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나들이 (기행수필 재제)
9-1, 하늘 길 2만리
우리경제가 불황에 들며 젊은 일꾼들이 어이없이 일터를 잃고 낙엽처럼 나뒹굴 때 “사오정” “오륙도”란 시대적 은어가 번졌는데, 사오정이란 마흔다섯에 정년을 맞는다는 뜻이고 오륙도란 쉰다섯까지 일터에 있는 사람은 도둑놈이라는 뜻이다.
나는 1961년에 사회 첫발을 디뎌 올(2006년) 3월 말에 듣기 좋은 말로 은퇴를 하였으니 공교롭게도 45년 만에 정년을 마쳤다 핑계될 수 있으나 나이로 따져 70대 초반까지 일을 했으니 누가 날 “날강도”라 해도 할 말이 없다.
어쨌든 그 흔한 자영업 한번 못해본 위인으로 일생 직장 일에 쫓기며 살았으니 업무상 출장 외에 바깥바람 한번 제대로 쐬어보지 못했다.
이제 얼굴에 주름살은 고사하고 검버섯이 피어나고 허리마저 굽어가는 아내, 두해 전에 독일로 이사한 딸과 손수 보살피던 외손녀 둘을 그리도 보고 싶어 하기에 큰맘 먹고 선뜻 나섰지만, 내 속마음으로야 젊어서 가지 못한 알프스, 그 시원한 공기를 실컷 마시고 싶은 마음이 도사리고 있었다.
괌 남서쪽에서 일어났다는 폭풍의 신 "에위니아(Ewiniar)"가 우리나라를 스치며 몰고 온 새카만 장마구름을 뚫어 오르니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넘실된다.
해마다 봄철이면 우리나라에 누런 황토먼지를 몰아붙이던 베이징(北京)을 중심으로 한 중국 대륙도, 몽골 울란바토르(Ulanbator)의 황량한 벌판도, 버려진 동토를 신흥 공업도시로 탈바꿈 했다는 시베리아의 노보시비르스크(Novosibirsk)도, 그리고 한 때 철의 장막에 싸였던 모스크바(Moskva)를 거쳐 독일 프랑크프루트(Frankfurt)에 이르는 하늘 길 2만리(8.565km),
가끔 트인 구름사이로 들여다보이는 사람 사는 땅이 아름다워 보인다.
새처럼 날고 팠던
라이트형제의 꿈을 타고
하늘 길을 달린다.
땅위에
장대비를 퍼붓던 먹구름이
하늘에선
솜털같이 부푼 흰 눈
겉 다르고 속 다른 구름의
두 얼굴이다
트인 구름사이로
들여다보이는 땅 나라
지옥만 같던 그곳이
시샘도 다툼도
거짓도 속임도
미움도 거절도 없는
오직 사랑만이 넘치는
하늘나라 같다
내 저 땅을 다시 밟을 때
마음 한쪽이 구름처럼 그늘져
궂은비가 내릴지라도
할미 할아비를 외치는
천사 같은 손녀들
떠날 때 눈시울을 적시던
고명딸
그들의 얼굴에 피어나는
화사한 웃음꽃이 어서
보고 싶다.
우리경제가 불황에 들며 젊은 일꾼들이 어이없이 일터를 잃고 낙엽처럼 나뒹굴 때 “사오정” “오륙도”란 시대적 은어가 번졌는데, 사오정이란 마흔다섯에 정년을 맞는다는 뜻이고 오륙도란 쉰다섯까지 일터에 있는 사람은 도둑놈이라는 뜻이다.
나는 1961년에 사회 첫발을 디뎌 올(2006년) 3월 말에 듣기 좋은 말로 은퇴를 하였으니 공교롭게도 45년 만에 정년을 마쳤다 핑계될 수 있으나 나이로 따져 70대 초반까지 일을 했으니 누가 날 “날강도”라 해도 할 말이 없다.
어쨌든 그 흔한 자영업 한번 못해본 위인으로 일생 직장 일에 쫓기며 살았으니 업무상 출장 외에 바깥바람 한번 제대로 쐬어보지 못했다.
이제 얼굴에 주름살은 고사하고 검버섯이 피어나고 허리마저 굽어가는 아내, 두해 전에 독일로 이사한 딸과 손수 보살피던 외손녀 둘을 그리도 보고 싶어 하기에 큰맘 먹고 선뜻 나섰지만, 내 속마음으로야 젊어서 가지 못한 알프스, 그 시원한 공기를 실컷 마시고 싶은 마음이 도사리고 있었다.
괌 남서쪽에서 일어났다는 폭풍의 신 "에위니아(Ewiniar)"가 우리나라를 스치며 몰고 온 새카만 장마구름을 뚫어 오르니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넘실된다.
해마다 봄철이면 우리나라에 누런 황토먼지를 몰아붙이던 베이징(北京)을 중심으로 한 중국 대륙도, 몽골 울란바토르(Ulanbator)의 황량한 벌판도, 버려진 동토를 신흥 공업도시로 탈바꿈 했다는 시베리아의 노보시비르스크(Novosibirsk)도, 그리고 한 때 철의 장막에 싸였던 모스크바(Moskva)를 거쳐 독일 프랑크프루트(Frankfurt)에 이르는 하늘 길 2만리(8.565km),
가끔 트인 구름사이로 들여다보이는 사람 사는 땅이 아름다워 보인다.
새처럼 날고 팠던
라이트형제의 꿈을 타고
하늘 길을 달린다.
땅위에
장대비를 퍼붓던 먹구름이
하늘에선
솜털같이 부푼 흰 눈
겉 다르고 속 다른 구름의
두 얼굴이다
트인 구름사이로
들여다보이는 땅 나라
지옥만 같던 그곳이
시샘도 다툼도
거짓도 속임도
미움도 거절도 없는
오직 사랑만이 넘치는
하늘나라 같다
내 저 땅을 다시 밟을 때
마음 한쪽이 구름처럼 그늘져
궂은비가 내릴지라도
할미 할아비를 외치는
천사 같은 손녀들
떠날 때 눈시울을 적시던
고명딸
그들의 얼굴에 피어나는
화사한 웃음꽃이 어서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