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우리에서 기거하게 된 반항아 늦둥이
밥을 먹다가도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소화를 시킬 수가 없어서
수저를 놓고 먼 하늘을 바라봅니다. 나의 아들이 집 떠난지 이미
오랜 시간이 되었습니다. 무엇이 그리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난 잘 알 수가 없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막내 아들을 생각할 때마다
너무도 보고파서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늦둥이와 같이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내 생명까지도 바쳐서 잘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모든 정성을 다 해서 키운 나의 귀한 아들인데....
어느 날 그 아들이 내게 와서 말했었습니다. 전혀 예상치도 않게
말입니다.
'아버지, 저 노잣돈 마련해 주세요.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요.'
이전에도 늘 짧은 여행을 하곤 했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적당하리라
생각하고 얼마를 주었습니다.
'잘 다녀오너라'
그런데 아들의 입이 뿌루퉁 한 것이었습니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입니다. 평상시에는 그 정도만 주면 늘 기뻐서 웃음을
짓던 아들이 말입니다. '거참 이상하네'하며 좀 더 넉넉히 주었습니다.
하지만 찌푸려진 아들의 얼굴은 펴지질 않습니다.
'아버지, 이것 가지곤 턱도 없어요.
아버지 재산의 일부를 제게 떼어 주세요!'
머리가 번개에 맞은 듯한 충격이 내게 왔습니다.
'설마 이 아이가 집을 완전히 떠나려는 것인가'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평상시 친구를 사귀는 걸 봐도 그다지
신통하지 않은 아이들과 어울리던 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집을 떠나서는 고생만 할 것이 내겐 환히 보였기 때문입니다.
'얘야, 어딜 가려고 하느냐.
그래 얼마동안이나 가 있으려구'
'그런 것 제발 묻지 좀 마세요.
아버지 간섭에 숨이 막혀 죽겠다구요.
제 친구들 아버지 중에는 그렇게
늘 잔소리를 늘어 놓는 인간은 하나도 없어요.'
성이 나서 악을 질러대는 아들의 말이 왜 서운하지 않았겠습니까.
나도 인간인데 말입니다. 한 대 때려주고도 싶었습니다. 화를
바락 바락 내고도 싶었습니다. 허나 내가 너무도 사랑하는 아들
이었기에 차마 심한 소리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도 내 그런
연약함이 아들을 점점 더 나쁜 길로 가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얘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없겠니?
갑자기 어디를 간단 말이냐'
'저도 이제 클만큼 컸습니다.
그만 좀 간섭하세요.
저도 독립해서 살고 싶어요.
제 인생을 살고 싶단 말이에요.'
하긴 아들의 말이 일리가 있기도 했습니다. 내가 너무 늘
보호막 속에서 자라도록 해서 말은 안했지만 힘이 들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은근히 안됐다는 마음도
들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래, 꼭 네가 먼 여행을 떠나겠다면
애비가 말릴 도리가 없구나.
허나 가끔씩이라도 연락을 해주겠니?
많이 보고 싶을 것 같아.'
'흥! 보고 싶기는.
아버지에게는 형이 있잖아요.
늘 형 칭찬만 하고, 난 야단만 치고.
사람 취급도 해주지 않잖아요.
내게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 준 적이 있어요!
정말 내 친아버지가 맞아요?
나도 날 정말로 날 사랑해주는
아버지가 있었음 좋겠어요.'
이번엔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그 아이가 내게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자주 말썽을 부리던
아이라서 늘 걱정을 했었습니다. 이 아이가 자라서 제대로
살려면 야단을 칠 땐 따금하게 야단을 쳐야된다는 생각에
마음 속으론 늘 눈물을 흘렸지만 아들이 잘 커주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가끔은 매를 들기도 했고, 또한 심한 말도
하고 벌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단 한 번도 화가 난 채로
내 성질을 통제하지 못한 상태에서 아들을 혼 낸 적은 없습니다.
아들의 말이 맞습니다. 큰 아들과 둘째 아들이 어찌 그리
다른지요. 같은 부모에게서 나온 자식들인데 말입니다. 큰 아들은
정말이지 말썽을 피운 적이 거의 없습니다. 늘 내 말에 순종을 하고,
학교에서 공부도 잘 하고, 좋은 친구들을 골라가며 사귀었습니다.
