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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화나게 하는 일들

현규호 8 916
미국의 저명한 수필가 헤리 골든은 '생활의 예지'란 책에서 이런 말을 한다.
 
우주에는 은하수가 있고, 그 은하수중 태양계는 보잘 것 없는  천체이고, 그 중에 지구, 지구중 특정 국가의  한 개인, 또 이 개인은 하찮은 존재란다. 다방에서 레지에게 홍차를 시켰는 데, 대신 커피를 가져다 주었다고 화낼 일은 아니란다. 그저 씩 한번 웃고 지니칠 일이란다.

이 하찮은 존재를 화나게 하는 일들을 가끔 목격한다. 그저 씩 웃고 지나칠 수 있을까?

수락산을 내 집 뜰안 거닐듯 수시로 오르라면 경치좋은 곳에선 으례 아줌마 아저씨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참외도 벗겨 먹고, 오이도 벗겨 먹고, 오랜지도 벗겨 먹는다. 그리고 양심있는 사람들은 껍질을 동물 먹으라고 수풀 속에 버린다. 그걸 먹을 동물들은 사람들 구박에 이미 산을 떠난 지 오래 되였는 데도. 어떤 이들은 썩을 것인 데 어떠냰다.  하두 많은 사람들이 마구 버려 썩을 시간 조차도 없는 데.

예쁜 아가씨가 지하철 문이 열리자 냉큼 올라탄다. 머리에 썬글라스 치켜 쓰고 손에는 뚜껑 없는 커피 컵이 들려있다. 손에 든 것만 없으면 영낙없는 오드리 헵번인 데... 아마 커피를 마실 시간도 주지 않고 염치 모르는 열차가 들어왔나 보다. 열차가 갑자기 서면 드라이크리닝 값은 줄려는 지 모르겠다.지하철 회사는 당연히 벌금을 물려야하는 데 영 모른 체한다.

후미진 도로에 들어서면 교통경찰들이 안전띠 안멘 운전자에게 범칙금 스티카를 발부한다. 영국 경찰들같으면 안메도 될 허가가 있는가 묻고, 그렇지 않으면 안저띠 메는 것을 확인하고 그냥가랜다. 정작 범칙금 내야할 사람들은 비오는 날 후미등 안킨 사람이고, 해 떨어졌는 데도 전조등 키지 않은 사람들이련만.

좀 심각한 얘기를 해야겠다. 앞 좌석에 어린애를 태우는 사람이 있다. 영국에선 14세 미만의 애는 어떤 경우에도 앞 좌석에 탈 수 없단다. 안전 때문이란다. 더욱 가관은 어린애를 앞 가슴에 안고 운전대를 잡은 사람이다. 귀한 자식을 애어빽으로 착각한 모양이다. 안전띠 안멘 사람에게 범칙금 스티카 발부할 것이 아니라 이런 사람은 아동 학대죄로 형무소로 막바로 보내야 옳지 않을까....

대형 놀이터에서 가끔은 애를 잃어버리고 엄마는 애간장이 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다. 애는 애데로 눈물 콧물 뒤범벅이 되어 엄마 찾아 삼만리다.  그러다가 정말 운이 없으면 영 생이별하는 경우도 본다. 사전에 우리 서로 헤여졌을 때 어디서 만나자는 약속만 했어도 이런 일 없을 텐데. 만일 지하철을 애나 엄마중 한 사람만 타면 어쩔꺼냐?

요즈음 합창연습 가느라고 뻐스를 타는 경우가 많아졌다. 악보라도 꺼내 가사라도 외울냥이면 느닷없이 기사양반은 구성진 목소리로 비나리는 고모령을 부르는 카수의 녹음테이프를 볼륨가득히 틀어 놓고 고객 써비스란다. 옆자리 아가씨는 mp3 이어폰이 깨져라 볼륨을 높인다. 내가 들어도 귀가 따가운 데 그 아가씨 귀청은 철판인가 보다. 귀에 꼽기 전에 적당한 볼륨인지 확인했어야 했는 데.

