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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형님들"은 뽀뽀하며 어르고 빰 쳐요

김형준 4 742
'나는 김씨가 아니에요.'

70대인 이씨가 그렇게 말했다.
80대인 서씨는 계속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정말 성을 잘 몰라서 그렇게 부른 것일까.
아님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기 싸움이라면 참 서글픈 일이다.
70대 중반의 사나이와 80대 초반의 사나이의 기 싸움.

두 번째로 '김씨'라고 부르자 이씨가 성을 버럭 냈다.

'여보세요, 난 김씨가 아니에요!'

그제서야 서씨는 알아들었다는 표정이다.
옆에서 누군가가 '이씨'라고 상기시켜주자
'아, 이기자!'라고 불렀다.

이씨 성을 가진 70대 남성은 젊은 시절 기자 생활을 했다 한다.
그것도 영향력있는 신문사에서.
검증은 되지 않은 사실이다.

'여보슈, 내가 왜 이기자입니까.'

기분이 나쁜지 이씨는 다시 흥분하여 소리 질렀다.

이번엔 서씨가 마음이 상하기 시작한 모양이다.
자신은 이씨와 다툴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이씨가 괜히 끼어들어 자꾸 시비를 걸고 있다는 판단이 섰나보다.

'당신은 나보다 12살이나 어리지 않소.'

아무리 나이를 많이 드신 분들이라도
우리나라 관습상 나이로 선후배를 가리고 싶은 모양이다.
오히려 그러한 것은
나이가 든 분들이 더 관심을 가지는 지도 모르겠다.
특히 논쟁이 발생하면 그렇게 된다.

'당신 나이가 몇 살이야?'

'나이가 뭔 상관이야.
나이 먹었으면 똑바로 해.'

엄한 나이만 탓하고 있다.
서로 존중하며 예의 있게 행동하면 될 것을.

어린 애들인가
나이 따져 반말하고 무례하게 할 시기는 지나가지 않았을까.

서씨는 당대에 이것저것 많이 한
우리 사회에서 매우 잘 알려진 인물이다.

왜 이씨는 서씨만 보면 으르릉 거릴까.
뭔가 심통이 뒤틀리는 일이 이 둘 사이에 있었을까.

아니면 서씨가 유명인사이고,
자신은 사회에서 거의 잘 안 알려졌다는 사실이
그의 마음에 시기와 미움, 분노가 가득하게 만든 것일까.

이씨는 똑똑하기로 말하자면 따를 자가 별로 없다한다.
하지만 매우 독불장군식의 똑똑함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전혀 들으려 하지 않고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자기 혼자만 이야기하려 든다.
다른 사람이 몇 마디 하려치면
'가만있어봐'하고 말을 가로막은 뒤
속사포와 같이 말의 따발총을 갈겨 댄다.

이씨의 똑똑함에는 차가움만이 있다.
따스함이 배여있지 않은 냉랭함과 비인간성.....

어떤 주제가 나와도
이씨는 늘 자신이 전문가인양 이야기한다.
누군가가 보고 듣다 못해
약간 깊이 이야기 시작하면
자신의 무식이 탄로날까 두려워서 인지
슬쩍 화제를 돌리거나 꼬리를 내리곤 침묵한다.

서씨도 혼자 이야기하려는 경향이 있기는 매한가지다.
워낙 거물급 유명인사이다 보니
대부분의 장소에서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를 들으려 한다.
하지만 그는 이씨와는 약간 다른 스타일로 이야기한다.
같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가를 살펴보면서 말을 하는 것이다.

이씨는 남이 듣든 말든 혼자서 막무가내식 강의하는 스타일이고,
서씨는 혼자 말하기는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 이야기하는 식이다.
마치 작은 사랑방에서 몇 사람과 다정한 대화를 나누듯.

서씨는 이씨가 안 나서주기를 바란다.
자신이 그 모임에 자주 와서 이야기 하는 것도 아니고
그 모임에 나간 것도 이씨보다는 수십년이나 선배이다.

이씨는 서씨를 공격함으로써 자신의 위상을 높이고 싶은 모양이다.
다른 참석자들이 서씨를 존경하고 따르는 것이 못내 못 마땅한 것이다.

자꾸 이씨가 서씨를 공격해대면
서씨는 아마 그 모임에 잘 안 가게 될지도 모른다.
자기를 존중해주고 따르는 사람들의 모임들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이씨도 서씨가 모임에 와서 '잘 난 체"를 안 해야
본인의 '똑똑한 사람'이라는 입지가 제대로 설 것이라 믿는 지 모른다.
늘 자기 혼자만 맹렬히 떠드는 모임이 되고 싶은 마음일까.
상상의 마이크와 상상의 강단을 혼자 독차지 하는 그 모임.
비록 세상은 자신을 안 알아주나
그 모임에서만은 자신도 '스타'가 되고 싶은 걸까.

