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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던 당신이 아니셨나요

김형준 5 784
슈베르트의 연가곡 '아름다운 물레방앗간의 아가씨'를 들으러 갔습니다.
저기 멀리서 친숙한 얼굴이 보였습니다.
어느 여성과 함께 걸어오시는 당신을 보았습니다.

나는 눈치도 없는 사람인 모양입니다.
당신이 당황해 하실 지도 모르고 그저 반갑기만 했으니 말입니다.

안녕하세요! 어느 어느 분 아니세요?
아무런 말씀도 없으셨습니다.
옆에 있던 여성이 '아닌데요'라고 짤막히 답을 하고 말았습니다.

님이 아니셨습니까?
맞으면 어떻고 아니면 또 어떻습니까
얼굴을 한 번 더 본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아는 척을 할 수 없는 상황이셨다면
저의 미안한 마음을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아직 그다지 지혜가 풍성하게 열매 맺지 못해서 였답니다.

9월에는 다시 오신다기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가을을 기다려 왔습니다.

장마와 태풍, 강렬한 뜨거움
이 모든 것을 견뎌내고 곡식들은 무르익을 겁니다.

신선한 바람이 우리의 목마른 영혼을 적실 때 님이 오실 겁니다.
오시면 함께 시간을 나누고 싶었습니다만
이젠 기대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모든 것이 자연스레 이루어져야 하겠지요.

그저 우리의 인연이 이끄는 만큼만 함께 나누렵니다.
그것이 흔히 말하는 '순리'일테니까요.
너무 많은 것을 바라면 당신도 아프겠지요.
그대가 줄 수 없는 것들을 자꾸 요구하면 힘드시겠지요.

잠시 스치는 인연이면 어떻습니까.
너무 더워 땀이 비 오듯 흐를 때
시원한 바람 한 점 불어오면 우리의 마음 속도 상쾌해 집니다.
차라리 그러한 축복의 바람으로 오셨다가 살며시 가십시오.

원하시는 만큼만 저와 함께 지내시다가
당신이 가고 싶으실 땐 언제든지
또 다른 인연을 찾아 부지런히 떠나십시오.

언젠가 다시 무더운 계절이 찾아오면
당신이란 시원한 바람을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5 Comments
정우동 2006.08.18 09:07  
  이별은 미의 창조입니다.
이별의 미는
아침의 바탕 없는 황금과
밤의 올 없는 검은 비단과
죽음없는 영원의 생명과
시들지 않는 하늘의 푸른 꽃에도 없습니다.

님이여, 이별이 아니면
나는 눈물에서 죽었다가
웃음에서 다시 살아날 수가 없습니다.
오오 이별이여.
미는 이별의 창조입니다.
.
 

김형준 2006.08.19 02:30  
  이별이 올 것을 알면서도 만남을 갖습니다.
새로운 만남의 시간은 늘 떨림을 가져다 줍니다.
종래 헤어져야 함을 알면서도 만남에 대한 기대를 갖습니다.

이별이 없다면 새로운 만남도 아마 없을 겝니다.
한 번 이별했다고 영영 헤어지는 것은 아닐 겝니다.

이별은 만남을 위한 전주곡이요
만남은 이별을 위한 서곡입니다.

이별의 아픔과 아쉬움이 없었다면
그 수많은 별과 같이 빛나는 명작들은 탄생하지 못했을 겁니다.

이별을 연습하는 마음은 쓰라립니다.
그러하기에 새로운 만남은 더욱 더 달콤합니다.
정덕기 2006.08.19 22:22  
  박흥우 님의 독창회에 가셨군요 나도 가고 싶었는데
그 독한여름 감기가
김형준 2006.08.19 23:09  
  그렇습니다.
역시.....
이번 공연에서 노래를 들을 때에는
지난 번 정교수님 말씀하신 '피셔 디스카우에 버금가는' 실력인지
열심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정교수님의 말씀에 거의 동의를 하였습니다.
박흥우님의 CD 중 '겨울 나그네', '시인의 사랑', '연애 시집'을
현장에서 구입하였습니다.
정교수님께서 주신 CD 세 개도 그곳에서 판매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결국 저도 정교수님처럼 박흥우님의 '왕팬'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안그래도 혹시 정교수님도 그곳에 오시지 않았을까
목이 빠지게 이리 저리 살펴보았는데 아쉽게도...
'아 그 독한 여름 감기에...'
빨리 회복되시길 빕니다.

박흥우님과 짧막한 대화를 나누면서
'정덕기교수님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라고 인사했습니다. (^)^)
김형준 2006.11.16 09:25  
  결국 말이 없던 그 사람은
바로 '그 사람'이었다.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데이트 중이 었는가.
함께 있던 여성도 아는 분이었다.

그저 음악 공연 보러 왔다 든가 하면 될 터인데
왜 그리 당황하셨나.

진짜 연애를 하는 걸까.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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