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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노 참가 소감과 탈락의 핑계를 보고

탁계석 11 789
                                    좋은 경험을 통해 정체성 찾는 계기로


                                                                                            탁계석(음악평론가)




'내마노 합창단'이 합창경연대회에 나간 것 자체나, 잘 해보려고 한 것은 매우 아름다운 의욕입니다.
그러한 목표 자체가 문제는 아니고  좋은 경험이라고  봅니다.

문제는 오늘의 합창 경연이 무엇을 지향하고 있고 그 전반적인 흐름과 행사 방식이 합당한가와 진정한 합창 활성화의 관점에서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오늘의 합창이 소위 테크닉 중심으로 고난도의 합창 기술을 자랑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고 있는데 질적인 수준의 상태를 난이도에 두고 있어 대중성과의 거리를 노출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마추어 합창단이 경연대회에 나가기 위해 합창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한 두 곡의 경쟁력있는
곡에 매달리는 현상이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입니다.

입상을 염두에 두고 콩쿠르를 계속 만들어 합창인들을 한 자리에 모우는 형태는 어찌보면 상업적 전략과도 같은 역기능이 따를 수 있습니다.

질적 향상을 위해 콩쿠르는 필요하지만  절제와 균형감이 중요시 되는 것도 이때문입니다.

내마노합창단은 뭘 모르고 순수한 마음으로 참여했다 현행의 합창 경연 규정에서 보면 예선 탈락과 같은 푸대접을 받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이번 이런 경험은 앞으로 내마노의 정체성 확인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각종 대회에 참가할 생각도 하지 말고 독자적인 개성을 가진 합창단 그대로가 좋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세상이 온통 성형 수술로 미인을 만들지만 자신의 얼굴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개성의 건강함도 필요한 것입니다.

'내마노'는 독자적인 행보를 계속할  때 정체성을 얻게 되고 이 차별성으로 빛나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경연 때문에 좋아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것, 혹여 경연때문에 일시라도 남을 미워하거나 질시할 수 있는 비뚤어진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 것입니다.



다시 대관령 고개를 넘으면서 다시 평상심으로 돌아와 이제는 우리 가곡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둥지를 떠나지 않으리라 다짐했을 단원들의 착한 마음에 박수를 보냅니다.

파랑새의 행복이 내 지붕 아래 있음을 우리는 하늘의 매가 먹이를 찾아 손살같이 비행하는 그 높은 태산준령을 넘어 오면서 알았음이라.



생전 처음 집을 떠난 파랑새 가족들과 이를 이끌고 사고 없이 돌아온 지휘자 반주자, 스텝, 단원들.
이 뜨거운 태양아래 우리가 하나되고자 했던 그 마음으로 다시 가곡 보급에 앞장 설 것을 다짐해 주기를 바랍니다.

다시는 외도하지 않으리. 다시는 한 눈 팔지 않으리. 내 마음의 행복을 두고 남의 것을 넘보지 않으리.

그래서 우린 행복했다. 다시 흔들리지 않을 손에 손잡고 우리는 가곡을 부를 것이다. 가곡합창만의 세계를 지켜 나갈 것이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고개를 넘고,  한 고개 넘을 때 마다 지나는 한국의 산과 강에게 그리 다짐하였을 것이리라.

우리 산천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빠르게 닦아 놓은 고속도로가 시간을 단축시켰을지 모르지만 정겨움을 잃어 버리게 했듯이 우리는 빠른 길 보다, 세상의 성공처럼 보이는 헛 깃발 보다  내 마음의 호수를 지키고 물살에 흔들림에 취하는 그런 합창단이 되어야 겠다 다짐했으리라.

메달 하나 따기 위해 단원을 다그쳐야 하는 지휘자의 볼멘 목소리 보다 늘 눈인사하는 우리의 분위기를 우리는 더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돌아오면서 더 분명히 알았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다시 내마노합창단으로 돌아왔다. 수해로 모든 것을 잃은 분들도 있는데 우리의 경험은 그래도 행운이지 않겠는가.