신경을 거의 쓰지 않아도 자기가 해야 할 일들을 척척 잘 알아서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큰 놈이 늘 자랑스러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맹세코 큰 놈을 작은 놈보다 더 사랑한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작은 놈이 늘 내 마음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말썽을 부릴까.
내 사랑하는 아들이 좀 착하고
부지런하게 살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살얼음을 숨 죽이며 걷는 심정으로 작은 아들의 장래에
대해 늘 걱정을 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내 아들!
정신적으로 좀 성숙해지고,
사회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상태로
내 품에서 떠난다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
아직도 너무나 많은 걱정이 있지만 아들을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집을 떠나 너무나도 많은 고생을 할 것이 뻔하지만 말입니다.
차라리 어려운 상황들을 많이 맞이하게 되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잘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한 편 위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 아들아!
네 말이 맞다. 이제 너도 성인이 되었으니
네 생각대로 하려므나!
허나 늘 네가 보고 싶을 거야.
내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용서해 다오'
이렇게 말하곤 재산의 큰 부분을 아들에게 주었습니다.
아까울 것이 무엇이 있습니까. 내 전 재산을 주어도 아까울
것이 없는 막내놈인데 말입니다.
'절 찾을 생각하지 마세요.
이제 다신 집에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요.'
막내놈은 그렇게 말 한 마디를 차갑게 뱉고는 떠나갔습니다.
북풍이 심하게 불고, 눈이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너무나도 생생합니다. 그뒤 이미 여러 해가
지나갔습니다. 하늘에 맹세합니다. 하루도 떠나간 그 아이를
잊은 날이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혼자 걷다가도 아들이
생각났습니다. 일을 하다가도 그랬습니다. 다른 이들과
담소를 나누다가도 아들 생각에 멍하니 있는 나를 친구들은
처량하니 바라봅니다. 산에 올라가면 큰 소리로 아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헛 것이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아들의
모습입니다. 꿈 속에서도 아들이 보입니다.
'아버지, 절 좀 도와주세요!
저 너무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아요.'
꿈 속에 나타나 아들이 내게 이렇게 호소합니다.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아들은 먼 나라에서 내게서 가지고 간
모든 돈을 다 탕진해 버렸습니다. 술집 여자들과 정신 없이
놀아나고, 그 아이가 가진 돈을 보고 달려든 아부에 능한
새로 사귄 친구들과 흥청망청 쓰느라 남아날 돈이 없었던
것입니다. 아들은 그럴싸한 기술을 가진 것도 없었고,
성격이 매우 편협해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서 직장 생활을 할 능력도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아무도 그 아이에게 괜찮은 직업을 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가지고 있던 돈은 다 떨어지고 갈 데도
마땅히 없는 딱한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자존심은 남아
있었던 모양입니다.
'아버지, 돈 좀 보내주세요!
저 곧 죽을 것 같아요.
밥도 제대로 못먹는 상태에요'
곧 그렇게 울부짖으며 내게 도움을 요청해 올 줄 알았습니다만
단 한 번도 연락을 취해오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도 조금의
양심은 남아 있었던 것일까요. 내게 그토록 모진 소리를
하고 유산으로 남겨 주려고 생각한 재산의 대부분을 거의
강제적으로 뺏다 싶이 해 달아나 버린 아들이었습니다만
내 맘 속엔 그 아이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으로 늘
눈물의 강이 흐를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아들아!
이제 다시 돌아오면 안 되겠니'
늘 그렇게 생각하며 혼자 눈물을 흘리곤 하였습니다. 혹 아들이
돌아오지는 않을까 싶어 시도 때도 없이 동구밖에 나가보곤 했습니다.
'뭘 하세요?'
하고 동네 사람들이 물으면
'아, 산책이 건강에 좋다기에
이렇게 늘 걷고 있는 거라오.'
하고 얼른 대답하곤 했습니다. 그리곤 얼른 돌아서서
눈물을 훔쳐댔습니다. 그럴 때마단 동네 사람들은 못본체
해줍니다. 나만 자식 가진 부모가 아닌데 왜 이토록 아들
생각이 나는 걸까요.
