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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을 서재로 꾸민 작곡가

정우동 2 734
이수인 선생님을 사이트의 몇분과 성산동 댁으로 방문하였습니다.

화장실에 책을 몇권 포개어 놓은 곳은 더러 보았지만 책꽂이에 거의 한 접이나
꽂아 놓은 책제목을 보느라 한참만에 노크소리를 듣고야 밖으로 나왔습니다.
음악가에 왠 법정스님 책은 왜 그리 많은지 홀로 사는 즐거움을 비롯한
스님의 저작물이 거의 다 망라되어 있었고
또 유홍준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와 김병종님의 화첩기행에다
류시화님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신라의 역사, 범우사 사르비아문고 중
중국고전 에세이, 한국의 명수필....등등이 꽂혔던 것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대화중에 나온 까뮈나 사르뜨르도 그냥 해본 소리가 아니라 젊은 날에
부조리한 인간실존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한 흔적을 엿볼수 있었습니다.
시쉬포스가 바위를 굴려 정상에 다달아서는 다시 굴러 내리는 형벌을 반복
당하는 것이 현실인생을 사는 것과 다르지 않으나 이러한 반복과정 자체에서
생존과 실존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하시며
 
키엘케골의 유명한 잠언,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이니 안하는 것보다
결혼하여 살아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며 종교와 신앙에 대해서도 구원이나
영생도 믿어보는 쪽으로 (강제가 아닌 자유로이)선택하여 살기를 권하십니다.
빠스칼의 유-무신론에 대한 도박이론이나 칸트의 요청적 유신론을 꼭 설교
하시는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교회를 다니고 안 다니고에 따라 신앙인 여부가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속마음과 행동이 참되고 영혼이 깨끗하고 평안
해야 한다는 그 주의-주장대로 티없이 자유롭게 살고 계신것을 보았습니다. 

이수인 선생님은
내 맘의 강물, 석굴암, 고향의 노래, 별.... 등등 의 주옥같은 42가곡 외에도 
가장 최근에는 우리 사이트의 별헤아림님(권선옥 시인)이 노래말을 쓰고
문상준님이 노래를 불러 곧 CD가 나올 팔공산도 있습니다만
무려 163곡에 달하는 동요를 작곡하신 것도 반드시 기억해야 할것입니다.
들려 주신 동요 <앞으로>의 작곡노트는 참으로 귀중한 증언이었습니다,
윤석중 선생님이 미국의 달 탐사선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착륙한 시점에서
우리나라 어린이들도 달에서 더 나아가 우주로 꿈을 키워 나갈것은 바라면
서 쓴 동시에 잘 어울리는 곡을 붙인 동요중에 동요로 참 명곡입니다.
그러고 보니 "아폴로" 와 "앞으로" 는 발음이 비슷한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이수인 선생님에게
어느 예술문화단체가 "가장 문학적인 작곡가상"을 수여한 것은
이수인 선생님의 이런 빛나는 왕성한 작품활동과
성직자와 다름없는 삶에 대한 진지한 자세를 높이 기리는 적절한 평가이며
찬사이며 훈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옆으로 새는 이야기이지만
이수인 선생님과 나 사이에는
같은 마산고등학교에서 수학한 3년차의 선후배 사이입니다.
선배님이 좋아하는 탁주를 마시며 분위기가 무르 익어감에 따라
윤이상 선생이 작곡한 우리교가를 선배님이 선창으로 횃불을 들어 동방을
밝히는 마고학도의 거룩한 사명을 오랫만에 힘껏 외쳐 노래 불렀습니다.
이어 고교시절의 추억담도 꼬리를 물고 나왔습니다.

일찌기 일반교양인을 위하여 당시를 번역하여 唐詩選集을 출간한
이원섭 선생님은 뜻이 고고한 기인이라서 신성한 교단의 교탁위에 동그마니
앉아서 교장이 보든 안보든 안하무인 호연지기를 과시하셨고 그래서 훗날
선배님은 선생님의 죽림도를 작곡하여 추억하신다 하셨습니다.

또 다른 한명의 명물이신 이순섭 선생님은 호가 石이신데
국어학자 이희승 선생의 호가 一石인 것을 핀잔하여 사내대장부는 전부가
아니면 없다 할 망정 어찌 하나 둘하고 세는가? 하고 호기를 부리셨고
나도 직접 들어서 알고 있는 마고인에게 널리 회자하는 이야기로
중요한 대학입시문제를 풀적이면 (이웃하는) "상고학생 들을라 문 닫아라"
하면서 기행과 기언으로 웃기기를 잘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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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2006.11.24 13:42  
  선생님 글중

중국고전 우리고전 우리가곡론
얼른 담넘어 침 흘리다.
그냥 담아냄이 아님을 배웁니다.
억수로 곱맙다 말씀요 !

고맙습니다...

  *  ? 

여심의 巧(정교함)가 아니라
남심 拙(거침)이다

써놓고 보니
소동파 말씀중에는

해야 달의 본성론
조화론 滿 秋景 처럼 환한가 ?
서들비 2006.11.30 17:04  
  참 멋지십니다.
저도
그런책들 화장실에 갔다놓아야겠어요. ^^*

[앞으로]는 정말 세계에서 가장 멋진
행진곡이라고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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