자! 가을 공연을 준비하자. 그래서 우리가 얼마나 남부러운 노래를 부르고 있는지. 한 사림씩, 한 사람씩
친구를 만들어 가자. 누구도 아닌 우리 내마노가 해야 할 진짜 중요한 임무다. 기쁨이다. 설레임이다.

우리는 다시 하나가 되었다.



11 Comments
노을 2006.08.14 12:47  
  너무 멋진 글에 더위가 싹 사라집니다.
한국의 산과 강에게 다짐하였을 내마노의 마음마음들을
따스하게 만져주시는 탁선생님의 사랑과
현실을 조목조목 명쾌하게 짚어주시는 뛰어난 통찰력과 해석이
조금이라도 서운했을 단원들의 심정을 한방에 갈아앉혀주셨으리라
생각하니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탑세기 2006.08.14 13:25  
  탁 선생님 애정어린글 감사합니다

순수 아마추어만 (비전공자) 참여하는줄 알았습니다
좋은경험했습니다

좋은공기마시며 즐겁게 합창을 즐기고 돌아왔습니다
지휘자 반주자 단원들 모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순위와 관계없이 .....
앞으로 더욱더 열심히 행복하게 즐길겁니다
저희는 아마추어니까요 사심없이 합창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지요

내마노가 있어서 행복하구 내마노 회원들의 애정어린 마음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내마노 회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우동 2006.08.14 14:09  
 
 
현대음악을 감상하는 음악회에서
어떤 사람이 눈을 지긋이 감고 앉아 있으려니 그의 친구가 옆에
다가와서 하는 말이 눈을 감고 감상할것은 현대미술이고
현대음악은 귀를 막고 들어야 한다고 일러주었다는 것입니다.

현대예술사조에 대한 비판으로
현대미술은 정작 보고 감상해야 할 것임에도 눈을 감고 감상하고
현대음악은 정작 듣고 감상해야 할 것임에도 귀를 막고 감상한다는
이률배반적인 작품경향를 신랄히 비판한 에피소드입니다.

이전의 스토리에 의한 작품이 주는 감동과 미적 안목이 이야기를
배제하고 나니 자연히 생경하고 삭막하고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난해하게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시대적 추이에 따른
심사기준과 배제되어야 할 지역적 인적 사사로운 인정에 영합하지
못하는 우리합창단의 자존심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느냐 죽느냐하는 전쟁에서도 승패는 병가지 상사라 하였습니다.
경연대회에 참여할 기회는 앞으로도 많습니다.
우리 합창단은 아마추어 합창단으로서 전문합창단과도 구별되고
아마추어 합창단으로도 혼성합창단이고 가곡전문합창단인 점에서
우리합창단 만의 정체성과 차별성을 확고히 하는 발전적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빌고 빕니다.

별헤아림 2006.08.14 16:01  
  탁계석 선생님의 멋진 평론과 애정어린 관심이
내마노 합창단에게
큰 힘으로 작용하리란 생각을 합니다.

손에 손 잡고, 친구를 만들어 가고 가곡을 부르면서 정을 쌓아가는 기쁨과 설레임이 누가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의 노래' 이념이 되어가는 것을 느낍니다.

내마노합창단 당사자는 아니지만
합창단원들은 입상하면 좋고, 아니어도 전국대회에 참가해 버는 것,  '외도'나 '입상에 대한 탐욕'이 아닌 말하자면 느슨한 마음을 다지는 계기로 삼는 데 목적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결과가 좋으면 내마노 회원들에게 즐거움을 안겨 드리게 될 것이구요.

조금 다른 얘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상(賞)'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습니다.
수능에도 정답에 논란이 있는 경우, 시험 출제자의 '출제 의도'에 따라 정답을 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정도'. 아니면 '마련한 기준'에 부합하느냐의 정도에 따라 당락이 정해지는 경우입니다.