아들은 이제 남의 집 종이 되어 돼지 우리 치는 일을
하며 겨우 입에 풀칠을 해나가고 있다 합니다. 그 젊은 것이
밥도 맘껏 못먹고 주린 배를 채우느라 돼지들도 잘 먹으려
하지 않는 쥐엄열매를 먹어대는 모습을 생각하면 맘이
너무도 찢어지게 아픕니다. 냄새 나는 돼지 우리에서
지쳐 쓰러져 자고 있는 내 아들의 모습을 생각해 보십시오.
늘 따스한 밥을 먹으며 편안하게만 살던 그 아들이 말입니다.
'내가 어찌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있겠습니까.
아들이 그토록 고생을 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쥐엄열매도 없어서 못 먹어서 삐쩍 말랐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부모가 음식을 목구멍에
제대로 넘길 수 있단 말입니까.'
아들 생각에 입술이 마릅니다. 생각 같으면 당장 가서
데려 오고도 싶습니다. 그 고생하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마음이 찢어집니다. 내 집에는 그 아이가 원하는 모든 것이
다 있지만 아들에게 지금은 갈 수가 없습니다. 아들이
스스로 깨닫고 돌아오기를 기다릴 수밖엔 없습니다.
아픔을 알아야, 세상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본인이
느껴야 돌아와도 사람 구실을 제대로 할 것이 아니겠습니까.
물론 걱정이 됩니다. 저렇게 밥도 변변이 먹지 못하다가
굶어죽거나 몹쓸 병에 걸려 큰 일이 나지 않을까 늘 마음을
졸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너무나 보호막 속에서만
자라난 아이였기 때문에 이젠 자신의 두 발로 서야만 살아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어야만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도 내 막내 아들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들의 창백하고 여윈 모습을 꿈에서 볼 때마다
정말 미치도록 그 아이가 보고 싶습니다. 너무나도 안돼서
가슴을 찢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허나 꾹
참고 내 아들이 제대로 된 인간이 되기를 소망하며 기다려
보려고 합니다. 꼭 성숙한 마음을 가지고 돌아오기를 바라렵니다.
그렇지만 그 아들이 보고 싶은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저 고개너머로 아들이 지금이라도
'아버지!'하며 오지 않을까 하루에
수십번도 고개 쪽으로 눈길을 주어봅니다.
내 사랑하는 아들이 너무도 보고 싶습니다!
수저를 놓고 먼 하늘을 바라봅니다. 나의 아들이 집 떠난지 이미
오랜 시간이 되었습니다. 무엇이 그리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난 잘 알 수가 없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막내 아들을 생각할 때마다
너무도 보고파서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늦둥이와 같이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내 생명까지도 바쳐서 잘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모든 정성을 다 해서 키운 나의 귀한 아들인데....
어느 날 그 아들이 내게 와서 말했었습니다. 전혀 예상치도 않게
말입니다.
'아버지, 저 노잣돈 마련해 주세요.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요.'
이전에도 늘 짧은 여행을 하곤 했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적당하리라
생각하고 얼마를 주었습니다.
'잘 다녀오너라'
그런데 아들의 입이 뿌루퉁 한 것이었습니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입니다. 평상시에는 그 정도만 주면 늘 기뻐서 웃음을
짓던 아들이 말입니다. '거참 이상하네'하며 좀 더 넉넉히 주었습니다.
하지만 찌푸려진 아들의 얼굴은 펴지질 않습니다.
'아버지, 이것 가지곤 턱도 없어요.
아버지 재산의 일부를 제게 떼어 주세요!'
머리가 번개에 맞은 듯한 충격이 내게 왔습니다.
'설마 이 아이가 집을 완전히 떠나려는 것인가'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평상시 친구를 사귀는 걸 봐도 그다지
신통하지 않은 아이들과 어울리던 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집을 떠나서는 고생만 할 것이 내겐 환히 보였기 때문입니다.
'얘야, 어딜 가려고 하느냐.
그래 얼마동안이나 가 있으려구'
'그런 것 제발 묻지 좀 마세요.
아버지 간섭에 숨이 막혀 죽겠다구요.
제 친구들 아버지 중에는 그렇게
늘 잔소리를 늘어 놓는 인간은 하나도 없어요.'
성이 나서 악을 질러대는 아들의 말이 왜 서운하지 않았겠습니까.
