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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나들이 (기행수필 재제)

이종균 4 1033
9-1, 하늘 길 2만리

  우리경제가 불황에 들며 젊은 일꾼들이 어이없이 일터를 잃고 낙엽처럼 나뒹굴 때 “사오정” “오륙도”란 시대적 은어가 번졌는데, 사오정이란 마흔다섯에 정년을 맞는다는 뜻이고 오륙도란 쉰다섯까지 일터에 있는 사람은 도둑놈이라는 뜻이다.
  나는 1961년에 사회 첫발을 디뎌 올(2006년) 3월 말에 듣기 좋은 말로 은퇴를 하였으니 공교롭게도 45년 만에 정년을 마쳤다 핑계될 수 있으나 나이로 따져 70대 초반까지 일을 했으니 누가 날 “날강도”라 해도 할 말이 없다.
  어쨌든 그 흔한 자영업 한번 못해본 위인으로 일생 직장 일에 쫓기며 살았으니 업무상 출장 외에 바깥바람 한번 제대로 쐬어보지 못했다.
  이제 얼굴에 주름살은 고사하고 검버섯이 피어나고 허리마저 굽어가는 아내, 두해 전에 독일로 이사한 딸과 손수 보살피던 외손녀 둘을 그리도 보고 싶어 하기에 큰맘 먹고 선뜻 나섰지만, 내 속마음으로야 젊어서 가지 못한 알프스, 그 시원한 공기를 실컷 마시고 싶은 마음이 도사리고 있었다.
  괌 남서쪽에서 일어났다는 폭풍의 신 "에위니아(Ewiniar)"가 우리나라를 스치며 몰고 온 새카만 장마구름을 뚫어 오르니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넘실된다.
  해마다 봄철이면 우리나라에 누런 황토먼지를 몰아붙이던 베이징(北京)을  중심으로 한 중국 대륙도, 몽골 울란바토르(Ulanbator)의 황량한 벌판도, 버려진 동토를 신흥 공업도시로 탈바꿈 했다는 시베리아의 노보시비르스크(Novosibirsk)도, 그리고 한 때 철의 장막에 싸였던 모스크바(Moskva)를 거쳐 독일 프랑크프루트(Frankfurt)에 이르는 하늘 길 2만리(8.565km),
  가끔 트인 구름사이로 들여다보이는 사람 사는 땅이 아름다워 보인다.
 
  새처럼 날고 팠던
  라이트형제의 꿈을 타고
  하늘 길을 달린다. 

  땅위에
  장대비를 퍼붓던 먹구름이
  하늘에선
  솜털같이 부푼 흰 눈
  겉 다르고 속 다른 구름의
  두 얼굴이다
 
  트인 구름사이로
  들여다보이는 땅 나라

  지옥만 같던 그곳이
  시샘도 다툼도
  거짓도 속임도
  미움도 거절도 없는
 
  오직 사랑만이 넘치는
  하늘나라 같다

  내 저 땅을 다시 밟을 때
  마음 한쪽이 구름처럼 그늘져
  궂은비가 내릴지라도
 
  할미 할아비를 외치는
  천사 같은 손녀들
  떠날 때 눈시울을 적시던
  고명딸

  그들의 얼굴에 피어나는
  화사한 웃음꽃이 어서
  보고 싶다.
 
4 Comments
산처녀 2006.10.09 19:39  
  그립던 따님을 보러 가시는 마음이 환하게 비춥니다.
처음 비행기라는 엄청난것을 탈때의 두근거림이 생각 납니다.
그것이 하늘에 깔린 구름이란것을 미처 깨닫지 못한순간
비행기의 발밑에는 하얀 목화솜을 틀어서 펼처 놓은듯안 폭신함에
저 솜을 떠다 이불을 만들었으면 얼마나 따뜻할까?
지금도 실소를 자아내는 옛날이 그립습니다.
송월당 2006.10.10 01:48  
  독일에 이사 간 딸 보시러 가는 비행기에서도 맑은 하늘의 구름과 비행기의 날개가 보이게 잘 찍으신 사진이 보이니 글과 조회 되어 저도 구름 위 비행기에 탄 기분이에요.
수패인 2006.10.10 09:56  
  좋은 여행 하셨습니다.눈에다 담기만 하는 여러 사람들과 달리 그 느낌을 다른사람들께 생생히 전하시는 글재주가 부럽기만 합니다.
오래전의 얘기 입니다만,제 모친 친구분 께서는 딸보러 캐나다 가시면서 아이스크림만 내내 드시고는 탈이 나셨다네요. 그마나 아이스크림이 제일 쌀것 같아서..
비행기에서 나오는 식사가 항공료에 포함된것을 모르시고..
유열자 2006.10.10 14:52  
  눈에 넣어도 아프지않는 귀한 손녀와 당당하게 무어라도 요구할수 있는 특권을 가진 따님을 만나는 그 발걸음에 복있으리
생각만 하고 글로 표현할줄 모르는 애타함을 아실까
선생님의 사랑의 선물 감사합니다 손에서 땔수없는 즐거움으로 제남편 권영천과 선생님의글 열심히 읽어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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