저는 이런 문화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지 2-3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상(賞)'이라는 것도 나름의 '권위'와 '내용'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상(賞)을 제정하는 취지가 분명해야 하며 심사위원의 자질 및 주최측의 엉뚱한 사심(私心)이 내재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한두 해 얼쩡거리면서 매스컴이나 타다가 슬그머니 사라지거나, 개인의 입지 향상과 영달을 목표로 무분별한 경연대회나 콩쿨 등을 제조하는 일은 지양되어야 마땅한다는 생각입니다.

들은 얘기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어디서 상(賞)을 받았느냐에 따라 상(賞) 받은 사실이 오히려 흉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irony)입니다.

* 내공을 기르는 내마노 합창단의 미래를 위해...!
실패 없는 성공이 어디 있겠습니까?..ㅎ.ㅎ. 아자~! 아~자~! 화이팅..!.^^*
지킬박사 2006.08.14 16:41  
  언제나 매사 탁월한 분석과 적절한 멘트로 상황을 정리하여 주시는 탁계석 선생님께 다시 감사드립니다. 괜한소감과 핑계를 사족같이 달아 여러분들이 마음을 쓰시게하여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세상의 성공처럼 보이는 헛 깃발 보다  내 마음의 호수를 지키고 물살에 흔들림에 취하는 그런 합창단이 되어야 겠다"  선생님 바로 그렇게 다짐했습니다. 정확히 적절히 짚어주셨네요.
  "'내마노'는 독자적인 행보를 계속할  때 정체성을 얻게 되고 이 차별성으로 빛나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내마노의 정체성을 얻음이 이번 대회의 가장 큰 결실이었다고 보며 그것은 1천만 원의 상금이 걸린 대상보다 내마노 합창단의 미래를 위해 더 값진 상이었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우리의 정체성에 대하여 더 자세한 선생님의 견해를 사이트를 통해서라도 듣게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경선 2006.08.14 17:12  
  넘기 힘드는 고개를 한 걸음 한 걸음
딛고 가야만 합니다.
그러나 사랑으로 힘을 실어 주시는 탁선생님같은
분들이 계시기에 내마노합창단은 잘 극복하리라 믿습니다.
김메리 2006.08.14 21:54  
  우와~~바로 이거였군요~
마냥 속상하기만 했던 저의 욕심꾸러기 마음이
선생님글을 읽으면서 커다란 위안이 되었습니다
규방아씨(민수욱) 2006.08.14 22:57  
  역시 틀리시네요
예 바로그거였어요
다른팀 리허설 하는걸 보았는데요
대회때문에 지휘자님은 신경이 날카로워져있었구
단원들을 애 다루듯이 하는걸 보았어요
제 같으면 ㅎㅎ 벌써 삐쳐서 그만둘만큼요...ㅎㅎ


견문은 넗히되
자기 생활에 맞게 좋아하는 노래하면서
잘 노는것이 비결이 아닐까 합니다


전문가들이 많은
매일 매일 연습을 하는 그런 단체들과 비교하기 보다는
내 있는 이 자리에서
행복과 기쁨을 찾아야겠지요


근데요
오늘 합창연습을 제주 다녀와서 처음 했는데요
보고 들은게 있어 그런가
다들 노래실력들이 ㅎㅎ
는거 같더라구요...
신은희 2006.08.14 23:04  
  탁계석선생님의 말씀들을 한번 마음속에 새기며
가곡을 사랑하겠습니다...
송인자 2006.08.15 09:52  
  별헤아림님의 댓글......

"입상하면 좋고, 아니어도 전국대회에 참가해 보는 것, '외도'나 '입상에 대한 탐욕'이 아닌 말하자면 느슨한 마음을 다지는 계기로 삼는 데 목적"

네, 바로 저희의 마음을 제대로 대변하신겁니다. ^^
서들비 2006.08.17 17:28  
  선생님의 말씀에 마음깊이 공감합니다.
속이 다 시원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는겁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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