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연주.감상후기, 등업요청, 질문, 제안, 유머, 창작 노랫말, 공연초대와 일상적 이야기 등 주제와 형식, 성격에 관계없이 쓸 수 있습니다.
단,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는 금지하며 무단 게재할 경우 동의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회원문단은 자유게시판으로 통합되었습니다.

하모니 2 1003
창 - LES FENέTRES

슬픈 병원에 비쳐서,
텅빈 벽, 권태로운 대십자가를 향해
일상의 백색 휘장처럼 피어 오르는
역한 내음의 향연(香煙)에 지쳐서,
빈사의 환자는 슬그머니 늙은 등을 추켜 세우고


몸을 이끌어 다가가
메마른 얼굴의 흰 수염과 뼈를,
곱고 맑은 광선이 잡아당기는 창에 댄다.
썩은 환부를 덥히려는 것이 아니라
돌 위에 내리는 햇빛을 보려 함이다.


젊었을 적 그의 보물, 그 옛날 동정(童貞)의
피부를 빨아들이려 찾아가듯,
열에 뜬 입, 푸른 하늘이 굶주린 입으로
오래 오래 쓰디쓰게 입맞춤하며
황금빛으로 데운 유리창을 더럽힌다.


꿈에 취하여, 이제 그는 살고 있다.
죽음의 유약(油藥)의 몸서리침도, 탕약도,
강요당한 침대도, 기침도 모두 잊는다.
저녁이 기와 지붕들 사이에 피를 흘릴 때,
빛이 넘치는 지평선에 눈을 보내고,


추억이 가득 차 오히려 무심하게
갈래 갈래 찢기는 야성의 번갯불을 얼러 잠재우며,
보는가, 백조같이 아름다운 황금 노예선들이
향기 젖은 분홍빛 강 위에 잠자는 것을.


이처럼, 행복의 의자에 깊이 파묻힌
모진 마음의 인간이 역겨워,
오직 살아 있는 것은 식욕, 젖 먹이는 아내에게 가
져다 주려고 오물을 찾아 안간힘 쓰는 인간이 역겨워.


나는 도망친다, 나는 모든 창에 매달려 삶에게 등
을 돌리고 싶다, 하여,
순결한 <영원>의 아침이 금빛으로 물들이는
구원의 아침 이슬로 축복받고 씻겨서
그 창 유리 속에 내 얼굴을 비치면


나는 천사가 된다! 그리고 나는 죽어
---창 유리는 예술이어라, 신비여라---
<아름다움>이 꽃피는 태고적 하늘에
꿈의 왕관을 쓰고
나는 새로 태어나고 싶다!


그러나 오호라! 속세가 주인이라,
악몽은 때때로 이 확실한 피난처까지
찾아와 내 속을 뒤집고
어리석음의 더러운 구토가
푸른 하늘 앞에서도 코를 막게 한다.


오, 쓰디쓴 맛을 아는 나여,
모욕받은 괴수처럼 수정을 부시고 깃털 없는 내 두
날개로 도망칠 방법이 있는가
---영원 속에서 떨어지는 한이 있어도?






지은이 : Stephane Mallarme 또는 ...
옮긴이 : 김화영


스테판 말라르메 :
1842.3.18~1898.9.9
프랑스 시인
2 Comments
정문종 2007.03.03 10:31  
  "대상을 암시하는 것, 꿈은 바로 거기에 있다." 스테판 말라르메의 명언 중 하나라는군요,,,  즉, "인간은 이름을 정함으로써 그 대상을 잘(또는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것은 꿈일 뿐이다. 결국 대상을 하나의 명사로 지칭해버리는 것은 상상의 자유를 박탈하는 짓일뿐이다."라는 뜻이라고 하는군요...
 
하모니 2007.03.04 17:09  
  말라르메의 시는 곱씹어 읽지 않으면 잘 모르겠는걸요
시가 좀 난해하고 상징파 시인답게 대상에 대해 암시하고 환기시킴으로
유추케 하는...그래서 대중성을 무시하기도 하고 암튼 시에 대한 사색과 탐구로
일관한 삶이었다고 하지요?^^중고등학교 영어교사로 빛없는 평범하고 가난한
삶을 살았던 시인...이 시에 나타난 창은 한마디로 예술이라고 하는데
창밖의 이상세계로 향한 희망과 의지를 보이면서 동시에 유리창을 깨고
달아날수 없는 현실적 한계를 느끼는 역겨움으로 인한 구토를  시로 표현
했다고 합니다.
정문종님 감사합니다.*^^*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