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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불러주는 지혜의 노래들

김형준 4 817
가을은 우리에게 고개를 숙이라 한다.
청춘을 누리고 열심히 뜨거움과 투쟁하다가
서늘한 바람이 불면 삶을 회고할 반성의 시간을 가지라 한다.

노랗고 붉은 잎들의 물결은
가시나무 새처럼, 산란기의 연어처럼
마지막으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그리곤 자신의 때가 오면
조용히 만유인력의 법칙에 순응하는 지혜를 발휘한다.

봄에는 각자의 꽃들로 아름다움을 겨루다가
여름에는 '푸르름'의 동산을 가꾸고
가을이 되면 합창으로, 합주로 색의 찬치를 베푼다.

그리곤 다들 예외 없이 땅으로 떨어져 딩군다.

잎이 떨어지지 않으면 나무는 그 긴 겨울을 날 수 없다.
차디찬 겨울을 견딜 수 없는 나무들은 생명과 작별을 한다.

썩어져 가는, 죽어 가는 잎들은
과연 슬피 울고만 있는 걸까.

나는 이제 막 익어가는 단풍 속에서
삶의 장년기를 통과하는 생명이 지닌
깨달음과 겸손, 그리고 박애주의적인 기상을 느끼어 본다.
나무들이 화려한 미소를 온 사방에 흩뿌리고 있다.

단풍은 전체가 하나가 되어 더 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드러내지만
잎사귀를 하나 하나 자세히 들여다 보는 것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슬픔이 하나, 둘 모여서 어여쁨이 되어지는 그 가을의 지혜
땅 속의 물과 영양분들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한
자리 다툼과 보이지 않는 치열한 경쟁을 서로 하지만
나무들은 더불어 사는 성숙함을 지니기도 하나 보다.

인간의 삶에서도 때론 노년의 삶이 가장 아름답다.
행복은 각자 정의하기 나름이다.
곱게 나이를 먹은 얼글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라.
너무나도 멋 있고 근사해서 눈이 부실 때가 있다.
10대나 20대의 자연스런 봄과 같은 파릇함과는
또 다른 가을 단풍과 같은 회고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죽어가는 것은 슬프다.
허나 죽음이 있기에 삶은 보다 깊은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랑이 부족하기에 갈급한 사람은 없을까.
이 가을엔 단풍과 같은 사랑을 하자.

비록 자신은 곧 떨어져 뒹굴 잎과 같은 존재이지만
황혼과 같은 붉고 잔잔한 아름다움을
누군가의 품에 듬북 안겨주고
어둠이 지배하는 밤에게 바톤을 넘겨 주자.

어둠의 시간도 주어진 생명만큼만 산다.
다시금 새벽의 빛이 소망과 봄을 가져다 준다.

삶은 늘 죽음을 동반하여 나들이하며
죽음은 늘 그 깊숙한 곳에 삶의 씨앗을 껴안고 있다.

우리는 늘 삶과 죽음의 연속선상에서 걸어가고 있다.

이 가을을 쓸쓸히 보내지 말고,
마음껏 끼와 열정을 불사를 수 있는 황금의 시간으로 만들어보자.

신이 우리 속에 넣어주신
소중한 창의성과 잠재력을 발견하고 마음껏 발휘한 뒤
하이얀 눈 속에 파묻혀 조용히 다음에 올 봄을 허밍으로 노래하자.
4 Comments
김형준 2006.09.19 05:44  
  내 마음 속에서 깊이 흠모하고 있는
작곡가분들과 시인들께 글을 드리고 싶다.

훌륭한 곡들과 시들이
균형잡힌 가을이란 계절에
풍성한 열매처럼 쏟아져 나오기를 소망한다.

그네들의 시가 되고, 노래가 되어
외로움의 들판, 절망의 계곡에 희망의 곡식을 일구련다.
김형준 2006.09.21 09:22  
  서울 예술의 전당 구내에 들어갈 때 마다
어느 나무가 단풍의 오페라 서곡을 시작했는지
늘 궁금합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건물 앞에는
감나무들이 황홀감 속에서
감들을 주렁주렁 선보이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공간, 꿈과 같은 시간
함께 하는 사람들
가을은 그렇게 우리에게 풍성함을 노래해줍니다.
바 위 2006.09.21 15:43  
  선생님 ~

가을의 심금을 위무하시는 글
정깊은 외침이라 시인 곡자님
맑은 메아리 되어 울릴겁니다.

고맙습니다...
김형준 2006.09.21 23:29  
  메아리를 울릴 동력이 될 수만 있다면
피, 땀 흘리고 모든 걸 바쳐
글을 쓰고 또 써야 하겠지요.

글로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잘 알면서도
이것 저것 제 맘을 끄는 일들이 많아
부끄럽게도 글 쓰는 일에 전념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위님,
감사드립니다.
더 열심히 글 쓰는 일에 몰두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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