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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읍성을 다녀왔습니다.

이한별 2 951
젊은 친구들과 함께 역사를 공부하는 모임이 하나 있는데
인근지역의 낙안읍성을 다녀왔습니다.
옛날 기와집이며 초가집등을 돌아보는데, 짚으로 엮은 초가지붕을 보고 있자니
짚이란것이 참 소중한 것이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조상들의 생활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것이었지요.
지금은 프라스틱이나 합성수지등으로 대처해버리고 있지만
아직도 쌀을 내어주는 생명의 근원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한번 써 봤습니다.





이 한 별


볍씨 하나 누군가 심었겠다
물은 생명을 불리고
해는 몸을 태웠으리
그래서
빼꼼히 세상밖으로 눈을 올릴수 있었지
성인식도 치뤘으리
오뉴월의 땡볕도
천둥치는 모진 폭풍우
우박도 모질게 맞았으리
가을은 참새의 날개에서 찾아와
상아같은 쌀알을
성글게도 맺고
허수아비하고 낭만도 거쳤으리
찬바람 밀려들때쯤
몸뚱이 밑둥으로 덩치 잘려
차곡차곡 쌓여 쌀알 내어주고
짚이 되었으리

나이롱끈보다 질진 새끼줄로도 꼬이고
비닐장판보다 포근한 멍석으로도 엮어져
초가지붕에 얹혀졌다
거기 참새도 살고, 지렁이,구렁이도 살았다
호박이며 조롱박을 온몸에 두르고
수많은 생명들과 함께 머리위에서
함께 살았다
보름날 쥐불놀이에 몸을 태우고
다음해 거름으로도 쌓여
소 여물이며 이불이 되더니
애 낳을때 요가 되어 끈적한것들을 걸렀다

죽어서도 제 몸을 온전히 내어주는게
어디 지푸라기만한게 있으랴
제 몸을 썩혀서 다른 생명의 터전을
만들어 주는 육보시(肉補施)가 몇이나 있으랴
삶의 몸앓이를 범벅칠 양이면
매끈한 지푸라기에게 넌지시 물어보자
진정 사랑함이 무엇이냐고

2 Comments
바다 2003.09.06 00:16  
  한별님!
낙안읍성에 다녀오셨군요.
한별님의 글을 읽으니 두번 가보았던 낙안읍성의 모습을
더듬거려 기억해봅니다.

돌담으로 쌓아둔 성위를 아이들과 걸었던 기억
정자 마루에서 더덕주를 마시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칩니다.

이 다음에 다시 가면 저도 다녀와서 낙안읍성을 보고 시 한 편
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참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자꾸만 사라져 가는 우리의 옛것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기쁨이 되었겠군요. 
 

 
유랑인 2003.09.08 14:43  
  저두 촬영차 몇번 갔었습니다.. 군데 군데 피어나는 현대의 상혼이 점점 커짐에 아쉬움도 자라고 있네요..  옛것을 지키며 산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요즘이지요...
그저 마음 깊은 여기저기에 동심으로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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