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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합과 막걸리

화지 5 910
퇴행성 관절이 온 이후로 손가락이 아파 집안일을 잘 못한다는 핑계로

김치를 담가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사먹는 김치를 식구들 때문이 아니고 도저히 내가 먹기 싫어서 어제는

열무김치, 총각김치, 배추김치 등등을 담근다고 전날부터 절이고 다듬고 주방을

뒤집어 놨다. 우리집 독불님께서 아침 출근길에 거실로 나오다가 주방에서

씨름선수 허벅지보다 더 큰 무우를 들고 강판에서 주체를 못하는 내 모양새를

보더니 양복을 벗고 와이셔츠를 걷어 부치고는 내놔봐, 이러더니 쓱쓱 싹싹

강판에 힘껏 갈아준다. 왠일이래? 아마 오랫만에 집에서 담그는 김치를 먹을수

있다는 생각에 본인도 좋았나 보다.

절구어진 배추양과 무우를 보더니 무우가 모자란다나. 무우 더 갈아주께 내놔봐

잉? 그게 다야, 그거면 충분하지 머...

이 마누라야...에구 이런 크기 3개는 있어야 하는데 겨우 한개로? 어림도 없다

계산없는 여편네... 이러고 출근을 했는데 정말 무우속이 모자라고 게다가 고추가루까지

없다. 이그...슈퍼에 달려 갔다와야겠다.

그런데 "머 해?" 이러고 동네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이차 저차 말했더니 당장에

고추가루 마늘 게다가 오래 묵은 김장 김치까지 들고 달려왔다. 또 다른 엄마를 대동해서

둘이서 각자 집에서 김치들을 들고 온 것이다.

주인인 나보다 자기들이 달라들어 김치를 다 담가놓고는 뚝딱 늦은 점심까지 먹고 나니

묵은 신김치에 돼지삼겹 삶은 고기에 푹 삵힌 홍어를 싼 삼합에 막걸리 한 잔이 생각이 났다

게다가 우리집 독불이 얼마나 좋아하는가 말이다.

해서 늙어가는 나이에 안하던 짓으로 독불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기똥차게 맛있는 신김치에 삼합, 그리고 막걸리 한잔 오케이? "

물론 내가 예상한 문자 메시지는 대답이 없거나 쓸데없이 먹을 것만 생각하냐는 핀잔이거나

김치는 다 담갔냐 맛은 제대로 냈냐는 잔소리였는데

"오늘 저녁은 말구 낼 저녁 오케이..." 이렇게 왔다

어쭈구리...문자 메시지는 언제 배워가지고 이렇게 득달같이 왔지?

낼은 행사가 있으니 일찍 자고 그 다음날은 일요일이니 좀 마시겠다 이말이렸다.

어쩜 이렇게 단 한번도 상황이나 기분으로 넘어가지 않고 철저히 자기관리를 잘 하는지...

쩝!!

그래도 오늘 저녁 나는 몇년 묵은 신 김치에 곪 삭은 홍어에 돼지 삼겹 얹은 삼합과

막걸리 한 잔하고 행복했던 기억만 떠 올리며 기분나면 뚝방길에 나가 자전거도 타야겠다.

우리들의 행복했던 시간의 한 페이지를 내 삶의 역사에 남겨야겠다
5 Comments
해야로비 2006.09.23 11:26  
  맛있겠다~~~~꼴~~~~~~깍 ~!!!
수패인 2006.09.23 11:32  
  아침도 안먹고 왔는데도 마산행사 생각땜에 배고픔도 모르고 지내다
이글 읽고나니 갑자기 입안에 침이 가득...
몇점 주실 리는 없을테고..드시고난 후기나 올려주이소마~
독불님 자기관리 하는것 너무 탓하지 마이소. 다 가족들을 위한 거라예~
현규호 2006.09.23 17:18  
  맛있겠다. 그런데 삼합이 뭐예요? 좀 싸들고 오시면 않될까요? 맛을 봐야 만들어 먹을 텐데...
에버그린 2006.09.23 23:46  
  화지님!
삼합? 저도 못 먹어봤는데... 그렇게 맛있어요?...
신김치 따로...홍어 따로...삼겹..따로따로는 먹어봤는데...^(^*
화지 2006.09.25 10:04  
  ㅋㅋ해야님은 휘경동 오시면 드린다 했고 수패인님은 나중에 뵈면 맛이 어땠는지 후기로 말씀 드릴께여. ㅎㅎ 글구 현선생님은 홍탁번개를 한번 하시면 되겠네요. ㅎㅎ 에버언니는 따로 따로 드셨어도 몸을 흔들어 섞으면 삼합이 되니까 드신거나 진배없음. ㅎㅎ 아무래도 홍탁번갤 한번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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