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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털 박히면 술도 한 잔 못 하나요

김형준 2 769
여러 사람 앞에서 비명을 질러댔다.
'자네도 그런 데 끼는 거야!'
고함 친 본인도 무안했나 보다.

벌썩 일어나 그렇게 소리친 뒤 머쓱해서 앉는다.
그 사람 친구가 옆에서 말한다.

'아니, 벌써 취한 거야!'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어느 분이 술을 한 잔씩 권했다.
받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실례가 되겠기에
일단 따라주는 술을 받았다.
자리에 합석한 사람들은 대부분 6, 70대 분들이었고
한 사람만이 40대였다 한다. 

70대에 속한 어느 분이 이 40대 남성에게 고함을 꽥 지른 것이다.
권하는 이의 성의를 생각해서 술을 한 잔 받았다는 이유로 말이다.
자리를 함께 한 사람들이 모두 말문이 막혔나 보다.

왜 그런 무례한 행동을 했는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 노인의 평상시 성격이 괴퍅한 것을 다들 알고 있었다.
한참 침묵이 흐른 후에야 대화들이 재개되었다.

평소에 얼마나 큰 악감정을 가졌길래 그 모양일까.
상대방 창피를 주려다 오히려 본인이 된통 당했다.

헤프닝에 대한 소식은 일사천리로 퍼지게 마련이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어느 분이 그 70대 분을 강력히 공격했다.
'왜 그 사람에게 그렇게 심한 소리를 했어.
그 친구가 우리 모임에 어떻게 오게 됐는지 잊었어?"

그 노인분은 자신이 화를 낸 이유를 이것저것 댔지만
별로 먹혀 들어가질 않은 모양이다.
조목 조목 따지면서 공격하는 상대방에게
변명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미운 털이 박혔어도 그렇게 하면 됩니까.'

이것 저것 궁색한 변명을 대다가
그 70대 남성은 할 말이 더욱 없게 되었다.
여러 사람이 40대 남성을 변호했기 때문이다.
그 70대 노인도 가만히 생각해 보니
괜히 소리 지른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생겼으리라.

그 70대 노인은 그저 그 중년 남성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랜 시간에 걸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무언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은 것들이 쌓인 듯 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상대방의 인격을 무시해서는 되겠는가!
사람이 참는 데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참다 참다 젊은 사람이 머리를 들이대면
나이 드신 분이 무슨 창피인가
본인이 큰 실수 했으니 아무런 할 말도 없을 터이다.

미운 털은 박지도 말고 박히지도 말자.
미운 털 박은 것 있음 모두 다 빼세요.
잘못하면 위궤양 걸립니다!

대부분의 다른 노인들은
그 중년 남성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유독 그 70대 노인만 마음에 갈쿠리를 끼고 살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그 두 사람은 상당한 기간 동안
대화를 하지 않고 지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공격한 사람은 미안하고
당한 사람은 무안할 것 아닌가
자꾸 괴롭히는데 성인군자가 어디 있나.

무서워서 피하나 더럽고 냄새 나니까 피하지.

나이가 들면 들 수록
성숙한 인격의 향기를 내는 이도 있고,
오히려 심한 악취를 풍겨 옆에 가기가 꺼려지는 이도 있다.

왜 사람들은 남들에게 미운 털을 박는 것일까.
고운 털 박기에도 아깝고 짧은 시간이다.

우리 서로서로 고운 털만 박자.

미운 털은
박은 사람에게 몹시 해로운 것이다.
물론 박힌 사람도 고롭기는 마찬가지이고.

고래도 칭찬을 하면 춤을 춘다는데
사람은 더 할 것 아닌가.

잘못된 것만 보는 사람은
시각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칭찬하자,
좋은 것은 더욱 크게 보고
나쁜 것은 가급적 작게 생각하자.

웬만하면 다들 어여쁘게 볼 여유를 갖도록 하자.
그럼 우리들 모두의 얼굴에 보다 자주 미소가 피어오를 것 같다.
 
2 Comments
세라피나 2006.09.05 22:04  
  안녕하세요^^ 김형준님
혹시^^ 직접 겪은 '일화 '이신지요?^^(미운 털 박힐  질문인가요?^^)

예술의 전당에서  뵌  순수소년처럼 해 맑은 미소가
참, 인상적이셨어요..^^

맞아요..
조금만,  여유롭게, 너그럽고, 넉넉하면 좋으련만...!!
제, 자신부터 돌아봐야  할  부끄러움이에요.;;

이리도  맑고 맑은  심성으로  삶을 영위하시는  김선생님!
너무  힘들고  아프실 것 같아요?^^
 
글, 잘 읽었습니다.

 


김형준 2006.09.06 09:57  
  안녕하세요, 세라피나님!
예술의 전당에서의 심송학님 콘서트는 참 좋았습니다.
세라피나님도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구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상대방이 힘들 것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을 법도 한 상황에서도 말이에요.

그래도 우리 모두 다른 이들 형편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겠지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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