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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꿈이었네

정영숙 2 927
아! 꿈이었네


정영숙


나는 꿈에 목화밭에서 놀다가 노무현 대통령을 만났다.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고 하는데 대통령이 노래를 한곡 부르라고 했다. 서슴없이 애창곡 ‘가고파’를 불렀다. 내 노래에 감동한 대통령이 종이에 글을 써 주었는데 내용은 이랬다. 가로세로 줄이 여러 개 그어진 공간에 23.35.40.46.68.69이라는 숫자다. 나는 그 중에 하나를 뽑아 손에 들고 또 노래를 불렀는데 그 가사가 참 재미있다.

피었네 피었네 목화 꽃이 하얗게 피었네 / 한 송이 따다가 울 아들 주고/ 또 한 송이 따서 내 딸 주고/ 일곱 송이 따와서 형제들 주고/ 한 아름 따와서 주고주고-

아침에 일어나 아무 말 없이 서점에 가서 꿈 해몽하는 책을 읽었다. 뜻인즉, 꿈에 대통령을 만났으면 횡재를 할 것이니 복권을 사라고 써 있다. 나는 책을 좋아하고 책에 순종을 잘 한다. 그래서 국민은행에 가서 <로또복권> 만 원어치를 샀다. 내 돈으로 로또복권을 사기는 난생 처음이라 가슴이 좀 설레 이었다.

은행 문을 나오는 순간 그 많은 돈 100억은 내 통장에 들어왔다. 온 세상이 내 것이다. 어둠의 도로에 가로등이 환하게 켜 있다. 주눅이 들어 구부러졌던 허리도 뒤로 넘어지려 한다. 아무리 자세를 바르게 하려고 해도 자꾸만 가슴이 뒤로 넘어진다. 내 자세를 보고 사람들이 비죽비죽 웃으며 절을 하는데 기분이 좀 묘(?)하다.

그 기분 때문에 20억은 내가 봉사하는 사랑샘공동체와 교도소, 불우 이웃을 도우니 신문사, 방송국에서 찾아와 사진을 찍어 갔다. 교회 가서 헌금함에 십일조를 무명으로 할까 하다가 아니야, 당당히 이름을 써서 내어야 전 교인들이 깜짝 놀라며 칭찬을 산더미 같이 할 것이 아니냐 그르니 큰 맘 먹고 10억짜리 수표를 내자라고 생각하며 교회를 갔는데, 하나님이 노하시며 되돌려 주었다. 나는 속으로, 엣다 모르겠다. 내가 마음이 꺼림 칙 하여 헌금을 하려고 했는데 안받아 주니 내 탓이 아니다. 이제부터 내 기분대로 써도 하나님이 봐 주겠지 하고 , 아들에게 아파트 한 채 큰 것을 사 주었다.

그놈의 아파트.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값을 미친 듯이 올렸는지! 아들이 결혼 한지 12년이 넘어도 전세신세다. 금년에 작은 평수라도 사 볼까 하고 계획을 했는데, 하늘같이 치솟은 가격 때문에 엄두도 못 내고 다시 전세로 살 것을 생각하니 월급쟁이 신세가 뻔하다며, 살 재미를 잃었다고 전화한 아들의 음성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이때에 에미가 한숨쉬는 아들과 며느리의 답답한 호흡을 확! 튀어주면 나도 빛나고 아들도 제 아내에게 우쭐 할 것이 아니냐. 나도 부동산에 투기를 했더라면 지금쯤 부자가 되어서 아들딸에게 원하는 대로 아파트를 사주었을 것인데,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도 꼬시락이 제 살 뜯어먹는 짓은 안한다며 고집을 부리다가, 세상 돌아가는 것 보니 약간 후회도 된터라, 이 바람에 멋지게 사주자!. 불로소득의 부동산 투기나 복권투기나 그게그게 아닌가 하고-.

그 다음은 딸에게 55평형, 집 없는 형제들에게 35평형, 조카와 손자들 앞으로 25평형을 각각 한 채씩 사 주었다. 또 그동안 마음의 빚을 진 친구들에게 세계여행도 시켜 주었다. 고향에 가서 일가친척들에게 일천만원씩 쫙! 나누어 주었다. 돈이 없어서 어머니에게 효도한번 못한 것 한이 되었는데 맘껏 쓰시라고 1억을 통장에 넣었다.

주고주고를 열심히 하다가 달력을 보니 추첨하는 날이 왔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두드리며 텔레비전을 보는 순간 꿈은 공중에서 풍선 터지듯이 꽝! 하고 납작해졌다.


오! 만원의 꿈이여!
내 비록 너로 인하여 한 주간 부풀은 꿈을 꾸며
기쁨과 즐거움의 순간을 맛보았지만
잃은 것이 더 많음을 알았네.

오! 만원의 꿈이여!
너는 나를 허세의 바람통에 넣어 한주 간을 돌려대며
시험을 한 후, 양심의 저울에 달았구나.

오! 만원의 꿈이여!
너는 내 머리에 숯불을 얹었구나.
내 다시는 너로 인하여 허황되고 헛된 꿈에 홀리지 아니하고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대로 받고
땀 흘리며 심은 대로 거두며 살아가리라.


   
2 Comments
김경선 2006.12.15 17:44  
  정영숙선생님의 꿈,
가곡을 사랑하시는 분이시라 꿈에서도 '가고파',
사랑샘공동체운영위원장으로 늘 재정을  염려하시니
이런 꿈을 꾸셨나 봅니다.
정영숙 2006.12.16 19:17  
  김경선원장님을 여기서 만나니 더 반갑습니다. 환자들 치료하시는데 열정을 다하신다는 말을 들었는데 역시 음악도 사랑하시군요. 저는 음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누구보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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