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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정경

꽃구름언덕 3 1420
봄 안개가 파르스름하게 내렸다 걷히는
이 고즈넉한 산골!
봄비가 내릴 때나 달무리진 날엔 30리 밖의 긴 기적 소리......!
밤이면 산 짐승 소리 간간히 들리고
일찍 잠깬 닭 울음소리로 새벽이 옵니다.

날로 심화 되는 이농 현상으로 인해 아이들이
다니던 예쁜 분교가 폐교 되면서 노란 스쿨버스가(아이들은 꼭 학교차라고 한다.)
몇 안 되는 이 산골 마을의 학생들을 태우러 오면 이젠 제법 시골에 적응해 가
두 아들 녀석들은 건강한 목소리로 인사를 하며 뛰어갑니다.

게으른 성격으론 시골이 적합지 않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황금빛 가슴을 한 산새들 때문에
일찍 잠이 깨었습니다.
그림 같이 가라 앉은 마을 앞산에 봄 볕 에 등이 떠밀려 올라봅니다.

크고 작은 산들 주위로는 물빛 안개가 신비스레
둘려있고 이마를 맞대고 봄 치장이 한창입니다.
하늘은 어제 내린 봄비와 부는 바람으로 더욱 말갛게 씻어 주고
구름 또한 아가의 살결 같이 곱습니다.

자연과 어울려 살며 자연의 일부분이 된 사람들은 저 넓은 일터를 향해
바삐 움직이고 밝게 소리치는 질박한 사투리가 산울림이 됩니다.

지난 봄 이사 와서 아직 낯설어하고 머뭇거려지던 이곳의 생활이 시작될 때 이곳
사람들의 인심과 함께 그렇게도 용기 주며 탄성을 자아내게 하던 진달래며 산수유 꽃이
여전히 피어나고 배꽃, 살구꽃이 팝콘처럼 흐드러집니다.

이제 곧 연초록 잎 새로 장식 하겠지요.
빨갛게 피어나는 복숭아의 새순!
온통 녹 보석 같은 새 잎을 매단 낙엽송의 큰 키......!
칡넝쿨 아래 산나물은 따스한 기운을 한껏 들이키며 새봄을 맞이하겠지요.
 봄을 노래한 아름다운 가곡들을  혼자 부르며 취나물이며 두릅, 고사리 등을 꺾어 겨울 반찬도
마련하고 우리가 살던 인천의 이웃들 에게도 한 묶음씩 보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도시에 살 땐 자연이 그립더니 이젠 사람들이 그립습니다. 그 그리움을 채울 수 있는
대상이 곧 산나물 준비 하는 거며 채소를 가꾸는 일이 되었습니다.

조그맣게 흉내 낸 비닐 하우스엔 옥수수며 호박 오이 등의 각종 채소와 또 갖은
꽃씨까지 예쁘게 자라고 있습니다.
올 일년을 기쁘게 해줄 이 모종들을 이제 곧 제 땅에
잘 자라게 옮겨 심어 주어야겠습니다.

이 마을 사람들의 숱한 이야기를 간직한 산모롱이 마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릅니다.
구슬처럼 산자락에 부딪칩니다.
금빛으로 부서지고 무지개가 됩니다.
 
전설 같은 얼굴로 핀 할미꽃, 민들레 ,제비꽃,
별처럼 작은 낙엽송 숲의 이름 모를 노란 풀꽃들.......!

그 숲으로 쏟아지는 이 찬란한 아침햇살과
아기새 눈망울 같은 아침이슬 ......!
살아 있는 것에 대한 경이로움과 신비함......!
모든 생물들과 논밭에 생명 줄이 될 실개천이 바쁜 세상사 와는 달리 너무나 여유롭게 흐릅니다.

그러나 이 한적한 곳에도 어두운 농촌 현실로 인해
제초제며 농약으로 해서 냉이며 달래 같은 밭에 있는 봄나물이 귀해졌습니다.

나물 캐는 처녀도 마을을 떠난 지 오래고 소 먹이던 목동 또한 옛일을 간직 한 채,
소먹이는 할아버지들만 등이 휘어지신 채  계신 일이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맑은 까치소리 일할 힘을 주는 뻐꾸기 소리
참새들의 합창소리가 있는 이 산 골짜기도
사과꽃 향기가 짙어 오면 꿀벌 들의 잔치로 온 마을이 떠들 썩 할 것입니다.

과수원의 푸른 열매들과 다른 많은 종류의 천연계가
주는 그 선물들을 거둘 때를 위해 묵묵히 사는 사람들이 멋져 보입니다.

저 먼 도회 사람들의 들뜨고 분주한 생활, 세상의 조그만 안락의 단면들이 또한
그 많은 우수사려가 잎 더디 피는 빈 감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구름처럼 부질없는
것임을 일찍 깨달은 사람들은 감사를 늘 간직하고 살아갑니다.

나 또한 여기 이 아름다운 곳에 사는 것이 조금은 불편하기도 하지만
얼마나 큰 축복을 받고 사는지 늘 에덴에서의 첫날을 그려 보곤 합니다.

