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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 배신

별헤아림 9 924
다중 배신
권선옥(sun)

깊은 수목림 속에서
작은 빗소리를 듣는다.

배신이란
올곧지 못한이의
손을 들어 주는 것이다.

배를 깔고 기어가는
배암의 붉은 혓바닥이 보인다.

뜯긴 자국에서 솟구친 피는
흥건히 땅 속을 파고 들건만
붉은 혓바닥 날름대며 너는 여전히 건재하고
그리하여 여기저기로 몸뚱아리를 굴리고 있구나.

굵은 빗줄기가 때리는 나뭇잎들의 함성
가까이 가까이 다가들 즈음 낡은 서류철이 떠오른다.

오르려던 발길 그만 멈추니
비밀은 없다.
천둥이 내리친다 섬광처럼.
연이어 얼굴도 모르는 한 여자에게 보낸 보고성 메일
어두운 통로도 빛을 향하는 길이라 산을 내려온다.
숲 속에서는 숲을 볼 수가 없었다.

비에 젖은 머리카락 말리다 사진 몇 장 집어 들면
붉은 혓바닥 내밀고 서로 엉켜 있는 모습들
완벽하게 보존된 서류철을 챙기며 다중 배신을 준비한다.

배신은 배신을 낳고 일본산 배암이 노려 본다.
웃음소리. 웃음소리.

<2006. 7. 4.>
9 Comments
바 위 2006.07.04 15:45  
  비밀은 어두웠소 발길에 고인 눈물

더 올라 굽어보면 산 건너 천둥소리

배반은 빗소리인줄 살다보니 이제아오
별헤아림 2006.07.04 19:34  
  한 때는 정의롭다고 내린 판단이 어느날 부끄럽게 여겨질 때
늦었다고 하지 않고, 숨기려 하지 않는 용기를 쌓아감이
나이 들면서 용서 받는 한 방법이라 여기며.
고광덕 2006.07.05 07:20  
  세월과 함께 배신을 용서하는 힘이 생깁니다.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믿음도 세월의 한 켠에선
조금씩 달라지더이다.

눈 뜨니 비가 소리없이 내리고 있습니다.
조그만 소리도 내지 않고 있다
창을 여니 반갑게 손을 내미네요.
에버그린 2006.07.05 11:01  
  배신이란 올곧지 못한 이의
손을 들어 주는 것이다..... 
별~님!
지금 이 곳 과천에는 조용히 이슬비가 내리고 있어요.
유랑인 2006.07.07 09:45  
  다중 배신의 후련함에 앞으로의 생은 더욱 새 날일 것이네요~~
별헤아림 2006.07.07 13:26  
  고광덕님
에버그린님
유랑인님

세 분께서는 합창을 하시는 분이시라
아름다운 화음을 위해서 다른이를 배려하는
마음이 나날이 키를 높이리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죽음을 눈 앞에 둔 순간에도
용서가 안 된다는 것이 있음을 확신하는 것은
독선인지 개성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
세라피나 2006.07.07 21:08  
  죽음 앞에서는
그,어떤 모든것까지도 용서 될? 수있다.  아니, 할? 수 있다.
그런데..죽음 앞에서도 용서되지 않음은............
'꺼이 꺼이'  포효하는  분노의 울부짖음 이겠지요?
*시* 를 통해서도 시대의 아픔을  헤아리시는 힘있는
선생님의 권한?^^이 부럽습니다.

별헤아림 2006.07.10 16:42  
  세레피나님
세찬 장대비가 쏟아지는 하루였습니다.

가끔은 빗소리를 들으며
창 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여유가 그립습니다.

정신 없이 보낸 하루의 끝
짙은 커피향을 마음으로만 보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군요.  ^^*...
세라피나 2006.07.11 23:23  
  ^^커피향~~~~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지요?^^
피곤 하실텐데.... 글  안주셔도  되는데.....^^

따스히 피어오르는,  감사한마음의  내~~음 따라,
*별*초롱    *꿈*초롱
      *예~~쁜꿈  함께.....천사님^^ 만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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