언쟁도 모두 이씨가 일방적으로 서씨를 공격함으로써 늘 이루어진다.
그래도 또 다독거리는 것은 서씨이다.
이씨는 사과  한 번 하는 법이 없다.
독설가일뿐이지 인간적이거나 예의바르다거나 하지 못하다.

늘 그렇게 밖에 행동할 수 없는 사람은
나이의 고하나, 지식의 정도를 불문하고
똑똑하다는 말은 들을지언정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을 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서씨는 본인이 기분이 나쁨에도 불구하고
이씨에게 점심 식사를 같이 하자고 청한다.
이씨는 그러한 그의 제안을 매몰차게 뿌리쳤다.

서씨가 식사를 다른 몇 사람들과 하고
그 모임을 떠난 뒤 이씨는 여러 사람 앞에서
길길이 뛰며 서씨를 가혹하게 비난해 댔다.
옆에 앉아있는 다른 사람들과도 좌충우돌하면서.
자기 마음에 맞지 않는 의견을 조금이라도 내면
으르렁대고 협박조의 고성을 질러댔다.

서씨는 점심을 다른 사람들과 먹으면서
'이씨는 참 똑똑해!'
하고 오히려 이씨를 칭찬하였다.

둘 중 어느 누가 단수가 높은 사람이며,
누가 더욱 더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을까.
좀 잘못해도 너그러이 봐주는 이를 우리는 더 좋아하지 않는가.

그러한 차이가
서씨를 명망가로 만들고
이씨를 아무 보잘 것 없는 '갓똑똑이'같은 사람으로 만들었을까.

정말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은
아무리 똑똑할 지라도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며 말하게 된다.

자신만 똑똑하면 무얼하나.
상대방의 얼굴을 가리우면서 까지
자신 혼자만 '쨍!'하고 빛나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룰 수가 없는 것이다.

특히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서서 일하는 사람들은 늘 조심해야 하는 법이다.
앞에 서있는 것은 '권력'을 제공하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앞에 서기만 하면 돌연 딴 사람으로 변한다.
끊임없이 무례한 '말의 폭력'을 휘둘러 댄다.
그런 사람들은 앞에 설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늘 예의바르고, 늘 말조심하고, 늘 처신에 신중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이끄는 지도자로서 앞에 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기 자신의 눈으로 보기에
잘 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한 실제로 매우 잘난 사람들도 있다.

허나 '난 사람'보다는 '든 사람', 더 나아가서는 '된 사람'이
더욱 존경을 받게된다.

'차가운 지식'보다 '따스한 지혜'가 우리에게는 더욱 필요하다.

잘 난 사람들은 잘 난 맛에 산다지만
나이가 들면 들 수록 숙이는 맛이 있어야만
다른 이들도 그 사람 앞에서 고개를 더욱 더 깊이 숙이게 된다.

고개가 뻣뻣하고, 마음이 턱없이 높은 이에게는
거짓된 '존경심', 즉 마음 속에서 이는 '경멸감'만이
선물로 되돌아 온다.

존경받으려면 허리를 굽혀야 하지 않을까.
남을 다스리려면 '부드러움'으로 해야 할 것이다.

화를 내고, 명령만 하고,
남의 사정이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리 잘 나고 똑똑하고 부유해도
늘 '없는 자리'에서 욕을 먹고 미움을 사기 마련이다.

인지상정이다.





4 Comments
바다 2006.09.25 15:27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리라 생각해 봅니다.
 자기만의 세상을 누구든 갖고 싶어하고
독불장군처럼 저만 잘 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존경 받으려면 남을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한다고 들었어요.
그게 참 어려운 일이지만...
김형준 2006.09.26 16:51  
  '타산지석'이란 말처럼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서 많이 배우게 됩니다.

직접 경험들도 매우 중요하지만
다른 이들의 삶을 옆에서 관찰하면서
또한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닫게 됩니다.

보다 좋은 모델이 되시는 분들을 닮고,
또한 다른 분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소망은 간절한데

그게 어찌 실생활에서 잘 되지 않을 때가 많아 아쉽습니다.
김형준 2006.10.04 11:12  
  '화장실에 끌고 가서 혼을 내주겠다'
70대의 남자인 이씨가 여러 번 공언했다.
80대의 남자인 서씨는 이씨가 그렇게 이야기한 것을 모른다.

이씨가 서씨보다 키도 크고, 나이도 젊다.
허나 둘 다 할아버지일 뿐이다.
그 나이에도 혈기가 넘쳐 허풍공갈을 때린다.

그저 뻥튀기로 끝날 것이다.
실행에 옮겼다간 아마 본인이 되려 크게 당할 것이다.
왕따란 그렇게 해서 생겨날 수도 있다.
김형준 2006.10.06 14:53  
  추석의 긴 연휴가 들끓던 마음을 잔잔하게 해 주길 빌어봅니다.
싸움하며 즐기는, 싸움을 보면 쾌감을 느끼는 맘에서 벗어나
평화와 부드러움이 전해주는 따스함과 여유로움이 그대를
한껏 새롭게 해 주기를 꿈 꾸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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