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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날의 동요(童謠)

靜 軒 2 1423
여러분도 동요를 좋아하시지요?
가장 좋아하시는 동요는 무엇일까요?
아니 몇 곡 정도의 동요를 좋아하시는지 여쭙는 게 낫겠군요. 

저만 하더라도 어느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곡이 생각이 납니다.
또 특별한 추억이 있는 동요도 있습니다.   

손을 꼽아 보니 그때가 1964년 이었나 봅니다.
당시 신문에는 (“이 주일의 동요” 코너였는지...확실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새로운 동요들이 정기적으로 실렸었습니다.
제가 저희 집에 배달되는 신문에서 제일 먼저 찾는 것은 늘 과학과 동요 코너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가난했어도 신문은 보았네요....^^)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저는 멜로디가 쉬운 곡이 나오면 집에서 혼자 연습을 해 본 후 신문을 오려서 학교에 가지고 가서 반 친구들과 함께 불러보곤 하였습니다.
그렇게 하여 익힌 곡 중에 <모래성> 과 <기러기> 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모래성> 박홍근 요 / 권길상 곡

1.모래성이 차례로 허물어지면
  아이들도 하나 둘 집으로 가고
  내가 만든 모래성이 사라져 가니
  산위에는 별이 홀로 반짝거려요

2.밀려오는 물결에 자취도 없이
  모래성이 하나 둘 허물어지고
  파도가 어두움을 실어올 때에
  마을에는 호롱불이 곱게 켜져요


<기러기>  박홍근 요 / 이계석 곡

1.흰 달밤에 기럭기럭 기러기 간다
  쉬지 않고 날개치며 나란히 줄지어
  봄에 떠난 남쪽으로 길을 떠난다
  초겨울 밤하늘을 기럭기럭 간다

2.흰 달밤에 기럭기럭 기러기 간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나란히 줄지어
  앞서가는 엄마 아빠 뒤를 따라서
  한눈팔면 안된다고 기럭기럭 간다



<모래성>은 익히들 아시는 동요일테구요.....
혹시 <기러기> 동요를 기억하시는 분 계실까요?
계시면 참 반갑겠어요.

저는 청소년시절, 친한 친구들과 달빛이 환한 밤이면, 달빛으로 하얀 포플라 늘어선 길을 걸어 멀리까지 갔다 오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때는 그즈음에 배운 노래들을 복습하곤 하였습니다. 
<기러기>를 복습할 때는 8분음 6박자의 노래라 걸음을 빨리 떼어놓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까지 제 친구들은 이 노래를 정확하게 기억하며 부른답니다.
그런데 친구들이 기억하는 <기러기>의 가사는 2절입니다.
2절 가사의 장면이 머리 속에 더 잘 그려져 우리가 가사를 기억하는 것도 2절을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제가 그 가사를 칠판에 적었더랬습니다.

(이 글을 쓰기 전 두 친구들과 통화를 했습니다. 
한 친구의 딸은 음대 피아노과를 수석 졸업한 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또 한 친구의 동생은 이태리에서 성악가의 길을 걷고 있으며 딸은 올해 레지던트 과정을 밟는...알록달록 재미있게 사는 친구들입니다. 이 친구들과 제가 만나거나 좀 오랜 통화로 옛날 얘기를 할 때면 으례 동요가 불러집니다.^^  좀 전에 제 친구 하나는 저는 기억하지도 못하는 데 나중에는 <비목>을 배우기도 했었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이렇듯 동요는 저와 또 제 친구들에게도 행복했던 날들, 장소들, 순간들로 안내를 해 주었습니다.
그간 저는 <모래성>은 너무나 유명한 동요가 되었지만 <기러기>는 듣기가 쉽지 않아 퍽 안타까웠습니다.
어릴 때는 작곡 작사가까지는 생각지도 못했고 세월이 흐르면서 보니 그 두 곡 모두의 동시를 박 홍근 선생님께서 쓰셨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아주 귀엽고 앙징맞은 동요, <엄마 돼지 아기 돼지>도 박홍근 선생님께서 동시를 지으셨구요.

며칠 전, <기러기>의 음반 발매 여부와 소장하시고 계신지를 알고 싶어 처음으로 선생님댁에 전화를 드렸습니다. 선생님은 병중에 계셨습니다.  (가슴이 아팠습니다....)
타인과의 의사소통은 어려워 사모님께서 대신 말씀을 전해 주셨습니다.
그 음반이 발행되었는지를 선생님께서는 모르시겠다구요....

저는 평소에 동요란 어린시절을 추억하며 만들어지고 또 바로 그런 어른들을 위한 노래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어쩌면 점점 웃음을 잃어가는 생활 속에서 미소를 짓게 해 주고 환한 마음을 가지게 해 주는 동요...제 경우에 동요는 그런 의미로도 깊게 제 마음에 자리해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록 전문 음악인이 아니고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지만, 묻혀진 예쁜 동요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므로  동요 속의 예쁜 세상 - 아이들의 마음이 있고 파아란 하늘이 펼쳐지고 꽃들이 피고 새들이 날아 다니는 - 이, 사람들에게 더 많은 천진한 즐거움과 웃음을 주는...그런 일에...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지... 요즈음 부쩍 생각이 늘었습니다.


박홍근 선생님의 쾌차를 빕니다.

2 Comments
김메리 2006.02.14 14:06  
  대단한 기억력입니다
허구헌날 마당 긴의자에 걸터앉아 노래자랑하던 저녁시간은
분명 기억나는데 무슨 노래들을 그리 뽐냈는지는
전혀 생각나지 않던데..난 바분가봐요~~
靜 軒 2006.02.15 11:40  
  김메리님. 오랜만이네요. 안녕하셨어요? 건강하시구요?^^
가곡사이트에 왠 동요얘기냐고 시큰둥 하지 않으시고 말 붙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기억... 얘기 하셨는데 저 뭐 별로 기억력 좋지 않아요. 기억하는 것은 아마도 그것 밖에 하고 논 게 없어서 그럴 거에요.^^ 그리고 제가 글 속에 언급한 제 친구 한 명은 저보다 더 많은 것을 기억해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제가 언제나 더 놀라는 걸요. ^^ 
그리고...제가 좀 더 젊었을 때는 겨울에 용평쪽을 종종 다녔어요. 자작나무를 좋아해서요. ^^
늘 즐거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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