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연주.감상후기, 등업요청, 질문, 제안, 유머, 창작 노랫말, 공연초대와 일상적 이야기 등 주제와 형식, 성격에 관계없이 쓸 수 있습니다.
단,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는 금지하며 무단 게재할 경우 동의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회원문단은 자유게시판으로 통합되었습니다.

산골의 꽃샘 추위

꽃구름언덕 5 1397
    산골의 꽃샘 추위               

 산수유노란 꽃이 피고 남녘엔 봄이 한참이나 빨리 와서  봄꽃 축제의 일정을 잡기에 고심한다는 소식이지만 미리 피어나 꽃들 위로 세찬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아침에 바라본 소백산엔 때 아닌 눈꽃이 너무도 아름답게 장관을 이루며 빛나고 있어서마을에서 감상하는 우리들을 황홀하게 하고
<겨울, 눈꽃이 피면>이라는 경쾌한 가곡은 이때 부르면 정말 잘 어울린다.

 합창연습을 하러 동해시에서 오는 단원도 있는데 글쎄 태백을 넘어오는데
폭설이 내려 다시 돌아가고 있다는 소식에 걱정들을 하고 평창서 오는
남성합창단 지휘자는 또 어떻게 오시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이 고속도로는 다닐 만 하더라며 오셨다.

추운 날씨인지라 김밥만으로는 안 될 것 같아 김장김치에
손 두부를 많이 넣고 김칫국을 끓였는데 예나 지금이나 손
크기로 유명한 내 습관을 어쩌지 못하고 40명 정도 먹을 음식을
한 70명은 먹어도 되게 큰 솥으로 하나 가득 끓였다.
너무 많은 관계로 반은 협박을 해서 많이들 드시라 권장 했는데
다행히도 갑작스런 겨울 날씨 탓인지 그 많은 김칫국을 다 먹었다.

늘 봄이면 이런 일들은 몇 번씩 있지만 강원도 지역은 봄 눈 때문에
참 아름다운 풍경도 연출이 되는  계절이다.
 열심히 노래하고 나서 돌아온 오후는 햇살이 꽤 포근해 보여서
호미 하나 들고 바구니를 가지고 잠바입고 털신 신고 목도리하고
완전무장한 산골처녀(?)가 되어 밭으로 나갔다.

이즈음엔 꼭 봄나물이 내가 오길 기다리고 있을 태니까.......
밭에 앉자마자 빨간 달래 순이 얼마나 예쁘게 올라 왔는지 나는 정신없이
호미질을 하고 바구니는 소복해져갔다
손이 시리고 볼이 얼어도 달래향이 얼마나 상큼한지 눈이 정말 확 뜨일 지경이다.

늘 봄이면 캐는 나물이지만 추운 날씨에도 나는 혼자 웃음이 나온다.
 반갑다고, 어쩌면 변함없이 새봄에 나에게 이렇게 큰 선물을
주는지 그렇게 말이라도 해주고 싶었다.누군가 같이 있었으면 깔깔대며 나물을 캐겠지만 이 춥고 바람 매서운 날에는 아무도달래, 냉이에 목숨 걸지 않는다.

특별한 사명감이나 있는 냥 나는 열심히 발그레하고
파릇한 달래 향에 취하고 냉이 향에 기쁘기만 하다.
나는 늘 이래서 오버한다고 이웃들에게 핀잔도 듣지만 나는
이른 봄에 들나물 캐는 이 행복을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

지난해 원추리 꽃이 등불을 켠 듯 환하던 언덕엔 벌서 가위손을 하고
연두색 싹이 무더기로 얼굴을 내밀고 은방울꽃이 있던
밤나무 밑에도무언가 푸른 기운이 감돈다.

 찔레넝쿨은 빨간 새순을 키우고 있고 쑥들도 조심스레 얼굴을
 내밀고 있는 봄 언덕에는 유월의 주인공인 망초 꽃 새순만이
추위도 아랑곳없이 초록색 무더기인지라 칼로 도려 묵나물을 준비할까
하다가 너무 여리기에 다음 주로 미루었다.
겨울을 견딘 달맞이꽃 잎들도 어쩌면 저리 꿋꿋하게  잘 자라나는지.......

귀에선 세찬 바람소리와 함께 스윗, 스윗, 스프링, 스프링 새소리는 명랑한데
바람이 더욱 세차게 불더니 밝은 날인데도 앵두꽃잎이 흩날리듯
사과꽃 잎이 지듯이 눈보라가 치기 시작한다.

남편은 추운데 왜 사서 고생이냐고 고구마를 구워놓고 김치전을 부쳐놓고
들어오라고 연신 현관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데 달래 캐기
바빠서 도통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그 눈보라를 다 맞으면서 무슨 전사처럼
이 봄 향기에 취하고 새소리에 빠져서 일어날 줄 모르니
따뜻한  고구마 한 개를 가져다주는 남편이 참 기가 차다는 듯 웃는다.

 나의 이런 병은 봄이면 한 번씩 도져 말리지 못할 지경임을 그는 모를리 없지만 워낙 눈보라에 바람이 세니 자꾸만 들어가라 성화다.
나는 그래도........물건너 우련한 빛을 우련한 빛을 강마을에 내리누나~하면서 <강건너 봄이 오듯>을  흥을 거리니 포기한 남편은 들어가고 그래도 아픈 허리를 몇 번이고 두드려가며  열심히 몇 시간을 캔 냉이가 두 바구니가 가득하다.

