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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바다 2006.10.09 21:07  
  첫사랑

2년여 동안 작시자의 작품과 작가 정신을 높이 사서, 죽 지켜보아 온 사람 중의 하나로서 느낌을 적어 봅니다.
사랑,이별이 즈믄 세월이라면, 작시(作詩)도 어느 정도 잉태(孕胎)의 세월이 있어야 하고 반드시 있습니다..
자연님은 늘 시상이 맑고 깨씃합니다. '첫사랑'도 인생을 관조(觀照)하는 깊이가 있는 시입니다.  이런 좋은 시상을 얻으려면 봄부터 소쩍새가 그렇게 울더니 늦가을에야 국화꽃이 피다는 것처럼 본 시인도 그런 시간과 아픔이 있었던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깝게 여기는 것은 그렇게 애써 얻은 시상과 주제를 속결로 처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시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기승전결(起承轉結)로 볼 때, 이 시에서의 '기'는 좋은 재료(글감)로서는 훌륭합니다.
그런데, '승' 즉 잇는 부분, 즉 전개하는 과정 혹은 대목이 부족하다 못해 없다고 말할 정도이다. 살을 좀 붙여서 표현과 내용을 풍부하게 해야 합니다.
물론 명시 중에는 짧은 시가 많습니다. 단 한 줄로만 된 시도 있습니다.
예컨대, 르 나르의 시 '뱀'이란 것이 있는데,
 
"너무 길다."

이것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이를 명시로 꼽습니다.
짧아서 명시가 아니라, 시인은 이 이상 더 '뱀'에 대해서 표현할 것이 없다고 믿은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 짧은 글을 완성된 시로 보았고, 모든 사람들이 이에 공감한 때문에 시라고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네 글자가 명시로 인정받아 남은 것입니다..

좀 곁길로 빠진 듯한데,다시 '첫사랑'으로 돌아가서 보면, '첫사랑'뿐 아니라 자연님의 시는 대부분이 자연님만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시조 같고 다시 살펴보면 그것도 아닌 독특한 시의 포맷 format 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런 방향으로 고집스럽게 파고들어 독창적인 시 형태상의 새 장르를 인정받는다면 성공하지 못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시는 모든 장르에서 창작성이 강한 경향을 띠기  때문에.
'첫사랑'에서 제2연

처음 처럼만
初心으로 사랑하고 이워하면야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내기 힘듭니다.

'처음 처럼만' 과  '初心으로 사랑하고' 는 결국 같은 의미의 말을 거듭한 것 같고,
'이워하면야'는 '미워한다면'의 오타이고 ‘야’를 붙인 것은 강조의 의미로 더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쯤 살펴보고 나면 ,
이 2행만으로 '기승전결'의  '승'으로 보기에는 너무 빈약합니다.
그리고 바로 '전결‘ 로 삼은 것이,

거칠 뜻
없으리오만 욕심이 罪같으니다 

입니다.  '거칠 뜻' 이 무슨 뜻인지 알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그 뒤의 싯귀도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더 생각하기가 피곤해지고 맙니다.

어느 분이 '외계인의 언어'란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이 대목을 읽으면서 그 글이 떠올랐습니다.

이쯤하고 말을 맺고자 합니다. 결론적으로 맑고 깨끗한 시상을 전개하다가 빨리 종결 지으려는 조급증이 발돌하는 것 같습니다. 
끝맺음이 중요합니다. 조급증 대신에 물고 늘어지는 끈기를 발휘해 보기 바랍니다. 그리하면 생각이 깊어지고 표현도 넉넉하게 될 것입니다.

끝으로,
맞춤법을 지켜야 합니다. 맞춤법을 지키면 띄어쓰기도 따라옵니다.
이 시의 제목이기도한
‘첫사랑‘
은, 이렇게 붙이기 바랍니다. 여기서 ’첫‘ 은 접두어(接頭語)라 하는데, 처음이란 의미는 있으나 홀로 설 수 없는 말로서 어느 단어의 머리에 붙어야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띌 경우도 있다는 것을 기역해 두기 바랍니다.

접두어는 대개 한 글자로 됩니다. 한 예로, 대야망(大野望)이라 할 때, ‘대’ 는 크다는 의미의 접두어입니다. 그래서 ‘대’ 와 ‘야망’ 을 띄어서 쓰지 않습니다.

'처럼'은 조사이기 때문에 항상 앞의 말에 붙입니다.
조사, 즉 토씨는 아무 의미를 가지지 않고 다만 두 냩말을 연결 시켜 주는 일만 하는 품사입니다.
'죄같다' 할 때 '같다' 앞에는 띄어야 합니다. 그리고,

'거칠 뜻'은 아무리 헤 봐도 풀이가 안 됩니다. 시인 자신이 독자가 알 수 있도록 표현을 고쳐 보기 바랍니다.

이상 졸필을 늘어놓은 것은, 몇 번에 걸친 요청을 미룰 수만 없어 여기에 뭉뚱그려 썼습니다. 잘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솔직히 지적해야 당사자에게 발전이 있다는 마음으로 썼으므로 양해하기 바랍니다.

바다 2006.10.09 21:09  
  고진숙 선생님의 귀한 말씀을 여러분들이
다 읽고 공감하시라고 여기에 붙여드립니다.
저도 덕분에 공부 많이 했습니다.

고진숙 선생님 !
 감사드립니다.
고진숙 2006.10.09 23:10  
  바다 님. 세심하군요.
별로 도움은 안 되어도 바다 님처럼 읽어 준 것만으로도
보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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