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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사과장수

旼映오숙자 8 1532
두 명의 사과장수

 
전철역 앞에 두 명의 사과장수가 있었다.
이 두 노점상은 자리를 나란히 잡고 있었는데 분명히 한쪽은 영리하고 한쪽은 우둔했다.
한쪽은 빛깔 좋고 큼직한 사과를 적당한 가격으로 팔고 있는데 그 옆에서는 그보다 못해 보이는 것을 같은 값을 매겨놓고 있었다.
싸게 파는 것이 바보짓일까. 어리숙해 보이긴 하지만 옆 사람보다 싼 값으로 파는 이는 어제도 오늘도 일찌감치 팔 만큼 팔고 판을 거둬 들였다. 옆의 친구는 사과가 팔리지 않아도 함께 판을 거두곤 하는 것이었다.

" 그것 참 묘한 조화로군..."

나는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1막중의 아리아 <오묘한 조화>를 머리에 떠올리면서도 이들이 한통속인 줄을 눈치채지 못했었다.
그들이 한 패거리었으며 소비자를 유혹해서 더 많은 사과를 팔려고 한쪽은 쇼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한참 뒤에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런 발상은 TV 꽁트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었는데 내가 어리숙 했던 것이다.

내가 아는 꽃집에 들렀을 때 그 화려한 꽃들 가운데 별로 시선을 끌지 못하는, 그저 수수한 이름모를 들꽃이 섞여 있는 것을 보고 나는 의아해 했던 것이다.

  " 아니 이 작은 꽃 이름은 무엇인가요, 이 꽃도 파는건가요...?"
 이런 평범하고 수수한 작은 꽃이 팔리는가 싶어서 물어 봤던 것이다.
  "그건 팔리지 않죠. 하지만 수수한 꽃을 놔두면 옆에 있는 다른 꽃들이 훨씬 아름다  워 보입니다."
이번에는 솔직한 꽃집 주인의 얘기다.

 음악의 편성도 그렇다. 화려한 음색을 가진 악기가 있는가 하면 뚝배기 같이 탁하고 텁텁한 느낌을 주는 악기가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들이 어우러져 하머니를 연출 하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연필을 그다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다. 각종 다양한 볼펜이란 필기구에 밀려 별 볼일 없어진 탓도 있지만 연필이건,볼펜이건 간에 주위에서 흔한 이런 간단한 기구에 사람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남의 책상 위에 놓여있는 연필을 무심히 집어가기도 하고,또한 회사며, 상품들의 이름들을 새겨넣어 광고용으로 나눠주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런 것 한 두개 쯤 잃어버려도 결코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이 연필이란 게 없었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했을까?.
여인의 드레스를 재단하든, 화가가 데셍을 하든, 작가가 줄거리를 구상하든, 작곡가가 불현듯 떠오르는 한도막의 악상을 정리하든 연필없이는 되는 일이 없을것이다.

한자루의 연필로 부터 그려진 악보를 들여다 보면 거기엔 한술 더 떠 그 어떤 소리도 나지 않는 한 점의 쉼표 같은 것도 있는 것이다.

 인간의 역사 속엔 과소 평가 되고 무시 되는 수 많은 것들이 있지만 인간의 존재만은 저마다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지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중요한 것은 분명히 자신의 위치를 아는 그 가치들의 조화인 것이다.
8 Comments
바리톤 2007.11.16 10:59  
이렇게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하나 하나를 소제로 이런 글을 쓰실 수 있으시다니 놀랍습니다.

맞습니다. 아무리 작고 보잘것 없어 보이는 것들이라도 모두 오묘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지요.
노을 2007.11.16 16:27  
제가 배운 수필의 기본 요소가 다 들어 있으며
거기에 세상을 보는 깊은 성찰까지...
너무도 훌륭한 글입니다.
오숙자 교수님은 곡만 잘 쓰시는 게 아니라
글도 잘 쓰시네요.
작은 것에 대한 깊은 시선, 잘 배웠습니다.
고길환 2007.11.17 18:28  
오숙자
오 : 오늘도 컴에앉아 하루회상 정리하다
숙 : 숙자씨 "사과장수" 깨달음의 눈을떳네
자 : 자연의 이치속에 녹아드는 인간사여

(마땅한 표현이 없어 "숙자씨"라는 이름을 넣었네요 숙자교수님도 이상하구 .....)
좌우지간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오 : 오작교 다리위로 까마귀때 춤출때
숙 : 숙명의 견우직녀 눈물속에 반기며
자 : 자신들 옛이야기를 은하수에 흘린다.

나그네 "길"...
바다박원자 2007.11.18 20:29  
작아서 더욱 소중한 것들이 
볼품이 없어도 더욱 소중한 것들
나를 희생함으로 주위를 더욱 빛나게 하는 것들...
 교수님의 글이 깨우쳐주는 지혜...
감사합니다.
비솔 2007.11.19 20:04  
오숙자 선생님은 음악가이십니까,
문인이십니까.
다 하시믄 우리는 뭘 하라고...
반갑습니다. 내마노 모임에 가면 또 뵐 수 있으련만...
旼映오숙자 2007.11.20 18:43  
어제 첫눈이 내린 밤이었습니다
겨울이 찾아오기도 전에 눈 손님이 먼저 오셨어요,

세상엔 작고 보잘것 없어도 그 가치를 느끼는 자에겐 더욱 귀중 할 수가 있지요
바리톤님의 느낌이 참으로 소중하답니다.

언제나 담백하고도 수려한 노을님의 글은 언제나 가슴속에 잔잔한 감동을 주지요.

고 : 고상하고 품위있는 님의 삼행시엔
길 : 길 한 날의 좋은 징조가
환 : 환희찬 희망과 꿈이 함께 합니다.

스스로의 존재를 나타내지 않는 겸허함은
그 가치를 발견하고 느끼는 자에겐 보배스러운 가치 일 수 있습니다
바다 박원자님의 감성의 글에서 오히려 뜨거운 감성과 지혜를 느낍니다.

네,,, 비솔님의 과분한 극찬입니다.
어찌 문학의 학문을 넘볼 수 있겠습니까...
내마노 가곡 모임에서 뵈오면 뵙고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이경종(유랑인) 2007.12.26 11:02  
아~~  렌즈를 통해서도 많이 보던 광경이었지만~~  그런 줄은 몰랐습니다.

섬세한 성찰이 오래 건강과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

새해에도 ..  그 이후로도 죽~~~~~
sumpower 2008.01.08 13:45  
^_^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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