나도 인간인데 말입니다. 한 대 때려주고도 싶었습니다. 화를
바락 바락 내고도 싶었습니다. 허나 내가 너무도 사랑하는 아들
이었기에 차마 심한 소리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도 내 그런
연약함이 아들을 점점 더 나쁜 길로 가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얘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없겠니?
갑자기 어디를 간단 말이냐'
'저도 이제 클만큼 컸습니다.
그만 좀 간섭하세요.
저도 독립해서 살고 싶어요.
제 인생을 살고 싶단 말이에요.'
하긴 아들의 말이 일리가 있기도 했습니다. 내가 너무 늘
보호막 속에서 자라도록 해서 말은 안했지만 힘이 들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은근히 안됐다는 마음도
들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래, 꼭 네가 먼 여행을 떠나겠다면
애비가 말릴 도리가 없구나.
허나 가끔씩이라도 연락을 해주겠니?
많이 보고 싶을 것 같아.'
'흥! 보고 싶기는.
아버지에게는 형이 있잖아요.
늘 형 칭찬만 하고, 난 야단만 치고.
사람 취급도 해주지 않잖아요.
내게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 준 적이 있어요!
정말 내 친아버지가 맞아요?
나도 날 정말로 날 사랑해주는
아버지가 있었음 좋겠어요.'
이번엔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그 아이가 내게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자주 말썽을 부리던
아이라서 늘 걱정을 했었습니다. 이 아이가 자라서 제대로
살려면 야단을 칠 땐 따금하게 야단을 쳐야된다는 생각에
마음 속으론 늘 눈물을 흘렸지만 아들이 잘 커주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가끔은 매를 들기도 했고, 또한 심한 말도
하고 벌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단 한 번도 화가 난 채로
내 성질을 통제하지 못한 상태에서 아들을 혼 낸 적은 없습니다.
아들의 말이 맞습니다. 큰 아들과 둘째 아들이 어찌 그리
다른지요. 같은 부모에게서 나온 자식들인데 말입니다. 큰 아들은
정말이지 말썽을 피운 적이 거의 없습니다. 늘 내 말에 순종을 하고,
학교에서 공부도 잘 하고, 좋은 친구들을 골라가며 사귀었습니다.
신경을 거의 쓰지 않아도 자기가 해야 할 일들을 척척 잘 알아서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큰 놈이 늘 자랑스러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맹세코 큰 놈을 작은 놈보다 더 사랑한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작은 놈이 늘 내 마음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말썽을 부릴까.
내 사랑하는 아들이 좀 착하고
부지런하게 살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살얼음을 숨 죽이며 걷는 심정으로 작은 아들의 장래에
대해 늘 걱정을 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내 아들!
정신적으로 좀 성숙해지고,
사회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상태로
내 품에서 떠난다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
아직도 너무나 많은 걱정이 있지만 아들을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집을 떠나 너무나도 많은 고생을 할 것이 뻔하지만 말입니다.
차라리 어려운 상황들을 많이 맞이하게 되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잘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한 편 위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 아들아!
네 말이 맞다. 이제 너도 성인이 되었으니
네 생각대로 하려므나!
허나 늘 네가 보고 싶을 거야.
내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용서해 다오'
이렇게 말하곤 재산의 큰 부분을 아들에게 주었습니다.
아까울 것이 무엇이 있습니까. 내 전 재산을 주어도 아까울
것이 없는 막내놈인데 말입니다.
'절 찾을 생각하지 마세요.
이제 다신 집에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요.'
막내놈은 그렇게 말 한 마디를 차갑게 뱉고는 떠나갔습니다.
북풍이 심하게 불고, 눈이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너무나도 생생합니다. 그뒤 이미 여러 해가
지나갔습니다. 하늘에 맹세합니다. 하루도 떠나간 그 아이를
잊은 날이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혼자 걷다가도 아들이
생각났습니다. 일을 하다가도 그랬습니다. 다른 이들과
담소를 나누다가도 아들 생각에 멍하니 있는 나를 친구들은
처량하니 바라봅니다. 산에 올라가면 큰 소리로 아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헛 것이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아들의
모습입니다. 꿈 속에서도 아들이 보입니다.
'아버지, 절 좀 도와주세요!
저 너무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아요.'