마당에 부어 놓으니 식구들이  아무것도 없는 밭에서 이렇게나 많이
캤느냐고 눈이 휘둥그레지고 깔깔 웃는데 나는 추워서
덜덜 떨며 잘 간추려서 이웃에 한 웅 큼씩 줄려고
작은 비닐봉지를 뒤지고 있었다.

 저녁상엔 냉잇국, 달래무침, 달래 찜, 달래장에 온통 푸른 풀밭이다.
눈보라는 아직도 날리는데........
꽃다지는 생콩가루에 무쳐서 살짝 찌고 뭐, 임금님 수라상보다도
행복한 식사시간이다.
온난화 현상으로 기후가 예전 같지 않고 아열대기후가 된다는
현실이 심각하고  걱정스럽고 환경 문제에 더 세심한 관심을 가지게 된다.

 혹한의 겨울을 이기고 언 땅에서 봄새 소리 듣고 자란 나물들은
나른한 봄날의 자양 강장제이고 활력을 충전해주는 건강식품이다 .
또 이렇게 봄나물 캐기 좋아하는 아줌마들의 작은
행복을 앗아가는 기후가 오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눈보라도 괜찮고 간혹 진달 꽃 위에 내리는 봄눈도 예쁘고 환영하니
정말 온난화 현상만은 오지 말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스프링, 스프링, 스윗 ,스윗 경쾌한 산새소리와 향긋한 봄이
아름다운 것은 눈 쌓인  추운 겨울이 있음으로 더욱 풍성해 지나니
원컨대 우리네 삶에도 여러 계절들을 겸허하고 감사히 받아드려서
  인생의 어떤 계절이라도 새봄을 반기듯이  한 결 같이 반갑게
맞이하고 보내며 살아야 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눈이 많이 왔을 평창까지 지휘자는 밤 11시가 돼서야 걱정할 우리들을 위해 전화가 왔다.조금의 불편함도 있었지만 꽃샘 추위도 있어야할 과정이 아니던가?

달콤한 냉이 무침에 향긋한 달래 찜을 먹으려면.......
마당에 뾰족이 순을 내민 백합이랑 튤립 순이 얼까봐 덮어주는
우를 범하지 않으리라
추위를 견딘 꽃이 더 선명하고 예쁜 꽃을 피운다는 것을 알기에.

뒷산엔 여전히 바람이 아카시아 큰 나무를 흔들어 대고 있다.
그 아래  찔레넝쿨은 조용히 잠을 자고 환한 찔레꽃이
싱그럽게 필 것이 눈에 보이며 
요즘 한창 빠져있는 <찔레꽃 피는 산길>을 한밤에 듣고 있다.

초록잎 하얀꽃이 저 혼자 어여뻐서
홀로서 찾아가도 괜시리 설레던 산길
산 꿩이 꿩꿩 우는 외진 길을 열고
아지랑이 꿈 속에서 그님이 손짓하던
발그레 웃음짓는 우리님 찾아오려나 찾아노려나. 찾아오려나~

이 노래를 부르려면 봄이 좀더 깊어져야겠지.그때를 위하여.

 화려한 춘신의 향연을 위하여~~~~꽃샘 추위여 내년에도 오시라~~~
나 여전히 여기서 호미 들고 바구니 끼고 반겨 맞으리라.


                                  이제는 산복숭아 꽃이 수줍게 피고 소백산엔 잔설이
                                  은빛나는  산골에서 꽃구름피는 언덕
5 Comments
산처녀 2007.03.26 15:02  
  소백산의 봄이 성큼
내 앞으로 달려 오네요.
봄의 향연이네요.
요즘 캐는 달래의 진한 향은
누구도 흉내 못내죠.
많이 즐거웠어요 ^*^
송인자 2007.03.26 17:41  
  댁이 어디실까요?
찬바람 속에서..나물캐는 꽃구름언덕님이 참 부럽습니다.^^
노을 2007.03.27 13:53  
  어제 그 냉이 꾸러미에 그런 사연이 숨어있었군요. 임긍수 선생님께 전달은 잘 하셨는지요. 그분이 이 글을 읽으셔야 하는데...
손두부 김칫국이 생각나 입맛이 자꾸만 다셔지네요. 꽃구름언덕님의 행복한 전원생활이 부러워 배가 다 아파요.
저도 사계절을 다 좋아해서 아열대니 어쩌니 하는 소리가 불길해 근심꺼리처럼
늘 마음이 껄쩍지근하답니다. 
당장에 나도 그렇게 살고싶지만....... 에고~~
바 위 2007.03.28 15:51  
  뭔일로 봄 추이는 고리도 시리냐니

소백산 철쭉피기 쉬우냐고 묻는구나

두견새 피 울움 따라 두견화가 창꽃된다


소백산 선녀님 맞지요 !

고맙습니다.......
꽃구름언덕 2007.03.28 23:47  
  ^^* 보고싶은 산처녀언니 어제도 오시나 기린목이 되었었네요.
괴산의 봄도 언니의 시심을 막 흔들어 놓겠지요?
송니자님 반갑습니다.
노을님 그리 젊고 예쁘셔서 제가 너무 놀랐잖아요?
마음으로 바라면 이루어 진다고하지요?
바위선생님 정말 꽃샘추위처럼 추우면 철쭉이 안필듯 하지만
자연의 조화란 어김없이 지금은  천지 사방에 꽃들이 멀미가
나게 피어나기 시작하는 찬란한 봄입니다.
참꽃으로 화전만들어야 겠지요? 선생님 늘 건안하시기 바랍니다.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