어디 이뿐이랴만은 안전에 너무 무신경하고 남을 조금만 배려한다면 정말 씩 웃을 일들이 많을 텐데. 우리네 선조들이 부럽다. 까막 까치 까지도 걱정하여 감나무에 감 남겨놓고,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넜다지않나...좀 신중해야 한다.  밥 타는 냄새가 나는 데 요리책에서 지시한 시간이 아직 지나지 않았다고 불끄는 시어머니에게 눈 흘기는 교양있는 며누리가 되면 곤란하지만...
8 Comments
정우동 2005.06.24 23:32  
  현 선생님 글재주에 경탄-찬탄을 보내며 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구양수의 이른바 多讀 多作 多商量의 三多가 다 잘 갖추어진 좋은
글로 구구절절이 옳으신 말씀입니다.

지나치다 꼴불견들을 보면 말 한마디에 스모선수처럼 체력적으로
위압을 줄 정도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요즘 잘못하다가는 창피를 당하기도 하고 스모 선수도 총칼
앞에서는 무력한게 흠입니다.

며칠전 지하철을 내려 마을 버스를 타는데 어느 아주머니가 교통카
드를 계산기에 세번이나 접촉할 때마다 녹음된 기계음이 다시 접촉
하라는데도 운전기사양반이 말이 없기에 내가 아주머니 카드를 대었
다 빨리 떼내세요 하고 통과성사를 시켜놓고 입 두었다 뭐하느냐고
모르는 사람 좀 친절히 안내해 주면 안되느냐고 말해 주었다가 내가
운전 기사한테 도리어 큰욕을 먹었습니다.
.

현규호 2005.06.24 23:49  
  하찮은 졸필에 늘 칭찬을 아끼시지 않고 챙겨주시는 정우동 선배님의 박식에 늘 놀라고 합니다. 늘 감사히 생각하고 있읍니다.
요번 월요일에 뵙겠읍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해야로비 2005.06.25 01:07  
  두분....아름다운 어르신의 말씀 옳으신 말씀...새기겠습니다.
유랑인 2005.06.25 09:50  
  어떤 날 버스안에서 내릴 때는 안되었는데 아이가 소변이 급하다고 하자
버스안 승강장(거기가 후미지다구 생각했는지)에 아이의 궁둥이를 허옇게 내리고 멋적어 하는 아이를 다그쳐 일을 보게 하는 어느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아!  어머니는 용감했습니다.
결국 주변에서 모두가 나무라자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고 말았는데....
무슨 생각이 그 엄마의 머릿속에 들어있는걸가요?
중요한 건 한 두 사람이 이야기하면 당사자의 시비가 되는 데
옳지 않은 건 주변에서 다 같이 바로잡아 주어야 할 필요가 있더라구요..

또 김동민 명사수가 생각납니다..
사랑노래 2005.06.25 12:05  
  이같은 글을 읽고 깨우쳐야 할 이들은
이같이 좋은 사이트에는 들어오지 않으니
그것이 늘 문제입니다.

아름다운 가곡 한 곡이라도 가슴에 새길 수만 있다면
바로 예절있는 사람, 아름다운 사람이 될 것인데
정말 안타깝지요.

그래서 저는 젊은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면 이를 보신
어르신들께서 현장에서 넌지시 일깨워주시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어르신들의 사회적 역할도 정말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킬박사 2005.06.25 12:18  
  현선생님을 화나게 한 일이 무엇인지 죄는 그 나쁜 일에 있는 데 어떨 때는 화를 낸 사람에게 돌아오는 때도 있지요. 화를 지혜롭게 다스리는 법도 알아야 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인가 봅니다.
별헤아림/sun 2005.06.25 17:59  
  버스 정류장에서 아이가 소변이 마렵다고 하자, 그 엄마 몇 걸음만 떼면 맨홀도 있고, 가로수 아래 흙도 있는데, 사람들 서슬 속에서 반걸음도 떼지 않고 볼일을 보게 하는데, 강 줄기가 경사면을 따라 초속 50cm로 급류하는 바람에 방심하고 있는 사람들 황급히 대피하는 헤프닝이 벌어졌습니다.
아리랑 2005.06.27 13:49  
  절대로 산에 가서 과일껍질 벗겨 사방에 버리면 안됩니다.
과일껍질에 남아있는 농약성분때문에 다람쥐나 산새가 영구 불임이 됩니다. 인간의 사소한 부주의는 인간만이 아니라 다른 뭇 생명들까지 해롭게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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