꿈 속에 나타나 아들이 내게 이렇게 호소합니다.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아들은 먼 나라에서 내게서 가지고 간
모든 돈을 다 탕진해 버렸습니다. 술집 여자들과 정신 없이
놀아나고, 그 아이가 가진 돈을 보고 달려든 아부에 능한
새로 사귄 친구들과 흥청망청 쓰느라 남아날 돈이 없었던
것입니다. 아들은 그럴싸한 기술을 가진 것도 없었고,
성격이 매우 편협해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서 직장 생활을 할 능력도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아무도 그 아이에게 괜찮은 직업을 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가지고 있던 돈은 다 떨어지고 갈 데도
마땅히 없는 딱한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자존심은 남아
있었던 모양입니다.
'아버지, 돈 좀 보내주세요!
저 곧 죽을 것 같아요.
밥도 제대로 못먹는 상태에요'
곧 그렇게 울부짖으며 내게 도움을 요청해 올 줄 알았습니다만
단 한 번도 연락을 취해오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도 조금의
양심은 남아 있었던 것일까요. 내게 그토록 모진 소리를
하고 유산으로 남겨 주려고 생각한 재산의 대부분을 거의
강제적으로 뺏다 싶이 해 달아나 버린 아들이었습니다만
내 맘 속엔 그 아이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으로 늘
눈물의 강이 흐를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아들아!
이제 다시 돌아오면 안 되겠니'
늘 그렇게 생각하며 혼자 눈물을 흘리곤 하였습니다. 혹 아들이
돌아오지는 않을까 싶어 시도 때도 없이 동구밖에 나가보곤 했습니다.
'뭘 하세요?'
하고 동네 사람들이 물으면
'아, 산책이 건강에 좋다기에
이렇게 늘 걷고 있는 거라오.'
하고 얼른 대답하곤 했습니다. 그리곤 얼른 돌아서서
눈물을 훔쳐댔습니다. 그럴 때마단 동네 사람들은 못본체
해줍니다. 나만 자식 가진 부모가 아닌데 왜 이토록 아들
생각이 나는 걸까요.
아들은 이제 남의 집 종이 되어 돼지 우리 치는 일을
하며 겨우 입에 풀칠을 해나가고 있다 합니다. 그 젊은 것이
밥도 맘껏 못먹고 주린 배를 채우느라 돼지들도 잘 먹으려
하지 않는 쥐엄열매를 먹어대는 모습을 생각하면 맘이
너무도 찢어지게 아픕니다. 냄새 나는 돼지 우리에서
지쳐 쓰러져 자고 있는 내 아들의 모습을 생각해 보십시오.
늘 따스한 밥을 먹으며 편안하게만 살던 그 아들이 말입니다.
'내가 어찌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있겠습니까.
아들이 그토록 고생을 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쥐엄열매도 없어서 못 먹어서 삐쩍 말랐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부모가 음식을 목구멍에
제대로 넘길 수 있단 말입니까.'
아들 생각에 입술이 마릅니다. 생각 같으면 당장 가서
데려 오고도 싶습니다. 그 고생하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마음이 찢어집니다. 내 집에는 그 아이가 원하는 모든 것이
다 있지만 아들에게 지금은 갈 수가 없습니다. 아들이
스스로 깨닫고 돌아오기를 기다릴 수밖엔 없습니다.
아픔을 알아야, 세상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본인이
느껴야 돌아와도 사람 구실을 제대로 할 것이 아니겠습니까.
물론 걱정이 됩니다. 저렇게 밥도 변변이 먹지 못하다가
굶어죽거나 몹쓸 병에 걸려 큰 일이 나지 않을까 늘 마음을
졸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너무나 보호막 속에서만
자라난 아이였기 때문에 이젠 자신의 두 발로 서야만 살아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어야만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도 내 막내 아들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들의 창백하고 여윈 모습을 꿈에서 볼 때마다
정말 미치도록 그 아이가 보고 싶습니다. 너무나도 안돼서
가슴을 찢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허나 꾹
참고 내 아들이 제대로 된 인간이 되기를 소망하며 기다려
보려고 합니다. 꼭 성숙한 마음을 가지고 돌아오기를 바라렵니다.
그렇지만 그 아들이 보고 싶은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저 고개너머로 아들이 지금이라도
'아버지!'하며 오지 않을까 하루에
수십번도 고개 쪽으로 눈길을 주어봅니다.
내 사랑하는 아들이 너무도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