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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남 논가 그 집에서의 꿈같은 저녁

기종환 3 923
1972년 늦가을
유신체제 선포와 함께
대학이 문을 닫고 있던 때였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친척들에게 인사 다니던
제종누님 내외를 따라서
사천군 사남면의 먼 누님댁에
난생 처음 가게 되었다.

삼천포 가는 길에서
바다쪽으로 들어가는 초입 동네
해거름에 닿았을 때
논에서는 탈곡기가
윙윙 털털털 돌면서
가을걷이가 한창이었다.

누님댁은 바로 그 논가에 있었다.

갓난 아이를 등에 엎고
저녁을 하다가 반가이 맞아주는
수더분한 누님의 뒤로 모습을 보인
자형은 건장한 체격의 호남아였다.

자신을 소개하는데
바로 그곳 중학교 음악선생님이시라기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도시에서도 피아노가 흔치 않던 당시
거실에 놓인 피아노에 앉아서
식후의 즉흥음악회가 열렸다.

처음에는 그냥 자형이 피아노를 치면서
자신의 애창가곡을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됐다가
노래라면 빠질소냐 처남이 끼여들어
아는 곡을 다 쏟아놓으면서
그날 저녁 늦게까지 아름다운 시간을 갖고
진주로 돌아오면서 얼마나 흐뭇했는지...

그 뒤로 간혹 가곡을 부르고 싶을 때는
사남의 그날 저녁이 생각나면서
인생의 아름답고 극적인 순간들은
오는 순간에 붙잡아야지
일단 지나가면 두번 다시 오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그로부터 35년이 지난 지금
그때 동행한 누님께
음악선생님 자형의 소식을 물었더니
애석하게도 타계하셨다는 소식이다.

자형의 명복을 빌면서
혹시 그 누님을 만나면
그 분의 삶을 듣고 싶다.

내마노 회원 여러분,
여러분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하고 계시니
정말 행복하신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3 Comments
구남윤 2007.12.08 21:50  
정말 아름다운 추억이군요. 그 사남 논가 마을에도 가보고 싶고, 돌아가신 사남 논가마을의 음악선생님도 아름답습니다. 저도 그런 추억의 주인공이 되고 싶습니다.
권혁민 2007.12.10 11:16  
처형의 시어머니니 나하고는 촌수가 억지로 마추기전에는 아마도 없을게 분명하다.
얼마전에 팔순잔치가 있었는데 내겐 송년모임이 미리 잡혀있어 그만 가지를 못했다.
어제는 처형집에서 온가족 저녁을 함께 먹자고 연락을 받고 가니 그 어르신이 와 계셨다.
그래서 그분 앞에서  우리가곡을 두곡(그대 창밖에서/구름따라)을 불러 드렸다.
좋아라하시며 주머니에서 2만원을 노래값으로 주셨다.
막내아들도 겨울 눈꽃이 피면과 압해도를 불러 기분을 즐겁게 하여 주었다.
그놈에게는 내가 고맙다고 받은 2만원중 1만원을 노래 값으로 주었다.
친어머니께,장모님께,이번에는 처형의 시어머니께
우리가곡의 아름다움을 선사한 이 기쁨-아직 난 그분들 앞에서는 재롱피우는 아들이고
개구장이 사위이고 싶고 우리의 가곡을 전하는 가슴 따듯한 전도사이고 싶다.
처음에는 가곡을 부른다는 것이 어색하고 비록 낯설게 느껴 질 수도 있지만
자꾸 반복하다보면 차안에서 병실에서 온가족이 저녁 식사후에 디져트 들면서 언제 어느 때던 들어면 들을수록 더욱 더 친근하고 푸근하게 느껴 지는게 우리 가곡입니다.
베개맡에는 이수인님,피아노 위에는 한지영님,내 가방에는 임긍수님,거실에는 정덕기님과 황덕식님,김광자님 이런분들과 늘 함께 동거하면서 살고 있으니 노래가 주는 행복에 푹 젖어 살고 있지요.
고광덕 2007.12.10 12:02  
아름다운 추억을 함께 하시고 나누는 기쁨을 아시는 여러분들이 있어
가곡 부르는 즐거움이 더욱 커지리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곳에서든 가곡도 함께 울려나올 수 있다면 삶이 더 행복할 것 같네요.
이번 토요일 저녁에는 어느 밥집(표현이 맞을려나?)에서 가곡 연주회가 열린다죠?
이게 바로 삶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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