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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천생연분’ 관람소감

동녘새벽 2 770
오페라 ‘천생연분’

어제, 2007.05.13, 일요일 16:00에 오페라 ‘천생연분’(원작 오영진의 ‘맹진사댁 경사’, 대본 이상우, 작곡 임준희, 지휘 정치용, 연출 양정웅, 합창지휘 나영수, 고성진, 무대디자인 임일진, 의상디자인 그레타 리, 조명디자인 천세기, 국립오페라합창단,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을 고양 아람극장에서 관람했다. 약 2시간(1막 60분, 2막 50분)의 가극이 시종 관객의 주의를 집중시켰고 너무 빨리 시간이 흘러갔음을 막이 내리고서야 느꼈다. 흐뭇하고 조용한 기쁨과 감사가 가슴 속 깊이 흘러넘치는 오후의 시간이었다. 

오페라가 종합예술이지만 그 핵심적 생명은 곡에 있다고 본다면 전반적으로 1. 자연스럽고, 2. 투명하고, 3. 조화로운 구성을 이룬, 곧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세 가지 요소를 두루 갖추었다고 생각된다. (나의 어느 글 [아마 '화장하기에 대한 비판' 또는 '바이칼호에서의 여름학교']에서 아름다움의 세 요로서 자연스러움, 깨끗함[몸의 청결성, 마음의 청정성], 조화로움을 들었다.) 평소에 서양음악의 기법과 한국의 국악이나 음악전통에 녹아있는 요소들을 접합시키고자 노력해오고 있는 작곡자 임준희 님의 고유한 정서와 정신이 자연스럽고 조화롭게 잘 표현되었다. 임준희 님이 엮어가는 ‘그리움’의 선율은 절제되고 안정된, 고요한 마음바탕 위에 숭고함과 장엄함을 지향하고 있음을 이 오페라에서도 엿보게 한다.
단순간결하면서도 상징적 의미표출을 감지할 수 있게 구성된 무대장치도 한국적 소박미를 충분히 드러내고 참신하고 맑은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데 큰 효과를 끌어냈다.

그리고 이 오페라의 주제가 '사랑'인데 주역들의 아리아와 중창이 모두 아름다운 선율로써 이뤄져있었다. 한국의 옛 전통사회에서 일반화되었던 타율적인 혼례제도에 대한 비판과 저항이라는 문화변동의 흐름을 타고 양쪽 집안의 어른들이 의도한 혼인결합의 당사자들이 직접 만남을 통해서 마음에 드는 배우자를 스스로 선택하게 된다. 여기엔 사농공상의 직업적 계층과 양반중인상인의 위계서열적 계급과 남존여비의 성적 차별을 깨뜨리고자 하는 사회평등 의식이 투철하게 관철된다. 주인공들은 전통이라는 옹색스런 감옥을 벗어나서 해방된 자유인이 되고 그들의 참 사랑을 구가한다. 거기에 ‘사랑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는 생각이 이야기의 중심적 흐름을 이끈다. 강조하고자 한 것이 당사자들의 자유로운 선택으로서의 사랑인데 이게 '하늘이 내린 연분', 곧 '천생연분'이라는 것과는 다소 모순된다고 볼 수 있지만 자신들의 자발적 선택을 하늘이 맺어준 인연으로서 의미부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자유와 평등의 근대사상과 오랜 사회구조나 관습 등 모든 것은 조만간 변한다는 보편적 진리에 대한 인식이 새로운 문화창조의 원동력으로 작용함을 보여준다.
이 오페라 속엔 물론 당시 옛날의 사회구조에 대한 비판적인 해학과 풍자도 적잖게 들어있다. 그게 아마 관객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지난해 3월 ‘결혼식 날’(Der Hochzeitstag)이라는 제목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세계초연이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고 ‘푸치니를 뛰어넘는다’는 호평을 받았음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이제 일본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거기서도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이 오페라는 독일에서의 초연 이후에 지난해 10월에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도 공연되었지만 줄곧 수정보완을 거듭해왔다고 한다. 앞으로도 제작진의 의도에 따라 더 나은 작품을 지향하여 더욱 알차게 보완될 수 있으리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런 의미에서 오페라 ‘천생연분’의 활기차고 신바람나는 건승을 기원한다.
- 2007.05.14, 새벽 배동인

2 Comments
정우동 2007.05.15 08:04  
  대본이 없어 이해의 어려움이 따랐지만
맹진사댁의 경사가 저본이기에 줄거리는 대충 파악했는데
배 교수님께서 자세히 풀어 주셔서 추(가)감상을 잘 합니다.
만나 뵈올수 있어서 반가웠고 또 큰 가르침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페라 명곡을 써주신 임준희교수님께 축하를 드리고
이달 가곡교실에 초청될 출연자 이영화님을 못 뵈워서 서운했지만
한여선시인, 소프라노 임수영님, 김호동님도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동녘새벽 2007.05.15 10:23  
  정우동 선생님,
감사합니다. '가곡사랑'에도 오셨는데 거기에도 저의 답글을 올렸습니다. 오늘이 '스승의 날'이어서 이에 관한 제 생각을 썼습니다.
'천생연분'은 참으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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