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에 대한 글 하나 썼습니다
`내마노' 회원님들 안녕하세요?
우리 가곡을 좋아해 이 곳에 자주 들러 음악감상만 하다가 용기를 내 처음으로 글을 올립니다.
음악회를 보고 제가 근무하는 신문에 쓴 칼럼입니다.
졸고지만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외면받는 가곡(전남일보 10월 20일자 `서석대')
지난 17일 밤 광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는 의미 있는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우리가곡연구회가 주최한 `우리 가곡의 향기'가 그것이다. 이날 공연에는 소프라노 박정숙·박미애·이병렬, 메조소프라노 이종숙, 테너 김동현·양재무·최동규, 바리톤 장철·남의천 등이 출연해 아름다운 우리 가곡을 열창했다.
`우리가곡연구회'는 우리의 얼과 느낌이 담긴 가곡, 한국적인 소재와 표현 어법이 담긴 가곡을 활성화시키자는 취지로 전국의 성악가들이 중심이 되어 지난 1993년 결성한 연구 모임이다. 그동안 가곡의 한국화를 위해 세미나와 음악회를 수십 회 가져온 모임답게 이날 음악회의 부제도 `민속적 소재를 사용한 한국 가곡'이었다. `편지' 등 윤이상의 초기 가곡, `박연폭포', '새타령', `화초장' 등 민요와 판소리를 재해석한 수준 높은 가곡들이 선을 보였다.
그런데 이날 음악회는 400여 석에 불과한 소극장의 객석을 절반밖에 채우지 못해 `예향'과 `문화수도'란 단어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나마 일부는 초대장을 들고 온 사람들 같았다. 물론 적극적인 홍보가 이루어지지 않아 출연자들이 실력과 가창력을 갖춘 정통파 성악가들이라는 것을 시민들이 알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 이날 음악회를 찾은 기자는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내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우리나라 최초의 가곡은 1920년에 작곡되고 1925년에 가사를 달아 발표된 홍난파의 `봉선화'다. 이후 80여 년 동안 우리 가곡은 민족의 애환과 정서를 담고, 시대상황을 반영하면서 국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우리 가곡이 갈수록 외면을 받고 있다. 광주에서는 가을이 와도 제대로 된 `가곡의 밤' 하나 열리지 않는다. 작곡가 이수인 씨는 가곡 쇠퇴의 이유로 상업주의에 영합한 대중매체들의 가곡 외면, 음악인들의 외국 곡 선호 현상, 초·중·고 음악 교육의 부실, 가곡의 원천인 문학의 대중성 상실 등 네 가지를 꼽았다.
갈수록 삭막해지고 있는 국민들의 정서 순화를 위해서도 우리 가곡를 살리는 일이 시급하다. 특히 랩을 비롯해 국적 없는 노래에 빠져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아름다운 노랫말과 서정적인 가락의 우리 가곡은 보약이나 다름없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가곡이 예술성을 크게 떨어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대중성을 획득해야 한다. 우리 가곡 활성화를 위해 뜻 있는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박상수 논설위원
우리 가곡을 좋아해 이 곳에 자주 들러 음악감상만 하다가 용기를 내 처음으로 글을 올립니다.
음악회를 보고 제가 근무하는 신문에 쓴 칼럼입니다.
졸고지만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외면받는 가곡(전남일보 10월 20일자 `서석대')
지난 17일 밤 광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는 의미 있는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우리가곡연구회가 주최한 `우리 가곡의 향기'가 그것이다. 이날 공연에는 소프라노 박정숙·박미애·이병렬, 메조소프라노 이종숙, 테너 김동현·양재무·최동규, 바리톤 장철·남의천 등이 출연해 아름다운 우리 가곡을 열창했다.
`우리가곡연구회'는 우리의 얼과 느낌이 담긴 가곡, 한국적인 소재와 표현 어법이 담긴 가곡을 활성화시키자는 취지로 전국의 성악가들이 중심이 되어 지난 1993년 결성한 연구 모임이다. 그동안 가곡의 한국화를 위해 세미나와 음악회를 수십 회 가져온 모임답게 이날 음악회의 부제도 `민속적 소재를 사용한 한국 가곡'이었다. `편지' 등 윤이상의 초기 가곡, `박연폭포', '새타령', `화초장' 등 민요와 판소리를 재해석한 수준 높은 가곡들이 선을 보였다.
그런데 이날 음악회는 400여 석에 불과한 소극장의 객석을 절반밖에 채우지 못해 `예향'과 `문화수도'란 단어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나마 일부는 초대장을 들고 온 사람들 같았다. 물론 적극적인 홍보가 이루어지지 않아 출연자들이 실력과 가창력을 갖춘 정통파 성악가들이라는 것을 시민들이 알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 이날 음악회를 찾은 기자는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내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우리나라 최초의 가곡은 1920년에 작곡되고 1925년에 가사를 달아 발표된 홍난파의 `봉선화'다. 이후 80여 년 동안 우리 가곡은 민족의 애환과 정서를 담고, 시대상황을 반영하면서 국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우리 가곡이 갈수록 외면을 받고 있다. 광주에서는 가을이 와도 제대로 된 `가곡의 밤' 하나 열리지 않는다. 작곡가 이수인 씨는 가곡 쇠퇴의 이유로 상업주의에 영합한 대중매체들의 가곡 외면, 음악인들의 외국 곡 선호 현상, 초·중·고 음악 교육의 부실, 가곡의 원천인 문학의 대중성 상실 등 네 가지를 꼽았다.
갈수록 삭막해지고 있는 국민들의 정서 순화를 위해서도 우리 가곡를 살리는 일이 시급하다. 특히 랩을 비롯해 국적 없는 노래에 빠져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아름다운 노랫말과 서정적인 가락의 우리 가곡은 보약이나 다름없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가곡이 예술성을 크게 떨어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대중성을 획득해야 한다. 우리 가곡 활성화를 위해 뜻 있는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박상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