삶의 물결을 적극적으로 헤쳐 가며 살 자신이 없는 나로서는 항상 무엇인가
가시적인 것에 기대고 싶은 습성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천연계는 내 언덕이며 노래입니다.
세월의 때가 묻은 오늘 저 풀꽃만큼의 깨끗함도 없는 나는 부끄럽습니다.

꿈이 찬란한 이 봄!
누구에겐가 모든 생물들과 조그만 풀꽃들도 나고 질 때까지 교훈인
 이 아름다운 봄의 정경을 포장하지 않은채 선물하고 싶습니다.
 
뒷뜰에 앵두나무에선  갓 태어난 병아리 깃털 같은 눈에서 점점 연두 빛으로
반짝이며  동그랗게 자라는  잎새는 생각만으로도 저절로 희망찬
마음이 되고 밝아지는 경험을 하게합니다.
“바라봄으로 변화 한다”는 말은 진실로 인간 마음의 법칙입니다.

이 영악한 세상에 사람들은 전자계산기가 된 듯 감정까지 수치로 재려 한다지만 자연은 이 조그만 소백산 언저리에서 잃어버린 순수를 찾으라고 말없이 교훈합니다.
이 오묘한 조화의 극치를 보노라면 "자연은 신의 예술품"이라고 설파한 단테의
말에 백번 동감하게 됩니다.

또 한 무리의 산새들이 날아오르고  청설모가 재주넘기를 넘기를 하며 오르내립니다.
이젠 내려가서 화단도 좀 더 손질하고 어제 내린 봄비로 따뜻해진
향긋한 밭에 모종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올 여름도 도시에서 온 친구들에게 갖 따서
찐 찰옥수수며 호박전으로 이 산골을 떠들 썩 하게
할 것 이니까요. 뽀얀 아기 쑥으로 쑥버무리를 해서 아이들 간식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앞산을 내려 올 때도  그리움같이 아스럼한 봄 햇살이 향기 토하는
이름모를 들꽃 위로 귀여운 봄풀 위로 재잘대듯 쏟아집니다.

                                                                따사롭던 어느 봄날
 









3 Comments
오숙자.#.b. 2004.02.25 19:52  
  꽃구름 언덕님,

도시를 떠난 전원 시골 생활은
참으로 나와 같이 게으른자는 다소 불편함을 갖게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변하는 계절마다
자연의 선물을 누릴수 있음도 큰 혜택이지요

한적한 여름 오후에
우연히 창밖을 보면 조그만 청솔모가 창가로 자르르 지나가며
다람쥐, 개구리가 파드득 뛰는 모습을 봅니다
작년 부터는 어느 바람이 꽃씨를 선물 해 주어
바로 창밑에 진분홍의 나팔꽃이 피어오르고
여기 저기 마당에 심어놓은 주목에는
사랑의 열매가 빨갛게 맺어
달콤한 그맛에 따먹기도 하지요
어느 분이 하루에 5개정도 먹으면 암이 안생긴다는
검증안된 얘기를 믿고 더 열심히 따먹기도 했답니다

이곳은 소백산처럼 풍광이 수려하진 못해도
그래도 도시보다는 자연의 혜택을 누릴 수 있어
꽃구름 피는 어덕님의 시골 전원의 향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님의 글에서
앞산 뒷산에 피어나는 이름모를 들꽃들의 합창소리
귓전에서 아른거립니다. 
 
꽃구름언덕 2004.02.25 21:41  
  자상하시고 인정 많으신 교수님! 빨간 주목 열매는 제게도 남겨주십시요.
소로우처럼 들꽃과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해도 들꽃에게서
아름다운 영감을 얻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고운 교감도 배워보려합니다.
교수님 뒷산에 산나물도 이제 곧 향기 머금고 자라나겠지요?
늘 감사드립니다.
산처녀 2004.02.27 14:35  
    꽃구름언덕님
 
항상님의 글을 읽노라면 정말로 꽃구름님의 이름같이 하늘한 아름다음을
느끼곤 한답니다
저도 앞뒤로 산이 놓여있고 강이 흐르는 마을에 살면서 자연의 변화에 반했다  또는 시골의 너무나 한가로음에 짜증도 냈다하면서 살아갑니다
  뒷산 공수봉을 오르면 정상의 편편한 분지에 흐드러지게 피여난 할미꽃을 가만히 앉아 바라보느라면 어찌도 그리 가여이 피워 났을까?
 매일 구부리고 서있으니 허린들 얼마나 아플까? 하고 한참을 바라보곤 한답니다
허나 올봄엔 산에올라가서 할미꽃몇폭 얻어 올까합나다

농촌에 살면서도 자연과 많이 접하고 살면서도 얹제나 산은 그곳에있는것이고 강 역시 언제나 그곳에 있는것이라고 ....

허나 님의 아름다운 글을 보느라니 나도 다시 한번 들러봅니다
항상 아름다운 그대에게 부처님의 가피를 빌어 드립니다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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