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연주.감상후기, 등업요청, 질문, 제안, 유머, 창작 노랫말, 공연초대와 일상적 이야기 등 주제와 형식, 성격에 관계없이 쓸 수 있습니다.
단,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는 금지하며 무단 게재할 경우 동의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회원문단은 자유게시판으로 통합되었습니다.

좋은 시인은 말수가 적은 법이다

김형준 2 755
그 큰 시인은 별로 말을 하지 않았다.
단지 미소만을 많이 지었을뿐.
그런데도 함께 있었던 사람들 중에서 가장 돋보였다.
왜 그랬을까.

겸손함의 광채가 그를 감싸고 있는 듯 싶었다.
키는 작고 몸집도 그리 크지 않은데 거인처럼 느껴졌다.
말이 없는 그 사람에게서 많은 것이 흘러 나왔다.
사람들은 그런 그에게 자연스레 끌려 들어가는 듯 싶었다.

그가 쓰는 시는 모든 귀하고 아름다운 보석이 되었다.
어찌 보면 매우 흔한 단어들을 사용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함께 모아 놓은 것이 모짜르트의 교향곡을 연상시켰다.

남을 배려하느라 다른 이들의 말을 잘 들어주었다.
자신에게 질문이 쏟아지는 데도 불구하고
가능하면 짧게 대답하고 다른 이들이 말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역시 대가(大家)는 달랐다.

시인이랍네 자신의 자랑을 하느라
잠시도 입을 닫지 못하는 그런 사람들과는 역시 차원이 달랐다.
'내 말 좀 들어줍소!'하고 자꾸 귀 따갑게만 하는 작은 시인들은 배워야겠다.

여러 말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말을 아끼면서도 보다 강한 효과를 이루는 것이 더욱 필요한 것이다.

말을 자꾸 하고 싶거든
차라리 입을 닫고 귀로 말을 해 보라.
세상이 보다 더 아름답고 조화로운 것을 깨닫는 자들은
말할 입보다 들을 귀가 훨씬 더 큰 법이다.

불안하니까, 너무 작고 가벼운 자신의 존재가 미워서
자꾸 자신의 말만을 늘어 놓고, 듣기 싫다는 데도 들으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즉 스스로에 대해 자신 또는 확신이 없으니까 그렇지 않을까.
정말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시끄럽지 않고 조용하다.

큰 바다는 웬만한 일로 파도를 치지 않는다.
조그마한 물이 모든 것에 촐랑촐랑 춤을 춰댄다.

'들을 귀'는 그냥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부단한 노력과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먼저 '들을 귀'를 만든 뒤에 '말할 입'이 생겨나는 법이다.
그것이 인간이 말을 배우는 기본 법칙이다.
2 Comments
하늘곰 2008.05.30 21:13  
잘 읽고 ......
반성을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요란한 빈수레 같았던 지난 날을 돌이켜 생각하는 일침의 소리입니다.
언젠가 똑똑한 신입 초등학생이 시험 답안지에 백지를 쓰면서 맨 아랫줄에 이렇게 썼다는군요


    " 다 안다. "

백점일까요? 영점일까요?
김형준 2008.05.31 02:29  
삶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고 다양한 요소가 섞여 있는 묘한 것이라 보여진다.
웃음이 있는 반면 어디선가 마음을 너무도 아프게 하는 울음이 들리고 있다.
작은 잣대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때론 그저 받아들이라 한다.

인간이 알 수 있는 것은 지극히 제한된 것이고, 특히 각 개인이 알 수 있는 것은
더욱 더 작은 것이라 끼리끼리의 비교는 가능하되 모든 것을 아는 이는 없다.
알고파 애쓰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지만, 더욱 더 많이 배우고 싶어하는 것도
또한 존경스런 일이지만 모든 것을 안다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또한 조물주를 제외한
우주의 모든 생명체에게 있어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다 안다'라고 하는 말은 그저
초등학생 또는 그와 유사한 정신 연령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한계 속에서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배움은 그저 공식적인 고학력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배움은 삶의 첫 순간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 되는 것이며,
처한 환경 속에서의 한계들을 극복해 나가며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우연히 알게 된 어떤 이는 영시(poems in English)를 가르치는 작업을 시작했다.
아마도 처음엔 거의 잘 모르는 상태였을 것이다. 단지 흥미를 가졌다는 것 외에는.
백화점 문화강좌에서 영시 선생이 된 그녀는 홈페이지를 만들어내고 번역을 하고,
낭독을 가르치고 하면서 어느 샌가 대학에서 영미시를 가르치는 교수들보다도
훨씬 더 전문가적인 소양을 쌓아나아가고 있다.

그러한 노력을 하는 것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닮아나가고 싶은 역할 모델이다.
한 분야의 대가가 되는 것은 그렇게 작은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며,
겸손한 마음, 빈 마음이 자꾸 거듭 될 수록 더욱 더 크고 여유로운 사람이 될 것이라고 본다.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