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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식장에서 얼음이 된 새신랑

김형준 0 771
왜 이리도 마음이 두근거릴까.
신랑의 모습이 보인다. 그 옆에 신부도 함께 서 있었다.

가슴이 꽁닥꽁닥 뛰었다.
'혹시나 실수하면 어쩌나!'

나의 동생같기도 하고 친구같기도 한 새신랑이
가끔은 '씩'하고 천진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헌데 먹구름이 그의 얼굴을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얼마나 힘들까. 얼마나 어려운 자리일까.
결혼하려고 결혼식장에 서있는 신랑에 대한 표현치곤
뭔지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설명하면 이해할 수 있을까.

오랫동안 잘 알고 지내는 어른들을 만나도
얼굴을 싹 돌리고 모른척 한다고 잔뜩 욕을 먹는 사람이다.

즐겁게 이야기하다가도 갑자기 시무룩해져서
입을 꽉 다물어 버리고 마는 그런 사람이다.

그 많던 친구 중에 이젠 거의 한 사람도 그의 주변을 지키지 않는다.
교회에 가서도 자신의 부모 이외 사람과는 거의 대화를 하지 않는다.

약속을 했다가도 나타나지를 잘 아니 한다.
종잡을 수가 없다.

그런 그 친구가 결혼을 했다.
나보다는 7, 8세 어리지만 우리는 그냥 친구이다.
형이면 어떻고 동생이면 어떤가.

처음에는 나에게도 마음의 문을 꼭 잠그곤 열지 않았다.
하지만 서서히 그 무거운 문을 열기 시작하더니
언제부터인가 그는 나를 보면 얼굴에 함박꽃을 피웠다.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알아보는 모양이다.

아마 말도 아니고 행동도 아닌
마음에서 마음으로 통하는 그 무엇인가가 작용을 하기 때문이리라.

좀 더 밝은 사람, 좀 더 사교적인 성격으로 바꾸어 주고자
함께 연극을 하기를 권했고 그는 응했다.
하지만 그는 늘 바람이었고 홍길동이었다. 
슬그머니 왔다간 또 어느새 자리를 뜨고 사라져버렸다.

나는 그가 해야할 대사를 외웠다.
혹시 공연일에 펑크를 내고 잠적을 하게 되면
내가 1인2역을 할 생각이었다.
다행히도 그는 공연에 참가를 했고
자신의 역을 훌륭히 해냈다.

연극을 한 지 꼭 1년이 되었다.
올해 봄부터 한 여성을 만나 데이트를 시작하더니
드디어 가을의 첫머리에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신부에게 뽀뽀도 하였다.
자꾸 고개를 떨구려는 그에게 목사님께서
얼굴을 들고 자신을 보라고 하셨다.

'인내', '오래 참음'을 통한 '사랑'의 결실을 강조하셨다.
아마 신부에게 주로 하시는 말 같지만
신랑에게도 주시는 말씀이라 판단되었다.

아직도 마음의 문이 세상을 향해
시원스레 열리지 않은 나의 친구이다.
그가 드디어 결혼을 했다.

오늘밤은 그가 괌에서 보내는 신혼여행의 두번째 밤이다.
첫날밤 임무를 잘 수행했을까.
열심히 신랑, 신부의 사랑 놀이를 하다가
갑자기 딴전을 피우면 안 되는데....

내가 아무리 도와주고 싶어도 같이 할 수 없는 시간이다.
잘 했으리라 믿고 싶다.

그의 아버지의 말에 의하면
결혼식을 올리는 날에도 나에 대해서 자주 언급했다 한다.
그만큼 나를 많이 좋아한단다.

아마 나나 그가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늘 챙겨주고 싶은 사람으로 그는 남을 것이다.
결혼하기 1주일 전에 신부를 잠시 만났는데
그 친구가 내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한다.

신부는 참 현명한 여성처럼 보였다.
신랑의 아버지도 그렇다고 내게 말해 주었다.

온달은 바보였지만
평강은 공주였다.
온달이 평강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저 바보의 상태로 평생을 보냈을지 모르겠다.
지혜롭고 인내심 많은 공주를 만나서
온달은 큰 긍정적인 변화를 겪었다.

나의 친구도 지혜로운 신부를 만나
보다 밝고, 보다 사교적이고, 보다 열린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늘 그를 위해 기도해야 겠다.

힘이 많고, 경제적 여유가 있고, 부족함이 없는 이들은
도움도 기도도 별로 필요로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렵고 힘들고 약하고 병든 이들은
그러한 도움과 사랑이 절실히 필요하며
애정과 관심의 소중함을 깊이 느끼는 법이다.

약한 자가 되자.
겸손한 자가 되자.

늘 다른 이들을 돕는 마음을 가지고
서로 나누고 서로 아껴주는 삶을 살자.

나의 친구가 오늘 밤에도 신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래본다.

내일 아침에는 또 다시 밝은 해가 뜰 것이다.
그의 삶에도 그와 같이 환한 빛이 넘쳐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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