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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어머니의 노래

정영숙 2 1359
http://cafe.daum.net/ceum/F3ul/302   

 

 

        어머니의 노래

 

                                              정영숙




   

    작은아들 생일에, 동요와 율동을 하시고 기분이 좋았던 어머니께서, 그 기분이 남아선지 아침 일찍 일어나시자마자 웃으시며 중얼중얼 노래를 부르신다. 나는 겁이 살짝 났다. “어머니가 드디어 치매?” “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또 시큰 둥 하시드니 노래를 부르신다. “아이구! 큰일이다. 들어보자 무슨 노래를 부르시는지. 행여 수면제의 약효험이 남아 꿈을 꾸시는 것 아닌가?”




    가까이 가서 들었다. 며칠 전과 같이 손 유희를 하시며 아주 정겹게, 예쁘게, 그리움으로 노래를 부르신다. 무슨 노래를 아침부터 그렇게 부르시느냐고 했더니, 옛날이 그리워서 생각나는 대로 불러본다고 하셨다.




  연세 90에 가사를 또박또박 외우시는데 다시금 놀랐다. 일본어로 부르고 번역을 하고, 우리말로 부르다 해석을 하시었다. 우리말로 부르시는 노랫말은 < 해 저무는 하늘에 별이 삼형제. 울 밑에서 봉선화. 넓고 넓은 바닷가에. 뜸북새. 옛날의 금잔디, 나의 살던 고향은. 조선의 꽃. 숨은 달님> 등이다.




  그런데 조선의 꽃과 숨은 달님은 내가 전여 모르는 곡이다. 혹? 가사를 정확히 외우실수 있느냐고 했더니, “이 노래 외 몇 곡은 금지 곡인데 문 닫아라!” 하시어“ 어머니, 지금은 해방이 되어서 마음대로 불러도 됩니다.” 또 정신이 왔다갔다 하시나? 걱정이다. “그래? 해방이 되었다고? 참 맞지, 네가 다섯 살 때  해방 되었다. 그럼 불러볼게.




                  조선의 꽃







      거친 산등선 위에 골짜기로/ 봄빛은 우리를 찾아오네/

      아가는 움트는 조선의 꽃 / 들 옆에 비바람 부딧치고/

      산위에 나무들 넘어져도/ 아가는 봉우리 조선의 꽃/

      오늘은 이 동산 꾸며놓고/내일은 이 땅에 향기퍼진/

      아가는 피어나는 조선의 꽃/ 아가는 피어나는 조선의 꽃// 







                    숨은 달님   




 

      비오는 밤  숨은 달님/ 구름 속에서 화장한 그 얼굴로

      어디로 가나/ 조랑말에 올라앉아서 누구와 가나/

      혼자서 우산쓰고 가지요 /찰랑찰랑 올라앉아서

      말하고 가지요// 




  어머니와 친구들은 이 노래를 몰래 부르다가 일본선생님께 들켜서 매도 맞았지만, 꾸중과 매를 맞을수록 더 부르고 싶어서 이불을 둘러쓰고 눈물을 흘리며 불렀다고 하신다.




  어머니는 지금도 동요을 많이 외우고 계신다. 교회 선교원(지금의 유치원)교사를 하셔서 동요. 동화를 잘 하시는데, 옛날이 그리우면 혼자서 화단가를 왔다갔다 하시며 부르신다. 아마, 오늘 아침도 추억의 꿈길에서 부르다가 일어나시자마자 연속으로 부르신 것 같다.




  오! 하나님, 어머니의 동요가 잊어버리지 않게, 기억력을 이 정도라도 연속시켜 주시고, 하나님 나라에 올라가실 때도 찬송하며 가시도록 은혜를 베풀어 주소서.   

 




.                                              2010년 1월7일(금)강추위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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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노래아줌마 2010.01.12 23:18  
정영숙샌님 어머님의 재롱(?) 을 동영상으로 보며 지상의 천국을 느꼈습니다.
저는 양가 부모님들 중 유일하게 친정 어머니만 생존해 계십니다.
세상적으로는 제게 많은 힘이 되시나 신앙 얘기만 나오면 마음이 시리답니다.
친정 모친께서는 천주교회를 다니시며 반항아인 기독교 신앙을 천시 한답니다.
얘를 들면 목사님들 결혼하는점 등등을 ...
선생님 어머님의 고운 손끝의 예술혼이 젊으셨을때
주일 학교제자들을 많이 뻑! 가게 만드셨을것 같았습니다.

손끝의 움직임이 장난이 아니셨습니다. 제 눈이 보통이 아니거든요~

예수님 이름으로 지상천국을 항상 누리시길 기도드리면서...이향숙배상
정영숙 2010.01.13 11:24  
이향숙님 우리 가족의 카페에 들어가셨군요. 웃기는 장면들이 있을것입니다. 저희 가족들은 물질적인 축복은 그리많이 받지 아니하여도 마음의 축복은 하나님이 흠뻑 주시어 정말로 서로 사랑하면서 살고있습니다. 큰 은혜지요. 저도 현재 친정어머니만 살아계십니다. 한주에 한번씩 7남매가 찾아와 (어머니는 큰딸인 저와 살고싶어 하시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놀이를 합니다. 그렇적마다 넘 행복해 하십니다. 올케들이 음식을 만들어 와서 재밋게 놀고 먹고 갑니다. 예, 어머니는 노래와 율동이 보통이 아닙니다. 저도 유치원때 어머니와 트럭을 타고 함양군 수동면에서 함양읍교회로 다녔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향숙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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