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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의 애인을 위하여 - 정해종

달마 2 781

내가 읽어 온 책들의 활자를 풀어 벽촌의 싸락눈으로 내리게 하
고 만남과 이별의 숱한 사연들을 가랑비로 내리게 한다면, 그리
고 속이 텅 빈 가을벌판의 허수아비가 된다면,
주저하다 보내지 못했던 수많은 편지의 허리굽은 글씨들을 바로
펴 삼천리 금수강산을 그릴 수 있다면 북어 대가리같은 사유의
흔적만 남더라도 한결 가벼워진 몸을 쉽게 눕힐 수도 있으리라

그렇게 누워 썩을 수 있다면,
제 영혼은요 거름이 되고 공기가 되어서 우울에 지친 그대 어깨
위에 잠시 머물고, 잠시 머물며 썩어 거름이 되는 것들의 아름다
움과 썩기 위해 우울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한없
이 깊은 어느곳으로 스며들 것입니다.
2 Comments
정우동 2005.06.24 22:37  
  보통으로 우리의 인생살이는 행락보다는 고통이 더 많은것 같습니다.
병술을 마시다가 반쯤일 때 낙천적인 사람은 아직도 반병이나 남아
있구나 하는데 염세적인 사람은 반병밖에 없다고 불만스러워 합니다.
세상의 희비가 생각하기에 딸렸다고 말합니다. 그러기에 세상의
모든 고통을 떠 안고도 행복해 하는 철인이 있는가 하면 남보기에
잘만 살면서도 우울에 짓눌려 기를 못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럴때 시원한 공기가 되고 자양분이 되고 활력소가 될 이야기라도
주고 받는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하는 것이 요즘의 나의 심정입니다.


일본 시인 다카무라 코타로의
도정(道程)이라는 시를
읽으면서 우울한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내 앞에 길은 없다
내 뒤에 길은 생긴다

아아, 자연이여
아버지여

나를 홀로 서 있게 한 광대한 아버지여
나에게서 눈을 떼지 마시고 지키시라
언제나 아비의 기백을 내게 채우시라

이 머나먼 도정을 위해
이 머나먼 도정을 위해
.
달마 2005.06.26 10:06  
  정선생님...
건안 하시지요

사랑이 긔 어떻터냐 둥그더냐 모나더냐
길더냐 자르더냐 밟고아니 자르더냐
하그리 길어 끝간데를 몰라라 했던 선인 시처럼
님의 道程은 아름답습니다.
정감어린 맘 누 흉낼건가요
선생님과 나눌 술은 세상에 행히 많이 남았습니다 ^^

존 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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