나는 다시 얼른 관심을 미카엘라에게 집중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저기 가서 따로 놀아!'

하고 어느 분이 질투 반 농담 반으로 말했습니다. (^_^)
그렇게 해서 미카엘라와 나는 짧은 시간 내에 매우 친해졌습니다.
드디어 헤어질 시간이 되었습니다.

'Good bye, Michaela!'
'Do you have to leave?'

미카엘라는 나와 헤어지는 것이 서운한 지 슬퍼보였습니다.
미카엘라 할머니 친구분이 나보고 며칠 간 미카엘라와 함께 있겠느냐고
물었습니다. 둘이 친하게 잘 노는 것을 보고 관심을 가지고 묻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현실은 그걸 가능하게 하지 않기 때문에 그저 빙그레 웃고 말았습니다.

벌써 일주일이 흘렀습니다.
오늘은 다시 가곡교실이 있는 날입니다.
주중에 몇 번이나 미카엘라 할머니 친구분에게 전화를 해서
미카엘라의 안부를 묻고 싶었습니다만 꾹 참았습니다.

오늘 과연 미카엘라가 다시 분홍색 날개를 달고
노래를 들으러 올 지 궁금합니다.
이번에는 할머니와 함께 왔으면 좋겠습니다.
과연 나를 알아 볼까요. 그것도 궁금합니다.

꼭 다시 한 번 그 귀엽고 어여쁜 천사를 보고 싶습니다.
4학년 생인 소년과 다섯 살짜리 소녀가
즐겁게 더불어 뛰어 놀고 싶습니다.
5 Comments
김형준 2006.08.16 11:08  
  미카엘라가 다시 가곡교실에 모습을 나타냈다.
처음에는 수줍어하고 어색해하던 아이가
금새 밝아져 나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헤어질 시간이 가까와져서일까.
아이가 토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노래를 불러야 했고
아이는 나의 관심을 붙잡아야 했다.

삶은 그렇게 만남과 헤어짐으로 가득차 있는 보따리이다.
김형준 2006.08.18 05:38  
  The battered wives' syndrome is a lot more serious than imagined.
My Michaela is thirsty for love and affection.

We should be careful about dealing with people in need.
When there is nowhere to turn to
people will grab at anything just to be able to float
always with the fear of getting drowned.
이군식 2006.08.18 21:55  
  김.형준선생님 고맙씀니다 천사의 이야기를 잘 잃었씁니다 너무바빠 이제서야 ... 18일12시 비행기타고 시카고로 떠났어요 영어선생님 그리워 해ㅆ씁니다당신의 아름다운 마음을소녀는 잊지 않을겁니다
김형준 2006.08.20 05:27  
  아, 천사가 이미 떠나갔군요.
뭔가를 제가 해 줬어야 하는 건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시카고에 가서도 늘 밝고 맑게 생활하기를 기도해 봅니다.
김형준 2006.08.22 11:57  
  아, 떠나버린 어린 천사 미카엘라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비록 그 아이의 아픔은 크지만
늘 명랑하게 늘 밝게 자라나기를 소망해봅니다.

똑똑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
보다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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