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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片片短想] ㅡ 암호와 정점 하나

鄭宇東 0 1393
옛날에 플루타크 영웅전을 읽으면서 소개되는
고대 그리스의 스파르타에서 세계 최초로 채택한 스키탈레 암호방식을 적용하여
통신을 나눌 상대가 없어서 유감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 방식은 같은 굵기의
둥근 막대기를 만들어 나누어 가지고 같은 폭의 종이를 겹치지 않게 감아 그위에
세로로 글을 써서 풀어 보내 상대방의 막대기에 다시 감아 해독하는 방식입니다.

또 자칭 타칭으로 우리나라의 인간국보였던 무애 양주동박사가
아가서의 장절을 따와서 성경공부라도 하는양 여전문학교의 사감의 눈을 속이고
연애편지를 주고 받은 일도 있읍니다. 호기심으로 이것도 한번 흉내 내보고 싶다
는 생각까지 하였지만 실제로 그렇게 한 상대도 기회도 영영 주어지 않았습니다.

어떤 안전장치도 쓸모없는 귀신이 곡할 정도의 모사꾼이 중국미술사에 딱 한 사람
있었습니다. 송대에 명화를 임모하기로 유명한 미불이라는 이 화가는
소를 잘 그리는 8세기의 화가 대숭의 그림을 소장가로부터 빌려와 밤새 베껴 완성
하고 다음날 아침에 모사그림을 원주인에게 돌려 주었더니 채 한나절이 안되어 찾
아와서 원그림을 돌려 달라고 화를 내었습니다. 자기가 가졌던 그림에는 소의 눈에
목동이 눈부처로 그려져 있다고 하는데 자세히 보니 정말 그대로이고 더 놀라운 것
은 그 목동의 눈에는 소가 눈부처로 그려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조선시대의 백사 이항복은 자신이 쓴 문서에 수결-사인을 하였으나
이마저 위조하는 사태가 생기자 이 수결의 마지막 글자의 일정한 자리에다가
바늘구멍을 뚫어 쉽게 구별하도록 하였습니다. 검은 먹으로 표시한 수결에 만들
어진 구멍은 누구도 알아채기 힘든 자신만의 비장의 비표나 암호가 되었습니다.
문서에서 사용한 이러한 방법이 그림에 위작-모작이 성행하자 자연스럽게 도입
되어 낙관을 친 자리에 자기만 알수 있는 비표나 암호를 표시하게 되었다 합니다.

이상은 자기의 예술세계를 지키거나 보호하기 위한 장치나 대책입니다.
그러나 예술가에는 자기의 작품에 생명을 주는 비장의 점이나 비법이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용의 그림등을 미완성인 채로 남겨 두었다가 마지막 순간에 그림에다
혼과 생명을 불어넣는 눈동자를 그려 넣으면 용이 생명력을 얻어 화면밖 세상으로
살아서 날아 오른다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의 고사가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는 그 호방한 달마도를 단숨에 그린 연당 김명국의 일화가 있습니다.
왕의 청으로 빗접에 그림을 그렸는데 받아본 왕이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다고
화를 내자 내일까지 기다려 주기를 청해 이튿날 공주가 머리를 빗자고 빗접을 열자
이가 두마리 움직여서 잡자고 하여도 안잡혀 자세히 보니 이의 그림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눈에 보이지 않도록 작은 이의 씨알을 그려놓으니 그것이 시간이 흘러
생명의 싹을 틔우고 부화하고 성장하여 움직였다는 창조의 이야기입니다.
이와 같이 예술행위는 창조행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술가를 또 하나의 신이고 창조자라고 부르며 존경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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